하반기 해외여행 '대호황' 전망…'차별화' 고심하는 여행업계

팬데믹 거치며 여유·안전·소규모 중심으로
떠나간 전문 인력 확보 시급…AI 기술 경쟁도

입력 : 2023-07-05 오후 4:35:55
[뉴스토마토 이범종 기자] 엔데믹으로 해외 여행객이 늘고 있습니다. 여행사들은 지난해보다 수백% 늘어난 여행객을 보면서, 어떻게 하면 자사를 통해 다음 여행을 기약하게 만들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시대 흐름에 민감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업종이다 보니 여유 있는 일정과 안전 강화, 가족 등 소규모 인원에 맞는 상품을 기획하고 있습니다. 남과 다른 경험을 주기 위해 규모와 체험을 차별화하려는 시도 역시 활발합니다.
 
5일 아이지에이웍스 마케팅클라우드의 '여행산업 트렌드'를 보면, 해외 여행 관련 업종 앱의 월간 사용자 수(MAU)가 지난해 1월 약 535만명에서 올해 5월 약 818만명으로 53% 증가했습니다.
 
여행사 해외 송출객도 가파르게 늘었습니다. 노랑풍선(104620) 6월 송출객은 전년 동기보다 약 800% 뛰었습니다. 같은 기간 모두투어(080160)는 711% 늘었고, 하나투어(039130)는 661%, 교원투어 여행이지는 502% 증가했습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공식적인 엔데믹 전환 이후 여행을 떠나려는 고객들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면서 보여지는 수치"라며 "엔데믹에 따른 일상 회복으로 여행을 계획하는 고객이 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행 업계도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의 회복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올해 5월 주요 여행 앱의 결제추정 금액이 8000억원을 돌파하며 2019년 1월 집계 이후 최대치를 기록한 가운데 2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 출국장이 여행객들로 붐비고 있다. 2일 앱·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가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여행시장 현황 분석'에 따르면 야놀자, 여기어때, 아고다, 에어비앤비, 트립닷컴 등 주요 여행 앱 5개의 5월 결제추정 금액은 8773억원을 기록했다. (사진=연합뉴스)
 
정보 대칭→엔데믹…기획 더 세밀해야
 
그간 여행업계는 시대 흐름에 맞춰 모객 전략을 짜왔습니다. 항공과 호텔 등 여행의 시작과 끝까지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기에, 촉각을 곤두세워 경향을 읽어야 합니다.
 
인터넷 대중화 전인 1990년대까지는 인솔자, 가이드와 함께 빠듯한 일정으로 많은 사진을 찍는 게 중요했습니다. 김 첨지 서울 구경 이야기 하듯, 수북이 쌓인 사진으로 자랑하던 시대였죠.
 
이후 인터넷 보급으로 여행 정보의 대칭화가 진행돼, 소비자 스스로 정보와 상품을 골라내기 시작했습니다. 개별여행 상품이 필요해진 겁니다.
 
정보 확장과 여가 중시 문화는 패키지 여행 시장을 바꿨습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기존 패키지는 여러 지역이나 국가를 여행하는 식이었지만, 이젠 특정 지역이나 도시에 오래 머물며 자유 시간도 충분히 갖는 여행 상품이 많아졌다"며 "2019년 여행객 한 명 당 1년에 2.6회 여행한다는 조사 결과처럼, 여행이 쉬워지고 경험도 늘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코로나19를 겪은 여행객은 이전보다 농도 있는 여행을 원합니다. 노랑풍선 관계자는 "사생활을 더 보장하는 숙소, 더 여유로운 일정, 깨끗하고 안전한 걸 원하는 수요가 더 늘었고, 우리가 만드는 상품의 기본적인 요소를 그렇게 바꾸고 있다"며 "과거 패키지 여행처럼 낯선 사람들과 여행하는 대규모 단체보다는, 친구나 가족끼리 여행하는 소규모 단체가 활성화 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경험을 중시하는 추세에 맞춰 팀을 꾸린 곳도 있습니다. 인터파크트리플은 지난 3월 스페셜 인터레스트 트래블(Special Interest Travel·SIT)팀을 신설했습니다. 인터파크트리플 관계자는 "목적지 중심의 여행이 아닌, 그곳에서 무엇을 할 것인가 등 행위 중심으로 여행 경향이 변한 점에 주목하고 있다"며 "새로운 여행 상품 기획만을 위해 팀을 결성한 것 자체가 업계에서는 이례적"이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다양한 전문 기업, 전문가들과 손잡고 '컨셉트 트립 상품(이색 테마여행 상품)'을 공격적으로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참좋은여행은 켄싱턴 호텔 사이판 객실에 어린이용 텐트 침대를 추가한 V.I.K. 여행 상품을 출시했다. (사진=참좋은여행)
 
하반기 공략법은 장기여행·어린이·직장인
 
하반기 전망은 밝습니다. 모두투어 관계자는 "아직 여러 변수가 있긴 하나, 하반기에 가장 큰 회복세를 보일 지역으로는 중국을 꼽을 수 있다"며 "추계 시즌 장가계를 중심으로 그 외 지역들 여행이 재개되면 하반기에는 코로나19 이전 대비 70% 수준으로 회복될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여행사들은 여행의 규모를 키우거나 가족 단위에 초점을 맞춰 반경을 줄이는 식으로 상품을 세분화해 성수기를 공략합니다. 인터파크트리플은 장기여행 상품으로 눈길을 사로잡았습니다. 지난 5월8일부터 이달 26일까지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주제로 미주와 유럽, 동남아, 대양주 등 7개 권역 30개 도시의 항공권·호텔·패키지·투어&액티비티 상품 등을 순차로 특가 판매합니다.
 
노랑풍선은 여름방학을 맞아 어린이 테마형 콘텐츠에 초점을 맞춘 키즈 여행 상품 판촉에 나섰습니다. 어린이 테마 상품 인기지역은 일본 도쿄가 전년 동기 대비 약 1500%의 수요 증가세로 1위입니다. 호주(1100%)와 이태리(300%), 필리핀 세부 (120%)순으로 수요가 오르고 있습니다.
 
일본 '오다이바, 동경 4일'은 헬로키티와 포켓몬 등을 앞세운 상품입니다. 전 일정 1급 호텔 숙박을 제공하고 실물 크기 건담이 세워진 오다이바 랜드마크 건담, 헬로키티로 가득한 산리오 퓨로랜드 구경을 할 수 있습니다. '시드니/뉴캐슬/포트스테판 7일' 상품은 오페라 하우스, 하버브릿지는 물론 오크베일 동물농장도 찾아가 캥거루, 코알라, 쿼카를 볼 수 있습니다.
 
참좋은여행(094850)도 어린이를 위한 VIK(Very Important Kids) 여행 상품을 내놨습니다. 우선 켄싱턴 호텔 사이판에서 캠핑장 형식으로 꾸민 객실에 어린이용 텐트 침대를 추가했습니다. 어린이 전용 세면 도구, 공기청정기 등 전용 장비 대여, 음료와 과자 등 맞춤형 옵션도 제공합니다. 종이 공작과 페인트 체험, 트레저 헌트, 호텔 쉐프와 함께 하는 요리교실 등 에듀테인먼트 프로그램도 있습니다.
 
모두투어는 괌 소재 퍼시픽 아일랜드 클럽(P.I.C.) 숙박 상품으로 가족단위 공략에 나섰습니다. P.I.C. 슈퍼아메리칸 서커스 관람과 워터파크 팩 증정이 특징입니다. 도쿄 비즈니스호텔 3연박으로 도쿄 디즈니랜드 원데이 패스가 특전으로 포함된 '두근두근 디즈니'도 있습니다.
 
교원투어 여행이지는 2박 3일간 전문 사진 작가가 동행하는 일본 교토, 오사카 여행 상품 '인생샷 투어 인 교토'로 MZ 세대를 겨냥했습니다. 이 상품은 출시 직후 조기 완판됐는데요. 교원 관계자는 "여행지에서 사진 찍어 소셜 미디어에 올리는 걸 좋아하는 MZ 세대 특성을 공략한 점이 주효했다"고 말했습니다.
 
여행사들은 연차 사용 시 보름 간 즐길 수 있는 추석 연휴 모객도 서두르고 있습니다. 노랑풍선은 '풍요로운 좌석 확보 기획전'을 열었습니다. 짧은 기간 여행하는 '훌쩍 다녀오기!', 황금 연휴 틈새를 공략하는 '작정하고 떠나기!' 등 두 가지 주제를 준비했습니다. 해당 지역은 동남아와 일본, 중국, 괌·사이판, 유럽, 미주, 대만입니다.
 
여기서 노랑풍선이 추전하는 상품은 해변 경관이 강점인 '괌 4박 5일'입니다. 전 일정을 롯데호텔 괌에서 숙박할 수 있습니다. 또 대표 명소인 스페인 광장, 사랑의 절벽 등을 둘러볼 수 있습니다.
 
여행이지는 고급 상품 중심으로 장거리 패키지 여행 상품을 만드는 한편, 연휴 출발 상품을 별도 기획해 좌석 걱정을 줄였다고 합니다. 그 결과, 9월28일~10월3일 일정 예약에서 유럽을 포함한 장거리 상품 비중이 62%에 달합니다.
 
괌 사랑의 절벽. (사진=노랑풍선)
 
인력 보강과 기술 경쟁, 과제로
 
여행사들은 하반기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해 온오프라인 채널 확장에 나섰습니다. 여행이지는 전문 판매점과 홈플러스 입점 판매점 등을 늘려, 연내 100호점을 돌파할 계획입니다.
 
다만 여객기 운항 회복과 팬데믹 기간 줄어든 인력 보강이 과제로 남았습니다. 노랑풍선 관게자는 "2019년 대비 운항 회복률이 낮아 항공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측하고 있어, 약 60%정도 수준으로 회복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현재 2019년 대비 약 50% 수준의 인원이 근무하고 있어, 시장이 빨리 살아난다고 해도 상품 기획 인력 부족으로 올해는 2019년 대비 약 60~70% 선으로 회복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이제는 공급자가 고객을 이끄는 시대가 아닌, 고객이 가진 지식과 정보를 충족할 수 있는 전문성을 확보해야 할 때"라고 덧붙였습니다.
 
신기술 확보 경쟁도 불가피합니다. 인터파크트리플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별도 검색 없는 여행 준비, AI 가이드와 즐기는 여행, 글로벌 커뮤니티 연결 등으로 인바운드 여행 시장의 패러다임을 전환한다는 목표"라고 말했습니다.
 
이범종 기자 smile@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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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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