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대신 동남아 택한 현대차

뮌헨 대신 인니 국제 오토쇼 참가
일본 텃밭서 아이오닉5 전기차 판매 1위
초기 단계 동남아 전기차 시장 선점 나서
태국 법인도 설립, 현지 전기차 생산 가능성 주목

입력 : 2023-08-09 오후 3:59:53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현대차(005380)가 오는 10일(현지시간) 열리는 인도네시아 국제 오토쇼(GIIAS 2023)에 참가합니다. 다음달 독일 뮌헨에서 열리는 국제 모터쇼 'IAA 모빌리티' 불참하는 대신 동남아시아를 택한 것인데요. 지난해 10월 세계 4대 모터쇼(뮌헨, 파리, 디트로이트, 제네바) 중 하나인 파리 모터쇼에도 불참한 현대차가 그만큼 인도네시아와 동남아 시장(아세안)에 공을 들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특히 현대차는 전기차를 앞세워 초기 단계인 동남아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입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10~20일 자카르타 외곽 땅그랑시 인도네시아 컨벤션 전시장(ICE)에서 열리는 GIIAS 2023에서 7인승 다목적차량(MPV) '스타게이저X'를 처음 공개합니다. 스타게이저X는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에 출시된 미니밴 스타게이저 후속 모델로 크로스오버 스타일로 디자인됐습니다. 기아(000270)도 전기차 EV9을 공개할 예정입니다.
 
지난해 3월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등이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 준공식에서 기념촬영을 하는 모습.(사진=현대차)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브카시에 아세안 지역 첫 완성차 생산공장을 구축, 지난해부터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갔는데요. 올해 상반기 1만8208대를 판매해 전년동기대비 2배가량 늘었습니다. 점유율도 3.6%를 기록해 1.6%p 올라 6위를 기록했습니다. 1위는 15만6830대를 판매한 토요타였고 다이하쓰(10만2515대)와 혼다(6만7천797대)가 뒤를 이었습니다. 일본차 브랜드가 절대다수인 인도네시아에 진출해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간 지 2년도 안 돼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모습인데요.
 
현대차는 전기차로 일본차를 뛰어넘겠다는 전략입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 시장은 일본 텃밭이지만 전기차에 있어서만큼은 현대차가 압도적인 존재감을 보이고 있습니다. 인도네시아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아이오닉5는 올해 1분기 1039대가 판매돼 점유율 58.4%로 1위에 올랐습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이 인도네시아에 공을 들이는 것도 인도네시아가 아세안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서 정부 차원의 선제적인 전동화 추진과 강력한 전기차 산업 육성 의지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입니다.
 
현대차 인도네시아 공장.(사진=현대차)
 
실제 인도네시아 정부는 2019년 8월 전기차 산업 육성법을 제정해 수입세와 조세를 감면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사치세 면제, 충전요금 할인, 차량 홀짝제 면제 등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2030년까지 전기차 점유율을 25%까지 확대하고 2040년부터는 전기 오토바이, 2050년부터는 전기 자동차만 판매를 허용할 예정입니다.
 
현대차는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시장을 선점하고 이를 바탕으로 아세안 전기차 시장으로 공략 범위를 확대해 나가겠다는 계획입니다. 이미 지난해 3월부터 인도네시아 현지에서 아이오닉5 양산을 시작했고 연말께 LG에너지솔루션과 합작한 배터리셀 공장이 완공됩니다. 내년 상반기 배터리 셀 양산을 시작할 계획으로 여기서 제조한 배터리팩을 아이오닉5에 탑재할 계획입니다.
 
아세안 시장은 완성차에 대한 역외 관세가 최대 80%에 이를 정도로 관세 장벽이 높지만 아세안자유무역협정(AFTA) 참가국 간에는 부품 현지화율이 40% 이상일 경우 무관세 혜택이 주어집니다. 이를 토대로 현대차는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 선점과 아세안 전기차 진출을 위한 생산기지로 인도네시아를 적극 활용할 수 있죠.
 
현대차 스타게이저.(사진=현대차 인도네시아 법인)
 
이 일환으로 현대차는 지난 4월 태국에 '현대 모빌리티 타일랜드'라는 이름으로 현지 법인을 설립했습니다. 아세안에는 인도네시아, 필리핀 이어 세 번째 단독 법인입니다. 현대차는 태국 정부와 전기차 시장 진출에 대해서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는데요. 아세안 전기차 생산공장의 11곳이 태국에 있을 정도로 생산 네트워크가 잘 구축돼 있습니다.
 
태국 정부는 2030년까지 하이브리드를 제외한 친환경차량의 생산 비중을 30%로 확대한다는 계획입니다. 전기차 제조사에게는 최대 13년간 법인세 면제 혜택을 제공하며 투자를 적극 유치하고 있습니다.
 
김호건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아세안 친환경차 시장은 인도네시아와 태국을 중심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아세안의 전기차 시장은 초기 단계로 한국 업체가 점유율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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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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