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유통 업계 전반에 걸쳐 언택트(Untact·비대면) 문화가 정착한 가운데, 한진, CJ대한통운 등 택배 업체들이 양호한 실적을 이어가고 있어 눈길을 끕니다.
택배 시장은 지난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사회적 거리두기, 소비자들의 비대면 활동 증가에 힘입어 급성장했습니다. 하지만 올 상반기 정부의 공식적인 엔데믹 선언과 함께 다시 대면 소비가 늘면서, 일각에서는 택배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온 바 있는데요.
그럼에도 연간 택배 이용이 80회에 달할 만큼 언택트 소비는 특유의 편리성이 부각되며 점점 일상화하는 추세입니다. 이 같은 비대면 소비 문화가 엔데믹 여부와 관계없이 완벽히 자리 잡은 만큼, 택배 업계의 실적 순풍도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옵니다.
18일 택배 업계에 따르면 한진은 올해 3분기 경영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연결 기준 매출이 6931억원으로 전년 동기(7075억원) 대비 2% 감소했습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큰 폭의 오름세를 보였는데요. 3분기 32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245억원)보다 33.5%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올해 2분기부터 신규 고객사 확보에 나서고 원가 개선에 집중하면서 안정적 성장세에 돌입했다는 것이 한진 측 설명입니다.
특히 3분기에는 택배 사업의 신규 물량 유치 및 투자 확대를 통한 수익성 강화, 컨테이너 터미널 자회사의 견고한 실적 유지, 글로벌 이커머스 물량 신규 유치 등으로 안정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택배 사업의 성장이 회사 전체 영업익 신장세를 이끌었다는 분석이죠.
경쟁사인 CJ대한통운도 비슷한 실적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됩니다. 한국투자증권은 CJ대한통운에 대해 올해 3분기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6% 감소한 2조9000억원이지만, 영업이익은 오히려 15% 늘어난 124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또 한국투자증권은 택배 물동량이 둔화되더라도 고부가 풀필먼트 서비스로 수요가 전환된다는 점에서, 선제적 투자에 나선 CJ대한통운에게는 새로운 기회가 될 것으로 평가했습니다.
이처럼 택배 업체들의 양호한 실적 지속이 전망되는 것은 언택트 소비 문화가 우리 사회에 뿌리를 내린 까닭입니다.
사실 엔데믹 이야기가 본격화할 때까지만 해도 이는 택배사들에게 대형 위기라는 우려가 곳곳에서 제기됐습니다. 대면 거래가 급증하고 이로 인한 택배 물동량이 상대적으로 감소할 것으로 관측됐기 때문이죠.
하지만 언택트 소비는 그 편리함으로 인해 이제 완전히 일상화됐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실제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홍철 의원(더불어민주당)이 국토교통부와 한국통합물류협회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택배 물동량은 41억2300만건으로 집계됐는데요. 2022년 주민등록 인구 통계(5143만9038명)를 기준으로 환산한 국민 1인당 연간 택배 이용 건수는 80.2회로 전년 65.1회보다 약 23% 증가했습니다.
특히 올해 1월부터 8월까지 택배 물동량은 31억1766만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26억5138만건에 비해 17.6%나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엔데믹 여부와 관계없이 물동량 자체가 계속 늘고 있다는 의미입니다.
서용구 숙명여대 경영학과 교수는 "배달 물류 서비스 강화로 소매 유통 산업의 패러다임 자체가 변화하고 있는 시점이다. 이제 소비자들이 번거롭게 발품을 팔아 소비 활동을 하기보다는 편리한 택배 서비스를 택하는 경향이 점점 짙어지고 있다"며 "이미 물류 인프라를 확보한 택배 기업들은 이 같은 소비 경쟁에서 보다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고, 전망도 밝은 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한 택배 배달원이 배달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