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 IPO 앞두고 '뻥튀기 몸값'…구주주 엑시트?

몸값 12조~16조 평가…"카카오 IPO 기준으로 하면 기업가치 2조 밑돌아"
대규모 적자 지속 토스 페이먼츠가 상장 발목 잡는격
상장 이뤄지면 구주주 엑시트 열리는 셈

입력 : 2024-02-1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김보연 기자] 상장을 추진 중인 모바일 송금 플랫폼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기업공개(IPO) 주관사 선정 과정에서 제시한 15조~20조원대 기업가치는 현재 장외시장에서 거래되는 몸값의 2배 수준입니다. 심지어 카카오뱅크 IPO 공모가 산정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가치는 2조원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이 때문에 비바리퍼블리카의 IPO 추진이 구주주 엑시트를 위한 것 아니냐는 지적마저 나옵니다. 
 
적자에 허덕이는 토스 
 
상장을 추진 중인 모바일 송금 플랫폼 ‘토스’ 운영사 비바리퍼블리카가의 기업가치가 부풀려졌다는 논란이 이어지고 있다. (사진=뉴시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비바리퍼블리카는 IPO 대표 주관사로 한국투자증권과 미래에셋증권을 선정했습니다. 공동주관사는 삼성증권입니다. 증권사들은 비바리퍼블리카의 기업가치를 최대 20조원대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공모가 산정에 20~30%의 할인율이 적용되는 만큼 상장 후 토스의 예상 시가총액은 12조~16조원에 달할 것으로 보입니다. 
 
앞서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 2022년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를 자문사로 선정해 프리(pre) IPO를 진행했습니다. 당시 기업가치는 15조~20조원 규모로 평가됐습니다. 하지만 이때는 계획한 기간 안에 목표했던 투자금을 유치하지 못해 결국 상장이 연기됐습니다. 업계는 그 이유를 계열사의 대규모 적자 때문이라고 지적한 바 있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수익 1조원을 넘어서는 등 높은 매출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때문에 토스의 IPO 타이밍에 대한 지적은 물론 몸값을 지나치게 높게 평가받았다는 시각이 많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는 실적 공시 첫해인 2016년 226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한 이후 △2017년 -771억원 △2018년 -1832억원 △2019년 -3000억원 △2020년 -910억원 △2021년 -2212억원 △2022년 -3841억원 등 적자폭을 키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수익 1조원을 돌파했지만 이익을 내진 못했습니다.
 
연결재무제표에 포함되지 않는 토스뱅크 실적까지 반영할 경우 손실 폭은 더욱 커집니다. 토스뱅크는 지난 2021년과 2022년 각각 806억원, 2644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습니다. 
 
토스의 적자 규모 확대는 수익성보단 트래픽(이용자 수) 확보에만 신경 쓴 영업방식의 영향이 큽니다. 토스는 온라인 비대면 영업과 수수료 무료 혜택 등을 이용자에게 제공하며 이용자를 끌어 모았습니다. 작년에는 3%였던 영세 가맹점 토스페이 수수료를 1.60%로 절반 가까이 대폭 인하했습니다.
 
트래픽 확보를 위한 토스의 혜택 확대는 곧 비용 증가로 이어졌습니다. 지난 3분기 기준 비바리퍼블리카의 누적 지급수수료는 7359억원으로 전체 비용(1조865억원)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67.7%에 달합니다. 작년 3분기 누적 지급수수료는 전년 동기(6033억원) 대비 22% 증가했습니다. 
 
적자 키우는 토스페이먼츠
 
(그래픽=뉴스토마토)
 
실제 비바리버블리카의 매출 비중 60%를 차지하는 토스페이먼츠의 경우 토스가 인수한 후 수익성이 악화하고 있습니다. 토스페이먼츠는 지난 2019년 토스가 LG유플러스의 PG부문을 인수해 설립한 회사입니다. 토스 인수 전 PG시장 점유율 상위권에 있던 흑자 기업입니다. 그러나 비바리퍼블리키가 지난 2020년 8월 인수해 토스페이먼츠를 출범하면서부터는 적자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토스페이먼츠는 △2020년 287억원 △2021년 203억원 △2022년 418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지난해 3분기 누적으론 689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PG는 온라인상에서 가맹점과 신용카드사, 은행 등 대금결제사 간의 금융거래를 연결해주는 사업을 뜻하는데요. 인수 당시 토스페이먼츠의 대표이사도 홍민택 대표에서 토스에서 보험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김민표 대표로 신규 선임하고 개발자, 보안, 엔지니어 등 100여명의 채용 공고를 낸 바 있습니다. 당시 채용사이트 원티드에 게시된 공고에는 연봉 상위 5%, 3년 근무시 유급휴가 1개월, 법인카드 100%지급 등 업무에만 몰입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복리후생을 제공한다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이를 통해 새로운 결제서비스 혁신을 이룬다는 목표였지만 인건비 등 비용이 많이 소요된 탓에 아직 흑자전환을 하지 못한 것으로 보입니다.
 
IPO에서 토스가 원하는 기업가치는 10조원대 수준입니다. 지난해 토스는 시리즈G 라운드를 통해 5300억원의 신규 투자를 유치했습니다. 당시 토스가 인정받은 기업가치는 8조5000억원이었습니다. 투자 유치 후 기업가치는 9조1000억원이 된 셈입니다. 이에 따라 적어도 10조원 수준은 인정받아야 재무적투자자(FI) 등의 엑시트가 가능해질 수 있습니다.
 
다만 업계에선 지나치게 높은 몸값을 우려하는 분위기입니다. 구주주들의 엑시트를 위해 높은 몸값을 매겨 IPO를 강행할 경우 공모주 투자자들이 손실을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비교그룹으로 꼽히는 카카오페이(377300)카카오뱅크(323410) 역시 앞선 상장 과정에서 고평가 논란에 시달렸는데요. 카카오뱅크의 경우 해외 금융플랫폼 기업의 주가순자산비율(PBR)을 기반으로 희망 공모가를 산출, 주가순자산비율(PBR) 7.3배를 적용해 시가총액 18조원에 상장했습니다. 국내 5대 금융지주의 PBR이 1배 미만과 비교해 지나치게 고평가됐다는 논란이 이어졌습니다.
 
카카오 뛰어넘는 기업가치 부풀리기 
 
만약 토스가 시총 16조원의 몸값으로 상장한다면 PBR은 19배(공모금액 1조원 산정 시)로 고평가 논란을 빚었던 카카오뱅크 공모가마저 훌쩍 넘어서게 됩니다. 카카오뱅크는 상장 후 반짝 상승했다가 주가 하락이 계속돼 고점의 3분의 1 토막이 난 상황인데요. 시총도 지난 8일 현재 13조8770억원으로 주저앉았습니다. PBR은 2.16배로 뚝 떨어졌습니다. 
 
비바리퍼블리카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식의 트래픽 확보에 집중하는 사이 장외시장에서 비바리퍼블리카의 시세도 급격히 하락했습니다. 지난 2021년 말 한때 증권플러스 비상장에서 비바리퍼블리카는 16만7000원까지 오르며 시총도 30조원에 육박했습니다. 지난 8일 기준가는 5만500원으로 추정 시총은 9조원을 밑도는 수준입니다. 
 
이경준 혁신 IB자산운용 대표는 "기업가치보다 뻥튀겨진 장외가격도 10조원 밑이기 때문에 15조~20조원을 제시한 것은 여론을 역이용한 것이며 고평가라고 생각한다"며 "카카오뱅크의 IPO 공모가 산정 방식으로 계산할 경우 비바리퍼블리카 자본이 1조원도 되지 않기 때문에 기업가치는 2조원에도 미치지 못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토스 관계자는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기 위해 토스페이먼츠를 출범한 것"이라며 "고평가됐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회사 측에서 밸류(가치)를 얘기하는 것은 적절치 않고 자본시장에서 판단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김보연 기자 boye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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