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승장구' 야놀자도 희망퇴직…플랫폼 업계 한파 오나

야놀자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 조직 구축 필요"
적자 전환 등 수익 악화가 구조조정 배경 분석도
최근 VCNC·카카오 등도 구조조정…업계 '고용 한파' 우려
야놀자 측 "희망퇴직, 수익 악화 때문 아냐…거래액 늘어 3분기 호실적 예상"

입력 : 2023-09-20 오후 4:04:06
[뉴스토마토 배덕훈 기자] 여행·숙박 플랫폼 야놀자가 최근 희망퇴직을 시행한다고 공지하면서 플랫폼 업계에 암운이 드리우고 있습니다. 타다의 운영사 VCNC카카오(035720)의 일부 계열사의 구조조정 소식 등에 이은 야놀자의 인력 감축에 플랫폼 업계 고용 한파가 본격화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옵니다.
야놀자가 최근 희망퇴직 시행을 공지했다. (사진=야놀자 홈페이지 화면 캡처)
 
20일 플랫폼 업계에 따르면 야놀자와 야놀자클라우드코리아는 지난 18일 사내 메일을 통해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실시한다고 공지했습니다.
 
야놀자 측은 메일에서 "글로벌 여행산업의 디지털 전환을 선도하겠다는 야놀자의 비전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외부 환경의 변화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조직 구축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다"라며 희망퇴직 실시 배경을 설명했습니다. 야놀자 측이 제시한 희망퇴직 보상안은 4개월치 급여 일시금 또는 유급휴가 3개월입니다.
 
일각에서는 야놀자의 이번 구조조정 배경으로 실적 악화 등을 꼽고 있습니다. 야놀자가 외형 확장 등 가파른 성장을 이어왔지만, 글로벌 경기침체 등으로 수익성이 악화하면서 그간 늘어난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웠던 것 아니냐는 것입니다.
 
급성장한 야놀자, '수익 악화'가 발목 잡나
 
야놀자는 지난 2005년 설립된 업체입니다. 숙박업소를 모아 보여주는 사이트로 시작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일궈냈습니다. 확실한 수익 모델로 투자 유치에도 성공하며 2019년에는 '유니콘 기업(기업가치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스타트업)'으로까지 성장합니다.
 
20217월에는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이 이끄는 비전펀드로부터 약 2조원을 투자받고 인터파크를 인수하는 등 외형 확장에도 성공했는데요. 이후 기업가치 10조원 이상의 '데카콘 기업'으로 떠오르며 지난해 미국 나스닥 시장으로의 상장까지 관측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글로벌 경기침체의 장기화에 따른 투자 심리 위축 등 외부 요인에 더해 외형 확장과 맞물린 마케팅비·인건비 증가는 야놀자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 모습입니다.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야놀자는 올 상반기 매출(연결기준) 3220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2417억원) 대비 33% 가량 증가했지만, 284억원의 영업 손실을 내 적자 전환했습니다. 야놀자의 영업이익 흐름은 지난 2021년 이래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2021577억원이던 야놀자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61억원으로 대폭 줄었습니다.
 
이러한 수익성 악화의 주된 요인으로는 공격적인 마케팅과 인건비가 꼽힙니다. 지난해 발생한 야놀자의 영업비용은 총 5984억원에 달하는데요. 전년(2725억원) 대비 2배 이상 증가했습니다. 특히 광고선전비와 인건비는 2020년 이후 해마다 늘었는데요. 야놀자는 지난해 광고선전비 409억원, 인건비 1972억원을 지출했습니다. 이 역시 전년 대비(광고선전비 281억원, 인건비 930억원) 큰 폭으로 증가한 수치입니다.
 
다만, 최근 여행·숙박 시장이 회복세를 띠고 있는 상황 속 야놀자가 구조조정에 들어간 것이 시장 상황에 선제적 대응을 위한 경영 효율화 측면에서 진행된 것이라는 시선도 있습니다. 야놀자 측도 사내 메일에서 "여행산업은 글로벌 플랫폼 기업들 주도로 AI 기술 기반의 시스템 혁신이 빠르게 적용되고 있다"라며 "우리에게도 그 이상의 변화가 계속 요구되고 있다"라고 밝힙니다.
 
카카오 노조 크루유니온이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 앞에서 집회를 벌이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플랫폼 업계, 잇단 구조조정에 '고용 한파' 우려
 
플랫폼 기업이 잇달아 구조조정을 단행한다는 소식이 들려오면서 업계에서는 '고용 한파'가 찾아오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옵니다. 코로나19 팬데믹 특수를 통해 외적인 성장을 이룩했지만, 대내외 부정적인 요인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가 현실화하면서 불안감이 확산하는 모양새입니다.
 
앞서 지난 7월 타다의 운영사인 VCNC는 인력의 절반 정도를 감축하는 구조조정을 단행했습니다. 업계에 따르면 VCNC는 전체 직원 80여명 가운데 40명 안팎이 회사를 떠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0년 국회를 통과한 '타다 금지법' 이후 투자 유치 및 사업 확대가 어려워 경영이 불안정해진 것이 구조조정의 배경으로 꼽힙니다.
 
국내 굴지의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도 현재 일부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고강도 구조조정 중에 있습니다. 역시 수익성 악화에 따른 재무적 위기 상황 때문입니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희망퇴직을 진행했고, 카카오게임즈의 자회사인 엑스엘게임즈, 골프 플랫폼 기업인 카카오VX 등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습니다.
 
야놀자 관계자는 "수익성 악화 등의 요인으로 이번 희망퇴직이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며 "인터파크(현 인터파크트리플) 인수 등 사업을 확장 하는 과정에서 조금 더 유연하게 조직을 구축하기 위해 진행된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업비용 증가에 따른 적자 등 상반기 수익성 악화와 관련해서는 "인수를 하면서 채용도 많았고 R&D(연구개발) 투자 비용 등도 증가했기 때문"이라며 "적자나 영업손실 등 비용대비 매출이나 거래액이 굉장히 빠르게 늘고 있기 때문에 3분기에는 실적이 좋아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습니다.
 
배덕훈 기자 paladin703@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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