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올리브네트웍스 가치 뻥튀기'에 발목잡힌 CGV 유증

CGV에 2000억 물린 CJ…4444억 현물출자, 법원이 제동
관건은 CJ올리브네트웍스 재평가 가치…장부가 808억 그쳐

입력 : 2023-10-0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CJ CGV(079160) 재무구조 개선이 법원의 유상증자 제동으로 난항에 빠졌습니다. 앞서 CGV는 지주사인 CJ(001040)를 대상으로 3자 배정 유증을 결정했는데요. CJ는 유증 발행가를 앞선 주주배정 유증 대비 2배 가량 높게 결정해 기업 저평가를 호소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법원이 CJ 현물출자 자산인 CJ올리브네트웍스 평가 가치를 문제 삼으면서 높은 발행가가 오히려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평가 가치를 낮게 책정받을 경우 CJ 입장에서 고가의 CJ CGV신주를 떠안을수 있어섭니다.
 
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날로 예정됐던 CJ CGV의 3자배정 유상증자가 무기한 연기됐습니다. 4444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는 현금 대신 CJ가 보유한 비상장사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을 현물출자하는 방식인데요. 법원이 지난달 25일 이를 인가하지 않기로 하면서 유증 계획도 연기됐습니다.
 
CGV가 이번 유증에서 발행하는 신주 수는 4314만7043주로 발행주식총수(4773만420주)의 (90.40%)에 달합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양수가액을 기준으로한 신주 발행가는 1만300원이죠. 이는 최근 진행한 주주배정 유증의 발행가액 5560원의 2배에 근접하는 금액입니다. 
 
이에 업계에선 CJ가 보유 현금 투입을 최소화하면서 CJ CGV를 지원하기 위해 설계한 현물출자 방식이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CJ올리브네트웍스의 지분가치가 예상에 못미칠 경우 CJ의 추가 자금투입이 필요할 수 있는데요. 지주사인 CJ의 추가적인 자금 투입 가능성은 높지 않은 상황입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CJ가 보유한 현금성자산은 167억원에 불과하죠. 유동자산을 모두 더해도 563억원입니다.
 
애당초 지주사의 지원 능력은 크지 않았던 상황인 것으로 보이는 대목인데요. 앞서 CJ는 CGV 유상증자에 600억원 가량의 청약 참여를 가정했습니다. 대주주의 참여가 적다 보니 일반 주주들의 반발이 거셌고 현물출자를 통한 3자배정 유증을 결정한 배경이죠. 주주배정 유증 참여금액도 1000억원 규모로 늘렸죠. 
 
관건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재평가 가격입니다. CJ 분기보고서에서 확인되는 CJ올리브네트웍스의 장부상 가격은 808억원에 불과한데요. CGV의 재무구조 개선 과정에서 책정한 CJ올리브네트웍스의 가치는 4444억원입니다.
 
CJ와 CGV는 CJ올리브네트웍스 가치를 4444억원에 맞춰 신주 발행가를 1만3000원으로 결정했는데요. 현물출자 발행가를 주주배정 유증과 비슷한 수준으로 뒀을 경우 필요한 현금은 2400억원 가량입니다. 같은 지분을 2044억원 비싸게 매입하는 셈이죠. 더구나 CJ CGV 유증에 100% 청약을 진행했을 경우, 3자배정 유증 발행주식수의  35%인 1500만주 가량을 추가로 확보할 수 있었습니다. 
 
유증이 정상적으로 이뤄졌다면 CJ의 현금 투입을 최소화하고 CGV의 재무 구조도 개선됐겠으나, 법원이 감정보고서를 인가하지 않으면서 CGV의 자금 확보에도 문제가 생겼습니다. 최종 유증 규모가 기존 5700억원에서 4153억원으로 줄었고 3자배정 유증도 무기한 연기됐기 때문입니다. 
 
(표=뉴스토마토)
 
당초 CGV는 주주배정 유증 5700억원, 현물출자 4500억원을 통해 총 1조원 규모의 자금조달을 계획했습니다. 당시 공모 유증으로 조달한 자금 3800억원을 채무상환에 사용할 계획이었죠. 자금조달이 예정대로 이뤄질 경우 1052%에 달했던 CGV의 부채비율은 297%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됐습니다. 신용평가사들도 호평을 내놓았죠.
 
채무상환 금액 역시 1500억원 가량 줄어 부채비율 역시 544%로 예상치에 못 미쳤습니다. CGV가 계획했던 재무구조 개선을 이루고 신용등급을 올리기 위해선 예정됐던 자금조달이 완료돼야 합니다. CJ는 주주배정 유증에서도 배정된 주식(3260만6216주)의 55%만을 청약했습니다.
 
CJ와 CGV는 무리한 가치평가에 대한 비난을 받게 됐습니다. 투자은행(IB)업계 관계자는 “CGV 신용등급 향상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유증과 함께 4500억원이라는 현물출자(기업가치) 가격을 결정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며 “최대주주의 참여율이 높지 않았던 상황에서 계획된 자금조달도 이뤄지지 않을 경우 시장내 비난도 적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원은 CJ올리브네트웍스의 감정보고서 합리성을 갖췄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CJ는 현물출자를 통한 3자 배정 유증을 유지한다는 방침입니다. CGV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악화한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자본확충이 급박한 시점”이라며 “항고 등을 통해 가치평가를 인정받을 수 있는 자료를 보완하는 방법 등을 고민 중이며 필요할 경우 가치 재평가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서울 시내 한 CGV의 모습. (사진=뉴시스)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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