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수제맥주업계 최초로 국내증시에 상장한
제주맥주(276730) 주가가 연일 하락세를 보이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 시기 호황을 보이던 수제맥주 시장의 열기가 시들해지면서 실적 악화가 가속화하고 있어섭니다. 상장 전부터 이어진 적자로 유동성 우려까지 제기되는 상황인데요. 업계에선 유상증자 등 추가적인 자금조달 가능성을 점치고 있습니다.
고점 대비 78% 급락…피하지 못한 '오버행'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1일 제주맥주는 전 거래일 대비 2.03%상승한 1355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상장 당시 공모가(3200원)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으로 상장 직후 기록했던 고점(6040원)과 비교하면 77.57%나 하락했습니다. 상장 첫날 2744억원에 달했던 시가총액은 768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상장 초반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제주맥주는 지난 2021년 테슬라 요건(이믹미실현 특례)을 통해 국내증시에 상장했는데요. 당시 국내 기업공개(IPO) 시장과 수제맥주 업계 호황으로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었습니다.
기관 수요예측에서 공모가 희망밴드 상단(2900원)을 넘어선 3200원으로 공모가를 확정했고, 일반 청약 경쟁률은 1748대 1로 테슬라 요건 상장기업 중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습니다. 상장 첫날 주가 역시 공모가 대비 53% 오른 4900원에 거래를 마감했습니다.
수제맥주 업계 최초 상장과 테슬라 상장 역대 최고 경쟁률이라는 다양한 수식어가 붙었지만, 영광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상장 당시부터 제기됐던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부담으로 주가는 연이어 하락했습니다.
‘테슬라 요건’으로 상장한 제주맥주는 2015년 설립 이래 매년 적자를 이어오고 있는데요. 매년 적자가 지속됐던 만큼 투자금 유치가 이어졌죠. 브랜드 론칭 후 3년 만에 누적 투자금 600억원을 달성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제주맥주는 벤처캐피탈(VC) 등 재무적투자자(FI)들의 지분이 급격히 늘어납니다. 상장 직후 FI들의 보유지분율은 전체 발행주식수의 절반에 달했죠.
FI들의 제주맥주 주식 취득가액은 1000~1750원 사이였는데요. 보호예수 기간도 1~3개월로 짧았습니다. 저렴한 구주 물량이 시장에 출회되면서 주가는 힘을 잃었죠.
(그래픽=뉴스토마토)
무너진 흑자전환 기대…양조장 가동률 '반토막'
제주맥주 오버행 이슈에도 개인투자자들의 기대감은 여전했습니다. 제주맥주 상장 이후 1년 동안 개인은 제주맥주 주식 1094억원 어치를 순매수했습니다. 코로나19 이후 수제맥주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하는 가운데 제주맥주가 수제맥주 1위 기업으로서 확고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장 이후엔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란 기대감이 남아있었죠.
제주맥주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 호황이 이어질 당시 상장을 통해 자본금을 확충하고 업계 1위를 유지하기 위한 투자를 이어갔는데요. 무리한 투자가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는 모습입니다. 코로나19 엔데믹으로 유흥시장이 살아나면서 수제맥주 열기가 식었고 국내 수제맥주 시장의 반사이익으로 작용하던 ‘노 재팬’(일본 불매) 운동도 시들해진 영향이 큽니다.
상장당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흑자전환 포부를 보였지만 첫해 영업손실 72억원을 기록하며 직전해(44억원)보다 더욱 커졌고 지난해에는 매출은 줄고 영업손실(116억원)은 늘었죠. 지난 2021년 84%에 달했던 제주 양조장 가동률은 올해 1분기 43%로 반토막이났고, 지난해 131억원 규모로 유형자산 손상 처리했습니다.
호황 당시 앞다퉈 내놓은 브랜드 협업 콜라보 제품은 양날의 검이 됐습니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마케팅비용은 더욱 늘었죠. 올해 1분기 연결 기준 제주맥주의 판관비 중 광고비용과 지급수수료는 5억8600만원으로 전년 동기(3억7800만원) 대비 54.96% 상승했습니다.
자본잠식도 우려해야…유증 등 자금조달 가능성 높아
실적 악화가 지속되면서 제주맥주의 재무구조 부실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2021년 580억원 수준이던 자본총계는 올해 1분기 기준 325억원까지 감소했습니다. 제주맥주의 자본금은 287억원인데요. 추가적인 자본금 확충이 없다면 영업손실로 인한 결손금이 39억원만 늘어도 부분 자본잠식 상태에 빠질 수 있는 상황이죠.
제주맥주는 실적 악화를 견디지 못하고 인력 감원, 직원 희망퇴직 등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나섰습니다. 전체 임직원의 40%에 대한 희망퇴직과 함께 대표이사는 급여 전액을 반납하기로 했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최근 실적 부진으로 유동성 우려도 커지고 있는데 유상증자 등 추가적인 자금조달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제주맥주의 경우 상장 당시부터 오버행 우려가 컸던 종목이고 당시 IPO시장 광풍이 불었던 만큼 주가 하락은 어느정도 예견됐던 상황”이라며 “추가적인 자금조달 가능성은 주가에 부담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제주맥주는 우선 구조조정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나선다는 방침입니다. 제주맥주 관계자는 “경영정상화를 목표로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고 수익성 구조 중심으로 구조개편을 진행하고 있다”면서 “최근 확보한 곰표맥주 상표권이나 달래해장 등 사업다각화를 통해 수익성 확보 방향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아직까진 유상증자 등 추가적인 자금 조달에 대해 계획하고 있는 사항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