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디콕스, 돌려막은 CB…돌고돌아 오버행 ‘폭탄’

발행주식 94% 오버행…이달에만 40% 출회
메자닌 '머니게임'…CB 만기 전 상환용 CB 발행 꼼수

입력 : 2024-01-0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선박 기자재 제조업체 메디콕스(054180)가 과거 운영자금 확보 등을 위해 발행한 전환사채(CB) 등이 대량으로 쏟아지면서 오버행(잠재적 매도물량)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이달에만 발행주식의 39.88%(1199만4943주)에 달하는 물량이 시장에 출회될 예정인데요. 일각에서는 새로운 최대주주인 소니드(060230)의 메디콕스 인수가 메자닌(주식연계채권) 지배력 확보를 목적으로 한 것이 아니냔 지적도 제기됩니다. 
 
묘수와 꼼수 사이…메디콕스의 콜옵션 활용법
 
3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메디콕스는 지난해 12월29일과 이달 2일 두 차례에 걸쳐 95억원 규모의 19회차 CB 주식전환이 청구됐다고 공시했습니다. 해당 CB의 전환가액은 792원으로 오는 16일 1199만4943주의 신주가 발행될 예정입니다.
 
이번 19회차 CB 전환청구에서는 메디콕스의 매도청구권(콜옵션) 활용법이 눈에 띕니다. 앞서 금융위는 지난 2021년 말부터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증발공) 개정을 통해 메자닌의 콜옵션 한도를 발행 당시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넘지 못하게 규정한 바 있습니다.
 
메디콕스의 19회차 CB는 메리츠증권을 통해 225억원 규모로 발행됐는데요. 지난달 180억원이 콜옵션 행사됐죠. 이는 발행당시 규모의 80%로 최대주주의 지분율(11.63%)을 7배가량 초과하는 물량입니다. 다만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초과하는 콜옵션이 불가능한 것은 아닌데요. 제3자에 재매각하거나 콜옵션 대상을 제3자로 지정할 경우 지분율 한도를 초과한 콜옵션이 가능합니다. 
 
메디콕스 역시 이번 콜옵션 대상을 다수의 개인 및 법인으로 지정했는데요. 주기호(20억원), 김도은(20억원), 류기중(20억원), 조성규(20억원)를 비롯한 11명의 개인과 3곳의 법인이 CB를 인수했습니다. 19회차 CB의 경우 주식전환시 총 발행주식총수(3007만7451주)의 94.45%(2840만9090주)에 달하는 물량인데요. 다수의 투자자들에게 나눠 매각돼 대부분 5% 지분 공시 의무를 피해갈 것으로 보입니다. 
 
메자닌 '머니게임' 탑승…하룻밤새 40% 평가익
 
19회차 CB의 경우 전환가액이 792원으로 이날 종가(1100원) 대비 28% 저렴합니다. 언제든 주식전환도 가능한 상황이죠. 콜옵션을 통해 지분을 확보한 투자자들은 대금 납입과 동시에 39.99%(종가 1100원 기준)의 평가익을 거두게 됐습니다.
 
시장 일각에서는 소니드의 메디콕스 인수 역시 경영 안정화보다 메디콕스의 메자닌 지배력 확보를 노린 것이 아니냔 지적이 제기됩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이전 최대주주였던 투자조합이나 새 최대주주 모두 3자배정 유증을 통해 최대주주에 올랐는데 경영 정상화보단 메자닌을 통한 ‘머니게임’에 관심이 있었던 것 같다”면서 “콜옵션 규모가 큰 CB의 경우 단기 차익실현이 쉽기 때문에 무자본 인수합병(M&A) 등의 세력이 좋아하는 매물이기도 하다”고 언급했습니다.
 
19회차 CB 발행의 원인이 된 17~18회차 CB 역시 재활용된 바 있습니다. 메디콕스는 19회차 CB로 조달한 자금 중 200억원을 채무상환에 사용하는데요. 과거 발행한 17~18회차 CB를 만기 전 갚기 위해서입니다.
 
17~18회차 CB는 발행 당시부터 재활용을 염두에 뒀던 것으로 추정됩니다. 메디콕스는 해당 CB를 발행 1년여만에 단기차입금으로 전환, 만기전 상환했는데요. 차입금을 빌려준 주체와 CB 투자자들이 일치합니다. 자금흐름을 보면 'CB투자자→메디콕스→CB투자자'로 사실상 돌려막기인 셈입니다. 이 과정에서 CB 투자자들은 차입금과 CB 이자를 챙겼고 메디콕스는 CB 지배력(재매각 권한)을 확보하게 됩니다.
 
만기 전 상환한 CB는 여러 투자조합을 통해 모두 재매각됐습니다. 5% 지분 공시 의무를 피해 시장에 출회됐고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17회차 CB 최초 주식전환 시점인  2022년 9월 7484원으로 연고점을 기록했던 주가는 작년 10월 650원까지 내려가며 상장 후 최저가를 기록했습니다.
 
앞선 관계자는 “재활용된 CB는 주가가 오를 때마다 언제든 시장에 출회될 수 있다”면서 “메자닌 콜옵션이 대규모인 만큼 ‘매물폭탄’에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사진=메디콕스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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