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흘째 유화 손짓에도…돌파구 못 찾는 의정

윤 대통령, 의대 교수 사직에 대화 촉구…의료계는 '2000명 증원 철회' 요구

입력 : 2024-03-26 오후 5:07:23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26일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의 출발점"이라며 '2000명 증원'의 재논의 가능성을 일축했습니다. 의정 갈등 해소를 위해 의료계에 사흘 연속 유화 메시지를 보낸 윤 대통령이 의대 증원에선 '원칙론'을 고수했습니다. 정부의 전공의 면허정지 처분 유예 조치에도 불구하고 의료계는 2000명 증원 철회를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고수, 양측의 갈등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을 전망입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전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일부 의대 교수들이 어제부터 사직서를 제출하기 시작했다"며 "의대 교수진을 비롯한 의료인 여러분, 의료개혁을 위한 정부와의 대화에 적극 나서주시기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또 "제자인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복귀할 수 있도록 설득해 달라"고 당부했습니다.
 
마주 앉은 의정…윤 대통령은 '원칙론'
 
최근 윤 대통령은 의료계를 향해 유화적인 메시지를 잇달아 냈습니다. 앞서 지난 24일 윤 대통령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에 따라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 방침과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에게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달라"고 지시했습니다. 전날에는 한 총리와의 주례회동에서 "의료계를 비롯한 사회 각계와 더욱 긴밀히 소통해 달라"고 주문한 바 있습니다.
 
이에 한 총리는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서울대병원에서 의료계 주요 대표자·전국 대학 총장들과 간담회를 열고 "의료 개혁과 관련해 정부는 적극적으로 대화하며 머리를 맞대 해결하는 노력을 하겠다"고 밝혔습니다. 의정 갈등 이후 양측이 '정식으로' 마주 앉은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하지만 윤 대통령은 같은 날 국무회의에서 의료계와의 대화를 촉구하면서도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데 집중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의료와 교육이 뒷받침돼야만 지역의 정주 여건이 마련되고, 지역 균형발전이 가능하다고 여러 차례 이미 강조한 바 있다"며 "무너져 가는 지역, 필수의료를 살려 의료개혁뿐만 아니라 살기 좋은 지방시대를 실현하고, 필수적인 사회서비스의 지역 간 격차를 해소해 우리나라 전체의 지속가능성을 강화할 것"이라고 역량 있는 지역병원 육성을 약속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또 "지역거점 국립대병원을 지역의료와 필수의료의 중추 기관으로 육성하고, 수도권 빅 5(서울대병원,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수준의 진료, 교육, 연구 역량을 갖추도록 충분히 지원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지역의대를 중심으로 입학 정원을 확대할 경우 지역의료가 강화될 수 있다는 점도 피력했습니다.
 
한덕수(오른쪽 두 번째) 국무총리가 26일 서울 종로구 서울대학교 연건캠퍼스 의과대학에서 열린 의료 개혁 관련 현안 논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의대증원, 의료개혁 필요조건"…협상 테이블 '먹구름'
 
그러나 의료계가 대화의 선결조건으로 내걸고 있는 '2000명 의대 증원 철회'와 관련해선 재론의 여지가 없음을 재확인했습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증원 규모가 대학별로 확정됨으로써 의료개혁을 위한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만들어졌다"며 "의대 증원은 의료개혁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습니다. '2000명 증원안'에 대해 양보할 뜻은 없다고 확실하게 못 박은 겁니다. 대화의 문은 열어놓되, 의대 증원은 흔들림없이 추진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으로 보입니다.
 
'2000명 증원 백지화'를 일축한 윤 대통령은 대신 당근책으로 보건의료 분야에 대한 과감한 재정 투자를 약속했습니다. 지역의료 인프라 확충과 필수 의료에 대한 보상 강화, R&D(연구개발) 사업 등에 대한 내년 예산 편성을 예고했습니다. 다만 현재 의정 갈등을 봉합하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와 관련해 전공의와 의대 교수들은 '의대 2000명 증원 백지화'를 거듭 요구하며 전날부터 집단 사직에 나선 상황이어서 정부와의 갈등은 더욱 격화되는 모양새입니다. 의료계에선 증원 철회 없이는 협상 테이블에 임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유지, 접점을 찾기까지 상당한 진통이 예상됩니다.
 
정부 입장도 강경합니다.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은 이날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진정성 있는 자세로 조건 없이 대화에 임할 것을 제안한다"며 의료계가 대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한 '의대 증원 백지화'에 선을 그었습니다. 또 "내년도 의대 입학정원 학교별 정원 배정을 확정했고, 대학입학전형 반영 등 후속 절차를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5월 내로 후속 조치를 마무리할 것"이라고 향후 일정까지 못 박았습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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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주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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