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가 상속분쟁 소송…‘경영권 참여 목적’ 증언 나와(종합)

2차변론기일, ‘상속 업무 총괄’ 하범종 사장 증인 재출석
“김영식 여사 ‘연경이가 잘할 수 있다’…지분 다시 받고 싶다”

입력 : 2023-11-16 오후 10:24:05
[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LG가 상속 분쟁의 목적이 ‘경영권 참여’ 때문이라는 증거와 증언이 법정에서 나왔습니다.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해야 한다는 소를 제기한 LG가 세 모녀 측은 그동안 ‘경영권 분쟁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혔는데 이를 뒤집는 기록이 나온 겁니다.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는 16일 오후 2시30분 고 구본무 선대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2차변론기일을 진행했습니다.
 
지난달 5일 진행된 1차변론기일에 이어 하범종 LG경영지원부문장(사장)이 원고 측 증인으로 출석했습니다. 하 사장은 2013년 ㈜LG 재무관리팀장 등을 역임하는 등 LG 오너일가 재산 관리 업무를 맡았으며, 고 구본무 선대회장 상속 관련 업무를 총괄한 인물입니다.
 
“아빠의 유지와는 상관 없이 분할합의 리셋해야”
 
이날 법정에서는 구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대표를 포함한 원고 측이 상속 분할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하 사장과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이 공개됐습니다. 
 
구 회장 측 법률대리인은 하 사장에게 녹취록을 토대로 “구연경 대표가 ‘아빠의 유지와는 상관없이 분할합의는 리셋해야 한다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맞느냐”고 묻자, 하 사장은 “네”라고 답했습니다. 
 
이어 “그 자리에서 김영식 여사가 ‘우리가 지분을 찾아오지 않는 이상은 주주간담회에 낄 수가 없다. 연경이가 아빠를 닮아서 전문적으로 (경영을) 잘할 수 있다. 쟤가 뭘 하게 되면 자신 있게 잘할 수 있다. 그러니 지분을 다시 받고 싶다’라며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다시 받고 싶다는 이야기를 했느냐‘고 물었고, 하 사장은 ”그렇다“고 답변했습니다. 
 
앞서 원고 측은 소송 제기 당시 ”경영권 분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또한 올초 이 법적 분쟁이 시작되기 1년 전부터 가족 사이에서 상속 관련 갈등이 불거졌었다는 이야기도 나왔습니다.
 
하 사장은 구본무 선대회장의 ‘장자 승계’ 의중이 담긴 메모가 폐기된 과정을 설명하던 중 “상속 절차가 마무리되면 망자와 관련된 문서는 폐기하는 게 LG의 40~50년 된 관행이다. 이번 역시 그 관행에 따라 모두 폐기했다”면서 “정확히 언제 폐기됐는지는 기억이 안 난다. 상속 소송이 제기되기 1년 전부터 재산과 관련한 갈등이 있었는데 이때 문서가 폐기된 것을 확인했다”고 증언했습니다. 
 
그간 세 모녀 측은 경영재산 전부를 구광모 회장에게 물려준다는 내용의 유언장이 있다는 말을 믿고 상속에 합의했으나, 알고 보니 유언장이 없어 법정 비율대로 상속받고자 소를 제기했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재판부 ‘조정’ 제안…구 회장 측이 ‘거절’
 
재판부는 이날 재판 말미에 양측에 “조정 절차를 거치는 게 어떻냐”고 제안했습니다. 원고 측은 “조정에 회부해 쌍방 절충점을 찾는다면, 원고에게 가급적 절차 진행에 협조하면 좋겠다고 할 생각”이라며 긍정적 반응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구 회장 측은 “원고의 의사는 상속 재산 분할보단 LG 경영에 관여하고자 하는 것”이라며 “(구 회장은) 법원 판결을 통해 본인의 경영권이 정당하다는 것을 확인받고 싶어한다”고 거부했습니다.
 
재판부는 오는 12월19일에 변론준비절차를 재개하고 향후 일정을 어떻게 진행할지 등을 논의하기로 했습니다.
 
한편 2018년 5월 별세한 고 구본무 전 회장은 ㈜LG 주식 11.28%를 비롯해 총 2조원 규모의 유산을 남겼습니다. 가족들은 협의를 통해 2018년 11월 상속을 완료했습니다. 
 
구 회장이 8.76%의 주식 지분을 물려받았고, 김 여사와 두 딸은 ㈜LG 주식 일부(구연경 대표 2.01%, 연수씨 0.51%)와 구 전 회장의 개인 재산인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 5000억원 규모의 유산을 받았습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재 구 회장의 ㈜LG 지분율은 15.95%입니다. 세 모녀의 지분율은 김 여사가 4.02%, 구연경 대표 2.92%, 구연수씨가 0.72%입니다. 
 
법원이 세 모녀의 손을 들어줘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재분배되면 구 회장의 지분율은 9.7%로 줄어드는 반면 세 모녀의 지분율 합은 14.09%로 늘어납니다.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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