럼피스킨병 확산…소고기발 물가 불안까지

럼피스킨병 전국 빠른 확산세…"최소 3주는 확진 늘 것"
고심 커지는 유통 업계…한우 도매가 1주 새 10% 이상 급등
돼지고기·닭고기 연쇄 인상 불가피…물가 상방 압력 작용

입력 : 2023-10-25 오후 3:55:17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소 바이러스성 질병인 럼피스킨병이 전국적으로 확산하면서 소고기 수급에 차질이 예상되는 가운데, 유통 업계의 고심도 커지고 있습니다.
 
방역 당국은 아직 소 공급 물량이 충분한 상태로 수급 영향이 제한적이고, 백신 접종 및 살처분 범위 조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인데요.
 
문제는 추후 럼피스킨병 확진에 따른 추가 피해를 예측하기 어렵고, 이동 제한 등 감염 차단을 위한 강도 높은 조치가 시행될 경우 수급 불안에 따른 소고기 가격 상승이 불가피하다는 점입니다.
 
무엇보다 이 같은 소고기 가격 인상이 대체육 수요 증가로 이어져, 먹거리 물가 불안을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25일 럼피스킨병 중앙사고수습본부(중수본)에 따르면 국내 럼피스킨병 확진 사례는 이달 20일 첫 발생 이후 총 29건을 기록했습니다. 발생 지역도 첫 사례가 나온 충남을 비롯, 경기, 충북, 인천, 강원 등으로 나날이 점차 넓어지는 추세인데요.
 
럼피스킨병은 소나 물소에서 혹덩어리가 생기는 바이러스성 질병으로, 국내에서는 '제1종 가축전염병'으로 지정돼 있습니다. 정부는 일단 백신 접종을 마친 뒤 항체가 형성되는 추후 3주간 확진 사례가 늘어날 것으로 관측하고, 이 기간의 확산 방지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입니다.
 
중수본 관계자는 "럼피스킨병은 사람에게 전염되지 않고 감염된 소는 모두 살처분해 식품 유통망으로 들어오지 못하기 때문에 소고기와 우유를 소비해도 된다"며 "국내 소고기 수급 상황과 우유 가격 결정 구조 특성상 가격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관측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유통 업계의 심정은 다소 복잡합니다. 정부가 관측하는 백신 접종 후 3주간의 항체 형성 기간 동안 살처분 조치 및 이동 제한만으로도 소의 물량이 줄어드는 것은 불가피합니다. 최소 3주는 소의 재고 확보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시기인 것이죠.
 
게다가 이번 사태가 빨리 진압되지 않는다면, 이에 따른 공급 차질 기간도 길어져 소고기 소비 심리 역시 위축될 수 있습니다. 업계 역시 아직까진 충분히 대응 가능한 수준이지만, 전염병 확산 추이를 모니터링하겠다는 입장인데요.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소고기를 저장해놓는 창구를 마련해 자체적으로 2~3주 정도를 커버할 수는 있는 상태다. 단기적 이슈로 가격이 급등하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럼피스킨병의 확산세가 거세진다면, 중장기적 측면에서 다시 소고기 제품의 가격이 상승할 개연성은 있다. 추이를 지켜보고 있는 상황"고 말했습니다.
 
이미 한우 도매가격은 이번 럼프스킨병 확산과 함께 일시적 수급 불안 영향이 커지며 1주 새 10% 이상 치솟았습니다.
 
축산물품질평가원 축산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달 24일 한우 고기 도매가격은 1㎏당 2만53원으로, 럼피스킨병 발생 이전인 1주 전 1만7723원 대비 13.1% 급등했습니다. 한우 고기 도매가격이 1㎏당 2만원을 넘은 것은 최근 한 달 새 처음 있는 일입니다.
 
이번 사태가 단순히 소고기뿐만 아니라 먹거리 물가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럼피스킨병 확산은 당연히 먹거리 물가 상방 압력으로 작용하는 사안이다. 확산세가 거세질수록 소고기 공급량에 제약이 걸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며 "이렇게 되면 소고기 수요가 소고기 대체재 수요로 넘어갈 수 있다. 이는 소고기 대신 돼지고기나 닭고기 수요가 늘면서, 이들 고기의 가격도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라고 설명했습니다.
 
소 럼프스킨병 확산에 따른 방역으로 텅 빈 한 가축전자경매시장의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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