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연석 기자] 법무부가 난민 불인정 사유를 강화하는 내용의 난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한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옵니다. 난민 관련 전문가들은 ‘즉각 철회돼야 할 개악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법무부 “국가안보 해칠 우려가 있는 자, 난민 불인정”
법무부는 13일 난민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습니다. 개정안의 골자는 ‘국가안보나 질서유지, 공공복리를 해치거나 해칠 우려가 있는 자에 대해 난민 불인정 결정을 하고, 사후에 밝혀진 경우라도 난민 인정 처분을 취소하거나 철회할 수 있도록 한다’입니다.
법무부는 개정안에 대해 난민협약에 이미 명시된 내용을 국내법에 추가한 것일 뿐이라고 했습니다. 난민협약은 ‘추방’과 관련해 ‘합법적으로 체류 중인 난민을 추방해선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다만 ‘국가안보나 공공질서에 관한 이유일 때만 예외’라고 규정합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테러리스트, 테러 우려자 등이 난민으로 인정되는 것을 막을 법률적 근거가 부족했다”면서 “이번 개정으로 난민 인정 과정에서 국민과 국가의 안전을 최우선 기준으로 삼을 수 있게 될 것이고, 그것이 ‘글로벌 스탠더드’(국제 기준)이기도 하다”고 밝혔습니다.
‘글로벌 스탠다드’에 역행하는 한국 난민법
한 장관은 ‘국제 기준’을 따른 것이라고 자신했지만, 전문가들은 오히려 역행하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국제 기준인 ‘난민협약’의 취지는 강제 송환하지 않을 의무를 체약국에 부여하는 것인데, 개정안은 정면으로 반하고 있다는 겁니다.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MAP)의 활동가는 “강제 송환 및 추방 금지로부터 보호하려는 취지”의 ‘난민협약’ 규정에서 “예외 단서로만 있는 문구를 전면으로 끌어올렸다”며 “협약을 과도하게 해석한 부분이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공익법센터 어필의 이일 변호사는 “난민 지위를 부여하지 않을 근거를 만드는 것은 난민협약의 체계 및 보호 레짐(체제)의 성격에 반하고 난민보호를 개별 국가의 자의적 정책 하위에 두려는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이어 “이 규정을 국제 사회와의 협조 속에 입법하여 운용하려면 난민협약을 탈퇴하지 않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모호한 규정 악용 우려…난민 혐오 부추겨
규정이 모호하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난민인권센터 소속 김연주 변호사는 “‘국가안보·공공질서 등을 해칠 우려’라는 규정이 모호하고 자의적으로 해석할 여지가 있다”며 “남용될 소지가 충분하다”고 꼬집었습니다.
이어 “출입국사무소에서 모호한 규정을 근거로 정부에 반하는 얘기를 하거나, 정부가 보기에 말을 안 듣는 사람에게 강제 퇴거 명령을 봐 왔었다”며 “거기서 더 나아가 이제는 난민 인정 자체를 안 하겠다는 것이라 악용 가능성이 높다”고 덧붙였습니다.
‘테러리스트’ 언급 역시 난민의 상황을 입체적으로 보지 못한 것이라는 비판도 나옵니다. 아시아평화를향한이주 활동가는 “에티오피아 난민의 경우 협박에 의해 테러단체에 이름을 올리고 도피하는 경우도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생존을 위해 자유의지에 반해 테러 단체에 가입한 자들마저 난민으로 인정 않거나 인정되더라도 취소하고 강제 퇴거하겠다는 것은 그들이 난민이 된 맥락 자체를 못 보는 것”이라며 “난민은 테러범, 잠재적 범죄자라는 고루한 프레임을 반복하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한편 난민인권센터 등 난민인권네트워크 단체들은 이러한 우려를 담은 의견서를 법무부에 보내기로 했습니다. 유엔난민기구 한국대표부는 “현재 개정안의 내용을 면밀히 검토하는 단계”라는 입장을 <뉴스토마토>에 알렸습니다.
난민과함께 공동행동 관계자들이 2019년 7월19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 앞에서 '루렌도 가족 입국과 난민심사 보장 촉구 난민연대단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유연석 기자 ccbb@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