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증원은 기회"···지방대, 위상 확립 '노림수'

우수한 학생 확보·등록금 수입증가
"대학 브랜드와 명성에 큰 영향"
"지방유학 생길 수도···대학 위상 달라질 것"

입력 : 2024-04-26 오후 5:14:24
 
 
[뉴스토마토 박대형 기자] 의과대학 정원 증원을 둘러싸고 정부와 의료계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지는 가운데 지방대학은 대규모 의대 증원을 포기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의대 증원은 지방대학의 위상과 직결된 문제인 까닭입니다. 입시업계에선 의대 증원이 향후 대학 서열에도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합니다.
 
의대 증원, 지방대에는 절호의 기회
 
교육부가 실시한 2025학년도 의과대학 입학정원 수요조사에서 전국 40개 대학은 총 3401명의 정원 증원을 신청했습니다. 이 중 비수도권 27개 대학은 전체 수요의 72.6%에 해당하는 2471명의 증원을 요청했습니다. 특히 정원 50명 미만의 '미니 의대'들은 2~5배에 달하는 증원을 신청했습니다.
 
지방대학들은 의대 증원이 기회입니다. 인구가 감소하면서 지방대학들은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26일 한국교육행정학회 연구(지방대학 위기의 원인과 해결방안에 대한 고찰)에 따르면 2021년 전국 대학의 신입생 충원율은 91.4%로 40586명의 미충원이 발생했습니다. 이 중 75%가 비수도권에서 발생했습니다.
 
전체 추가모집 인원 중 지방대학이 차지하는 비율은 85.8%에 달했고, 최초 추가모집에 나선 167개교 가운데 최종 미달된 77개교는 대부분 지방 소재 대학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지원 현황을 공개하지 않은 대학까지 감안하면 지방 소재 미달 대학은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서울·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입학성적 차이도 큽니다. 한국지역사회학회 연구(지방대학 위기의 원인과 대안)에 따르면 카이스트 등 특수목적대를 제외하면 입시 성적 10위권 내에 드는 지방대학은 없습니다. 10~20위에 2개, 20~30위에 3~4개 대학이 있을 뿐입니다. 나머지는 모두 서울·수도권 대학이 차지하고 있습니다. '인서울'은 대학 입시에서 성공 여부를 가리는 기준으로 자리잡았습니다.
 
서울·수도권 대학과 지방대학의 격차가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의대 증원은 지방대학이 우수한 학생을 안정적으로 확보할 절호의 기회입니다. 아울러 의대는 다른 학과에 비해 등록금이 높기 때문에 등록금 수입이 증가하는 이익도 있습니다. 대학이 의대교수·학생과 갈등을 빚으면서도 의대 증원을 포기할 수 없는 데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는 겁니다.
 
2025학년도 의과대학 정원배정 (인포그래픽=뉴스토마토)
 
"중요한 건 자격증···의대 소재지 중요하게 생각 안 해"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지금 학령인구가 계속 줄고 있어서 정원을 채우는 지방대학이 국립대 빼고는 없다"며 "대학 정원을 이제 합법적으로 늘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 보니 의대 정원을 늘려준다고 하면 대학으로선 당연히 환영하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또 "의대 정원이 늘어나면 의대를 목표로 하는 최상위권 학생들 사이에서 그 대학에 대해 말이 더 나오게 되니 마케팅 효과도 생기는 셈"이라고 했습니다.
 
남 소장은 "만약 지금 문제가 되는 필수 의료 쪽으로 가야 한다고 하면 종합병원이 있는 학교라든지 종합병원이 크기가 큰 학교를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요즘은 거의 다 개원하려고 한다"며 "특히 피부과나 성형외과 쪽을 대부분 선호하다 보니 학교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는다"고 덧붙였습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취업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평생 벌어먹고 살 수 있는 자격증이 나오는 학과 중에 의대 선호도가 가장 높다"며 "이같은 현실적 이유 등을 감안하면 앞으로도 의사에 대한 전망치·기대치는 낮아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대규모 의대 증원···대학 위상 달라질 것"
 
임 대표는 "의대는 서울대·연세대·고려대 합격 점수보다 높게 형성된다. 최상위권 이공계 학생들의 관심이 모이는 학과"라며 "대학 입장에선 대학의 브랜드와 명성에 굉장히 유의미한 데이터가 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의대 모집 정원이 늘어나면서 의대 합격 점수도 대학별로 지역에 따라 달라진다"며 "의대가 앞으로 대학 서열을 바꿀 수 있고 고착화시키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그러면서 "(의대 증원 폭이 가장 큰 충북대의 경우) 충청권에서 이공계 최상위권 학생들을 아예 싹쓸이하는 분위기가 될 수 있다. 그 지역에서 상위권 학생들의 관심과 주목도가 대단히 높아지는 것"이라며 "자동적으로 대학의 위상이 달라지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임 대표는 "서울·수도권에 거주하는 학생들도 중학교 때부터 아예 충청권에 내려가서 모집 정원이 많은 의대를 준비하는 경우가 생겨날 수 있다"며 "그 대학의 위상은 충청권뿐만 아니라 서울·수도권 학생들 사이에서도 달라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충북대학교 의대 학장단은 18일 이 대학 1층 강의실에서 대학이 정부 의대 증원 방침에 따라 학칙 개정을 밀어붙이고 있다며 대화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대형 기자 april2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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