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면 구긴 바이든…이스라엘-아랍 중재 '빈손'

가자지구 병원 폭격, 확전 변수로…"중동 관리 실패로 역량 약화"

입력 : 2023-10-19 오후 5:35:55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회담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이스라엘을 전격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실질적 성과를 거두지 못한 채 빈손으로 돌아갔습니다. 가자지구 병원 폭격이라는 악재가 작용하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간 중재를 성사시키지 못했고, 중동 정세는 혼란에 빠진 모양새입니다. 
 
악재된 '병원 참사'…중동 혼란 가속
 
지난 18일(현지시간) 바이든 대통령의 전격적인 이스라엘 방문은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의 만남만을 위해서가 아니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요르단 암만을 방문해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델 파타 알시시 이집트 대통령과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 등을 만날 예정이었습니다.
 
이스라엘에서는 명확한 미국의 지지를 재확인하고 암만에서 하마스 제거에 대한 주변국 동의를 얻어 확전 방지에 힘을 싣고자 했습니다.
 
그런데 바이든 행정부가 예상치 못한 변수가 발생했습니다. 가자지구 알아흘리 아랍병원이 폭격을 받아 약 500명이 숨지고 수백명이 다쳤는데요. 팔레스타인 자치정부와 하마스는 이스라엘의 유도미사일에 따른 대규모 학살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은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와 정상회담을 마친 후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확인한 정보에 따르면 가자지구 병원 폭격은 (이스라엘이 아니라) 가자지구 테러리스트 로켓 오발 탓"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병원 참사를 놓고 중동 지역에서 주동자에 대한 각각의 주장이 오가는 상황에서 이스라엘의 손을 들어준 겁니다. 
 
미국 <뉴욕타임스>는 미국이 이스라엘에 대한 확고한 지지를 보내면서 중동 내 반감이 커지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가자지구 병원 참사 이전에도 중동 지역에는 이스라엘의 보복성 조치를 미국이 지원하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로 보는 시각이 많았는데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입장 표명으로 중동 내 혼란을 가속화 시켰다는 평가입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의 이번 이스라엘 방문이 이스라엘의 입장만 듣는 반쪽짜리 일정으로 마무리되면서 주요 아랍국들의 협력을 이끌어내려 했던 당초 계획은 사실상 실패했습니다. 
 
가자지구 알할리 병원 폭격으로 부상한 팔레스타인 주민들이 17일(현지시각) 가자시티에 있는 알시파 병원에 도착해 바닥에 앉아 치료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뉴시스)
 
실패한 '바이든 외교'…확전 가능성 높아졌다
 
바이든정부의 중동 정책 핵심은 '인도·중동·유럽 경제회랑(IMEC)'을 통한 사우디아라비아와 이스라엘의 관계 정상화로 요약됩니다. 
 
IMEC는 중국이 추진하고 있는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프로젝트에 맞선 경제·안보 구상인데, 바이든 대통령은 사우디·이스라엘 관계 정상화를 내년 대선을 앞둔 잠재적 외교 성과로 주목해 왔습니다. 
 
하지만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무력 충돌이 확전 양상을 보이면서 바이든 행정부의 노력이 위태로운 상황에 놓였습니다. 사우디도 관련 성명을 내고 국제사회가 이스라엘에 대한 "이중잣대를 버려야 한다"고 비판했는데,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됩니다.
 
관련해 바이든 행정부가 중국 견제에 집중하는 사이 중동 정세를 외면했다는 평가가 나오는데요. 이스라엘-하마스 교전 발발 3주 전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중동이 이전 20년 동안보다 더 조용해졌다"고 언급한 바 있습니다. 바이든 행정부의 중동 정세 인식을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인남식 국립외교원 교수는 <뉴스토마토> 통화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전략에 집중하다 이스라엘·사우디와 관계도 소원해졌고, 그 과정에서 중동 관리의 역점이 자꾸 줄어들게 됐으며 사건이 터졌을 때 보이는 역량도 약화된 것이 드러났다"고 짚었습니다.
 
가자지구 병원 폭격이 중동 정세의 '변곡점'이 될 가능성도 높습니다. 인 교수는 "폭격이 누구의 소행으로 입증되든 (중동에) 분노를 촉발시켰고, 앞으로의 상황을 좋지 않게 이끌어 갈 변수가 됐다"며 "국가 간 확전 가능성을 낮게 봐 왔지만 이번 이슈가 당초 생각보다 크게 작용할 것 같다"고 설명했습니다. 
 
한편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시간으로 19일 이스라엘-하마스 간 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의 상황과 관련한  대국민 연설을 가질 예정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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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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