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는 못 버텨"…가격 줄인상에 물가안정 요원

하이트진로, 소주 출고가 6.95% 높여…업계 줄인상 본격화
원·달러 환율 1350원대 등락 반복…1400원대 진입 '초읽기'
"중동 리스크 해소 전까지 물가 불안 양상 지속 예상"

입력 : 2023-11-01 오후 3:37:15
 
[뉴스토마토 김충범 기자] 최근 정부의 가격 인상 자제 권고에도 불구하고 식품 기업들이 연쇄적으로 인상 행렬에 나서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업계가 원자재 가격 및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눈치싸움을 끝내고 본격적인 가격 인상에 나서고 있다는 분석인데요. 여기에 수입 가격에 영향을 주는 원·달러 환율이 계속 오르는 악재까지 더해지면서 국내 물가 안정이 요원하다는 우려 섞인 전망도 나옵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는 오는 9일부터 대표 소주인 '참이슬' 후레쉬와 오리지널의 출고 가격을 6.95%(80원) 인상하기로 했습니다.
 
참이슬 후레쉬 및 참이슬 오리지널 360밀리리터(㎖) 병과 1.8리터(ℓ) 미만 페트류가 대상입니다. 진로의 경우도 360㎖ 병의 출고가가 9.3% 뜁니다.
 
그간 소주 출고가가 70~80원가량 오를 경우 통상적으로 식당은 병당 1000원씩 올리는 경향이 짙었습니다. 식당 주인들이 출고가 인상과 함께 인건비, 식자재 가격 인상분을 함께 포함해 주류 가격을 높이는 것이 일정한 관행으로 자리 잡아온 탓이죠.
 
이로 인해 식당에서 판매되는 소주 가격은 병당 6000~7000원 선까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소주가 '서민의 술'이라 하기에 무색해지는 시대가 되고 있는 셈입니다.
 
이미 햄버거, 우유 등 다른 식품들의 가격이 오르기 시작하면서, 업계 전반에 걸친 릴레이 가격 인상 분위기도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습니다.
 
맥도날드는 이달 2일부터 대표 메뉴인 '빅맥'을 비롯해 일부 메뉴의 가격을 인상하고, 지난달 초부터 서울우유·남양유업·매일유업 등 주요 유업체들도 원유(原乳) 가격 인상을 이유로 흰우유·가공유 가격을 일제히 높였습니다.
 
게다가 정부의 권고에도 불구하고 업체들이 더 이상 눈치를 보지 않고 가격에 나서는 것도 연쇄 인상에 한몫할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한 유통업계 전문가는 "정부의 당부가 잦아지면서 업체들이 예전만큼 눈치싸움을 하지 않고 가격을 올리는 성향이 강해졌다"며 "기업의 수익성과 관련된 원부자재 가격, 인건비 상승 등 요인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정부가 이를 마냥 통제하기도 어렵다. 더욱이 자영업자들의 가격 인상의 경우 정부가 아예 건드릴 수조차 없는 영역"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이 같은 기업들의 연이은 가격 인상 행렬에 연내 물가 안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는 실정인데요. 문제는 여기에 환율 불안까지 겹치고 있다는 점입니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 7월만 해도 1200원대 중반 수준을 기록했지만, 이후 꾸준히 상승하며 현재 1350원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사태 불안감이 고조되면서 안전자산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지며 환율 상승 압력은 더욱 커지는 분위기인데요. 일각에서는 사태 추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이 이른 시일 내 1400원까지 도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됩니다.
 
원·달러 환율이 상승하면 수입 물가가 크게 오르게 됩니다. 이는 다시금 국내 소비자 물가의 상방 압력으로 작용해 물가 전반의 불안을 키우는 악순환으로 작용합니다.
 
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중동 리스크가 고조되면서 국제유가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이에 따른 인플레이션 압박도 확산되는 상황"이라며 "거시적으로 중동 불안의 변수가 사라지기 전까지는 국내 물가 불안 양상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습니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서 고객들이 소주 코너를 보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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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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