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민우 기자] 지난해 국내 말라리아 환자가 7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난 2011년 이후 12년 만에 가장 많은 규모의 환자가 쏟아져 나온 것입니다. 질병당국도 모기 감염병 예방 예산을 66%가량 추가로 늘린 상황입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선제적인 모기 유충구제 작업에 돌입했습니다.
21일 질병관리청의 주요 감염병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 수는 총 745명입니다. 국내 말라리아 환자 700명을 넘어선 것은 지난 2011년(826명) 이후 처음입니다.
2010년 이전 1000명~2000명대를 기록하던 말라리아 환자는 2011년에 접어들면서 1000명 밑으로 떨어졌습니다. 이후 2012년에는 542명으로 내려간 뒤 연평균 400명대 수준을 유지해 오다, 12년 만에 700명을 넘어선 것입니다.
지난해 유독 말라리아 감염이 많았던 것은 기록적인 폭염 및 폭우로 말라리아 매개 모기가 늘어난 영향이 큽니다. 무더위가 일찍 찾아온 가운데, 비까지 내려 모기 유충이 살기 좋은 환경이 됐다는 것입니다.
더욱이 2020년 1월 20일 국내 코로나19가 창궐하며 줄었던 야외활동이 엔데믹으로 크게 늘어난 것도 영향을 미쳤습니다. 공기감염이나 환자와의 일상적인 접촉을 통해서는 감염되지 않지만 모기에 물려 감염되는 급성열성질환입니다. 야외활동이 늘면 환자도 증가합니다.
천은미 이대목동병원 호흡기내과 교수는 "말라리아는 호흡기증상은 없지만, 감기 증상처럼 발열·오한이 나고 두통·근육통이 있다보니 감기와 오인할 수 있다"며 "말라리아 매개 모기에 물리지 않도록 국내 출몰 지역에 사는 분들은 여름철에도 가급적 긴팔을 입는 게 좋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말라리아 유행 지역으로 해외여행을 갈 때는 반드시 미리 항말라리아제를 복용하고 가는 것이 좋다"고 부연했습니다.
21일 질병관리청의 주요 감염병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 수는 총 745명이다. 자료는 연도별 말라리아 환자 발생 현황. (그래픽=뉴스토마토)
국내 말라리아 환자 급증에 따라 질병청의 모기 감염병 예방 예산을 6억원 늘었습니다. 전체 예산은 지난해 2조9470원에서 올해 1조6303억원으로 줄었지만, 말라리아·뎅기열 등 기후변화에 따른 모기 매개 감염병 예방을 위한 재정 투자가 늘어난 것입니다.
구체적으로 말라리아 위험지역 관리강화 예산은 지난해 9억에서 15억으로 늘었습니다. 법정 감염병에 대한 진단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예산도 43억원에서 2억원 증가하는 등 45억원으로 상향 조정됐습니다.
각 지자체도 올여름 말라리아 매개 모기 박멸을 위한 선제 조치에 돌입한 상태입니다. 인천 미추홀구 보건소는 작년 12월부터 다중이용시설의 정화조, 공원 내 화장실, 하수구 등을 대상으로 겨울철 모기 유충구제 작업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인천에서는 125명의 말라리아 환자가 나온 바 있습니다.
서울 중구와 동대문구, 경기 포천, 전남 강진, 부산 기장 등 각 지자체도 유충구제 사업에 일찌감치 착수했습니다. 유충구제 1마리당 성충 500마리 정도의 박멸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질병관리청 측은 "국내에서 주로 발생하는 삼일열말라리아의 경우 하루 걸려 열이 나는 패턴을 보이는 경우가 많다"며 "잠복기도 다양해 증상이 바로 나타나기도 하지만 다음해에 발병하기도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말라리아 발생지역 방문 후 의심 증상이 나타나면, 즉시 의료기관을 방문해 진료를 받아야 한다"며 "말라리아는 신속진단검사(RDT)로 15분 만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어 신속한 치료가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21일 질병관리청의 주요 감염병 통계를 보면, 지난해 국내에서 발생한 말라리아 환자 수는 총 745명이다. 사진은 모기 유충구제 모습. (사진=뉴시스)
세종=이민우 기자 lmw3837@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