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 경영승계 리포트)승계 비자금 조성 의혹에 위기 맞은 신풍제약

장원준 전 대표 횡령·배임 혐의…불법 승계 의혹 관련성은

입력 : 2023-09-11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이혜현 기자] 신풍제약이 91억원에 달하는 거액의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로 오너 2세 장원준 전 대표가 기소되면서 위기를 맞고 있습니다.
 
신풍제약 창업주인 고 장용택 전 회장의 아들인 장 전 대표는 지분 승계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고위 임원들과 공모해 의약품 원료 납품 업체와 허위 거래 기록을 남기는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했고, 이를 회사 지분 확보 등에 사용했다는 혐의를 받고 있는데요.
 
검찰에 따르면, 장 전 대표와 신풍제약의 임원인 노 모 전무는 공모해 2008년 4월부터 2017년 9월까지 의약품 원료 납품업체에게 원료 단가를 부풀려 지급한 뒤 그 차액을 어음으로 돌려받는 식으로 비자금 91억8200만원을 조성했습니다. 즉 납품업체가 원료 단가를 부풀려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면 신풍제약은 실제 단가에 해당하는 어음만 지급하고, 나머지는 비자금으로 빼돌리는 수법으로 10년 가까이 범행을 이어온 것인데요.
 
비자금은 대부분 차명계좌를 통해 신풍제약 주식을 매입하거나 개인생활비 등으로 사용된 것으로 알려집니다. 장 전 사장은 비자금 조성을 숨기기 위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신풍제약의 재무제표를 거짓으로 작성해 외부감사법을 위반한 혐의도 받고 있습니다.
 
2009년 3월 신풍제약 대표이사직에 올라 오너 2세 경영 시대의 막을 올린 장 전 대표가 횡령·배임 등의 혐의로 구설수에 오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닌데요. 장 전 대표는 불법 리베이트와 분식회계 혐의로 대표이사에 오른 지 2년 만인 2011년에 사임하며, 공식적으로는 경영 일선에서 물러났습니다.
 
하지만 이후 장 전 대표의 행보가 눈길을 끕니다. 그는 2015년 신풍제약의 최대 주주이자 지주회사인 송암사를 설립해 은근슬쩍 경영에 복귀했습니다. 장 전 대표는 지주회사업과 부동산임대업을 주요 사업으로 내세우고 있는 송암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돼 있죠.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신풍제약의 최대 주주는 24.20%의 지분을 보유한 송암사입니다. 즉 신풍제약은 지주사인 송암사가 지배하고 있고 송암사는 최대 주주인 장 전 대표가 지배하고 있는 구조입니다. 오너 일가가 직접적으로 지배구조 최정점에서 회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닌, 송암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신풍제약을 지배하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셈이죠.
 
신풍제약이 10년 이상 회계처리규정 위반으로 수사 대상에 오른 만큼, 오너 일가의 횡령과 비자금 축적 행위가 암암리에 조직적으로 이뤄졌을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지배적인데요.
 
이에 대해 장 전 대표 측은 부친인 장 전 회장의 사망 이후에야 비자금 조성 등 정황을 알았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재판 과정에서 장 전 사장 측은 "비자금 조성은 선대에 있었던 일이며, 공모관계 등 정황을 알게 된 시점은 2016년 3월 이후다. 장 전 회장이 살아있던 기간에는 관여하지 않았다"며 "배임 관련 범죄사실을 어디까지 인정해야 할지 재판에서 밝힐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의약품 원료 납품 업체와의 허위 거래로 비자금을 조성한 혐의를 받고 있는 장원준 전 신풍제약 대표가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장 전 대표, 송암사 최대주주로 영향력 행사 
 
하지만 비자금이 조성된 기간 대부분은 장 전 대표가 신풍제약의 경영권을 장악했던 시기였던 만큼 혐의점을 벗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악재는 이뿐만이 아닙니다. 신풍제약은 최근 3년 실적 하락을 이어가며 적자 규모도 점점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지난해 신풍제약은 전년보다 적자 폭이 무려 137.8% 급증한 340억1868만원의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신풍제약은 2019년부터 영업이익이 감소하다가 2021년에는 143억640만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 전환했습니다.
 
지난 3월에는 개발 중인 코로나19 치료제 피라맥스의 특허 출원도 좌초됐습니다. 특허 등록에 실패하면 나중에 복제약이 등장해도 자사 기술이라고 주장할 수 없어 시장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데요.
 
업계에 따르면 신풍제약은 그동안 공을 들였던 피라맥스가 임상 3상을 마쳤지만, 결과는 아직 발표되지 않았습니다.
 
장 전 대표가 비자금 파문에서 비롯된 위기를 극복하고 다시 경영일선에 다시 복귀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이혜현 기자 hyu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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