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최근 코스닥 기업의 최대주주 주식담보대출(주담대) 관련 계약이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대내외적 악재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하자 담보 유지비율 조정 및 만기 연장이 급증한 것으로 보입니다. 금리 상승으로 기업의 자금조달 여력이 낮아진 가운데, 증시 하락이 길어질 경우 대규모 반대매매 물량 출회로 이어질 수 있어 투자자 주의가 필요합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지난 22일까지 국내 상장 기업의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대출 계약’ 공시는 만기 연장 등을 포함해 총 90건으로 집계됩니다. 이는 전년 동기(33건) 대비 3배가량 급증한 수치입니다. 최대주주의 주담대는 증시 하락이 가팔랐던 이달 들어 더욱 증가한 것으로 확인되는데요. 9월이 마무리되지도 않은 시점이지만 전체 공시의 23.33%인 21건의 계약이 체결됐습니다.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담보대출은 최대주주가 본인이 소유한 주식을 담보로 자금을 조달하는 계약입니다. 주식을 팔지 않고 재산권만 담보로 하기 때문에 최대주주는 의결권도 행사할 수 있죠. 경영권에 관계없이 자금을 확보할 수 있어 자금조달이 어려운 기업들의 우회 자금조달 수단으로 쓰이곤 합니다.
문제는 최대주주의 주담대가 ‘반대매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입니다. 최대주주와 담보계약을 체결한 채권자들은 주가가 일정 수준 이하로 하락할 경우 담보로 설정한 주식을 채무자의 동의 없이 매도할 수 있죠. 담보가치가 떨어지는 상황에서 손실을 막기 위해 반대매매에 나서는 겁니다.
지난 7월 고점(7640원)대비 주가가 7분의 1 수준(1114원)까지 급락한 테라사이언스의 경우 지난달 반기보고서 ‘한정’ 의견으로 주가가 급락하면서 2차례 담보 유지 비율을 지키지 못했는데요. 결국 반대매매가 이뤄졌고 주가는 하한가에 진입했습니다.
올해 최대주주 변경 주담대가 급증한 원인으로는 증시 하락에 따른 추가 담보제공 등이 꼽힙니다. 국내 증시는 유가증권시장 대비 코스닥 시장의 하락세가 가팔랐는데요. 9월1일부터 전일까지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는 각각 2.39%, 9.53% 하락했죠. 올해 들어 이뤄진 최대주주 변경 주담대 공시 90건은 모두 코스닥 상장기업에서 나왔습니다.
국내 증시는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미정부의 ‘셧다운’(업무 중단) 우려, 유가 급등 및 중국 부동산 위기 등이 겹치며 투자심리가 급격히 악화하고 있는데요. 증시 침체가 길어질 경우 자금조달 여력이 부족한 코스닥 상장 기업들에서 담보권 행사 사례가 더 늘어날 수 있습니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최대주주가 담보로 제공한 주식의 가치가 담보비율보다 낮아지자마자 바로 반대매매가 이뤄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면서도 “추가적인 담보제공 없이 최대주주가 2차례 이상 담보비율을 유지하지 못할 경우 대부분의 증권사들은 반대매매에 나선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최대주주 변경 주담대 기업들의 경우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일 수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연준의 통화정책 기조 강화를 비롯한 각종 이슈로 달러 강세가 지속되면서 주식시장이 흔들릴 여지가 있다”며 “10월에는 리스크에 적극 대응하는 방향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증시 하락으로 주식담보대출 기업의 반대매매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