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오른 내년 최저임금 논의…'시급 1만원 시대' 유력

물가상승률 전망치 2.5% 반영시 '1만106원'
임금 차등 적용도 '뜨거운 감자'…'중재자' 공익위원 대거 교체 예정

입력 : 2024-03-29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백승은 기자] 내년도 최저임금 결정을 위한 심의 절차가 본격적으로 시작됩니다. 최대 관심사는 '시급 1만원' 시대가 열릴 것인지 여부입니다. 가파른 물가 상승률 등을 반영할 때 1만원대 진입이 유력할 것으로 관측됩니다. 이와 함께 '업종별 최저임금 차등 적용' 논쟁도 거세질 전망입니다.
 
심의 기간 중 최저임금위원회 내 공익위원의 임기 만료도 변수입니다. 공익위원은 근로자·사용자위원회 사이 일종의 중립 지대이자 중재자 역할을 합니다. 최저임금 결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 만큼 어떤 인물들로 채워질 지 주목됩니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29일 최저임금위원회(최임위)에 2025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합니다. 최저임금법 시행령을 보면 고용부 장관은 매년 3월 말까지 최임위에 심의를 요청해야 합니다. 이정식 장관은 주말을 감안해 이날 요청한다는 계획입니다.
 
최임위는 공익위원·사용자위원·근로자위원이 각 9명씩 총 27명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장관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인 6월 말 최저임금안을 장관에게 제출해야 합니다. 이후 장관은 8월5일까지 내년 최저임금을 결정해 고시하면 확정됩니다. 경영계와 노동계 간 이견이 클 경우 정해진 일정을 넘기는 경우도 허다합니다. 
 
최임위가 심의 요청을 받고 6월 안으로 장관에게 최저임금안을 제출한 것은 1988년 제도 도입 이후 8차례에 불과합니다. 지난 2022년 '2023년 최저임금'을 심의하며 8년 만에 법정 기한을 지켰지만, 작년 '2024년 최저임금' 심의 당시에는 법정 심의기간을 훌쩍 넘긴 110일이 걸렸습니다.
 
28일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29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최저임금위원회에 2025년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한다. (그래픽=뉴스토마토)
 
물가상승 반영시 '1만106원'
 
올해 가장 큰 쟁점은 최저임금이 1만원을 돌파할 것인지 여부입니다. 현행 최저임금(9860원)에서 1만원에 도달하려면 1.4%를 인상해야 합니다. 통상 최저임금 인상 폭에 물가 상승률 전망치가 반영됩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전망하는 올해 물가 상승률(2.5%)이 반영될 경우 2025년 최저임금은 1만106원이 됩니다.
 
최저임금 차등 논의도 핫한 논쟁거리입니다. 최저임금 업종별 구분 적용 조항을 둔 것은 최저임금 제도 도입 첫 해인 1988년 1차례에 불과했지만, 매년 제기되는 논쟁 중 하나입니다. 지난해에도 사용자위원은 편의점, 택시운송, 음식·숙박업 등 3개 업종에 대해 차등 적용을 주장했지만 결국 무산됐습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했습니다.
 
올해는 외국인 가사도우미에 대한 차등 적용이 화두로 부각되고 있습니다. 이달 초 한국은행이 '돌봄서비스 인력난 및 비용부담 완화 방안' 보고서를 통해 관련 내용을 언급하면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습니다. 보고서는 오는 2042년까지 최대 155만명에 달하는 돌봄 인력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하면서, 외국인 돌봄 인력을 확대하는 고용허가제와 함께 최저임금을 차등 적용하자는 내용을 담았습니다.
 
최근 이정식 고용부 장관은 기자들과 만난자리에서 "최저임금 수준 못지않게 업종별 구분 여부, 차등 여부는 지속해서 노사 간 쟁점이 되어 왔다"며 "제도와 의식, 관행은 시대에 맞춰 변해 가는 것이다. 시대적 과제가 저출생·인구구조·일 가정 양립 등이라고 하면 이를 감안해 최임위에서 수용성 높은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최저임금 차등 적용이 현실로 이뤄질지는 미지수입니다. 특히 우리나라는 고용·직업상 차별을 금지한 국제노동기구(ILO) 111호 협약 비준국으로 넘어야 할 문턱이 존재합니다.
 
공익위원 9명 중 8명 교체 '변수'
 
최저임금 심의 과정에서 '핵심 열쇠'를 쥐고 있는 공익위원이 교체되는 점도 변수입니다. 최임위 공익위원 9명 중 8명은 오는 5월13일자로 임기가 만료됩니다. 최임위는 사용자위원과 근로자위원이 각자의 최저임금안을 내놓고 입장 차가 좁혀지지 않을 경우 공익위원이 심의 촉진 구간을 제시합니다. 서로의 범위 안에서 수정안 제출을 요하는 식입니다. 때문에 최저임금 결정에 막강한 영향력이 미칩니다.
 
이 장관은 최임위 공익위원 선정 기준에 대해 "위원 위촉 시간도 걸리고, 관례를 놓고 봤을 때 (교체 예정 위원들이) 있는 상태에서 최저임금 심의를 요청하고 새 위원을 위촉하는 게 맞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지금 노사 단체에 위원들 추천 요청 공문을 보내고 위촉을 진행 중"이라며 "노사 입장에 대해 의견을 수용할 수 있고, 의견이 대립 상충되면 조정도 할 수 있는 전문적 식견을 가진 분들을 위촉 기준으로 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지난 3월5일 서울 종로구 세종대로 사거리에서 출근길에 오른 시민들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사진=뉴시스)
 
세종=백승은 기자 100wins@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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