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공수처 지휘부…주요사건 '마비' 위기

이영진 골프 접대·표적감사 의혹 수사 사실상 멈춰

입력 : 2024-02-13 오후 3:47:46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지휘부가 사실상 무너졌습니다. 처장 인선이 지연되고 있는 가운데 직무대행마저 사의를 표명하면서 공수처 내 표류하고 있던 주요 사건에 대한 최종 처분은 더욱 미뤄질 전망입니다.
 
13일 법조계에 따르면 공수처는 현재 이영진 헌법재판관 골프 접대 의혹,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 표적감사 의혹, 해병대 채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현직 경무관의 수사 무마 대가 뇌물 수수 의혹 등을 주요 사건을 수사 중입니다.
 
공수처는 실제로 골프 접대 의혹을 받는 이 재판관을 지난달 소환하려고 했지만 조사는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애초 지난달 말 수사가 마무리될 것으로 보였지만 아직까지 공소제기 요구 또는 기소 여부에 대한 판단은 나오지 않고 있습니다.
 
전현희 전 국민권익위원장에 대한 감사원의 표적 감사 의혹의 경우, 감사원 실세로 불리는 유병호 사무총장을 지난해 소환조사했지만 최재해 사무총장에 대한 조사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은 상태입니다.
 
공수처는 지난해 감사원을 압수수색했고, 최 감사원장과 직원 10여 명도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수사를 받고 있는 감사원은 2022년 10월 공수처를 감사해 지난해 7월 정기 감사 결과를 발표했지만 올해 하반기 또 감사하겠다고 밝힌 상황입니다.
 
'공무원 뇌물수수' 사건 두고 검찰과 신경전도
 
지난해 집중호우로 순직한 해병대 채상병 사건의 수사 외압 의혹에 대해선 지난달 국방부 검찰단과 조사본부를 대상으로 강제수사에 나섰지만 주요 피의자 소환 등 추가 수사에 나서기는 어려워 보인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이외에도 공수처는 사건 처리를 놓고 검찰과의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감사원 3급 공무원 뇌물수수 사건을 수사한 공수처가 지난달 서울중앙지검에 기소를 요구하며 사건을 넘기자 검찰은 추가 수사가 필요하다며 이를 반송했습니다. 이후 공수처가 사건 접수를 거부하고, 두 기관 사이 신경전이 이어지면서 수사는 사실상 한 달 넘게 멈춘 상태입니다.
 
기관장 없이 주요 결정 어려워
 
이 와중에 지휘부 공백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주요 사건들에 대한 수사는 속도를 내기 어려워 보입니다.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구속영장 청구, 압수수색 등 강제수사와 기소 여부에 대한 결정을 기관장 없이 내리는 것은 사실상 어렵기 때문입니다.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회는 최종 후보를 추리지 못한 채 두 달 넘게 공전 중입니다. 후보추천위는 지난 6일 7차 회의를 진행했지만 끝내 무산됐습니다. 오는 29일 8차 회의가 열리는데, 그날 최종 후보 2명을 결정한다고 해도 대통령 지명과 인사청문회 등 절차까지 고려하면 시간이 더 걸릴 전망입니다.
 
처장 직무대행을 맡고 있는 김선규 수사1부장도 오는 29일 사직서를 제출할 에정입니다. 김 대행의 사직서가 수리되면 처·차장 대행은 각 송창진 수사2부장검사와 박석일 수사3부장검사가 맡게 됩니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사진=공수처 제공)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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