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페론, 주주배정 아닌 일반공모 유증…시장 ‘싸늘’

상장 1년6개월 만에 유증…신주 발행가 '반토막'
주주 우선 청약없어 주식가치 훼손 우려

입력 : 2024-05-02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샤페론(378800)이 기업공개(IPO) 1년6개월여 만에 일반공모 유상증자를 추진하면서 주주들의 원성을 사고 있습니다. 이번 유상증자 발행가격이 공모가의 절반 수준에 그친 데다,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 훼손이 큰 일반공모 방식이 적용됐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최대주주마저 유증 불참을 선언하면서 주주가치 훼손을 방관하고 책임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샤페론은 350억원 규모의 일반공모 유증을 추진합니다. 총 1318만여주를 발행할 예정이며, 1차 예정 발행가액은 2655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이는 작년 상장 당시 공모가 5000원보다 46.9% 낮은 가격입니다. 발행가 확정일은 6월4일이며, 일반공모는 같은 달 10~11일 예정입니다.
 
신약 개발 기업인 샤페론은 지난 2022년 10월 기술특례로 코스닥시장에 상장했습니다. 당시 희망 공모가 밴드로 8200~1만200원을 제시했지만, 수요예측 흥행에 실패하며 공모가는 희망밴드 하단보다 39% 낮은 5000원으로 결정됐습니다.
 
상장 이후 샤페론의 주가는 상승세를 보였습니다. 아토피 치료제 임상 기대감에 고점 기준 1만1600원까지 오르며 공모가 대비 2배 넘게 상승하기도 했습니다. 이후 하락세로 돌아섰고 작년 9월 이후 공모가를 하회하기 시작했습니다. 공모가를 회복하지 못한 상황에서 유증 소식까지 겹치며 주가는 급락했습니다. 공시 다음 날인 지난 13일 16.01% 급락했고 26일에는 1801원까지 빠지며 상장 후 최저가로 빠졌습니다.
 
유증 방식에 대해서도 투자자들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샤페론은 이번 유증에서 '주주배정 후 실권주 일반공모' 방식이 아닌 '일반공모 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할 계획입니다.
 
통상 일반공모 방식의 경우 주주배정 방식보다 기존주주들의 주식가치 훼손이 더 큰 편입니다. 주주배정 방식은 기존주주들에게 보유지분에 비례한 우선청약권을 주기 때문입니다. 유증 참여 계획이 없는 기존주주들은 신주인수권증서를 매각해 현금을 받을 수도 있습니다. 반면 일반공모 방식의 경우 기존주주들에게 우선권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높은 할인율을 제공하는 만큼 시가 대비 저렴한 신주가 발행되는데, 늘어난 신주만큼 지분가치가 희석되면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집니다. 샤페론은 유증에서 기준가 대비 25%의 할인율을 제공합니다.
 
최대주주인 성승용 샤페론 대표가 책임을 주주들에게 떠넘긴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주주배정으로 진행하면 최대주주의 지분율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성 대표는 이번 유증 청약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유증이 완료되고 나면 성 대표의 지분율은 19.90%에서 12.66%로, 7.24%포인트 낮아집니다. 
 
유증을 통한 자금조달 규모가 예상보다 줄어들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부분입니다. 예정발행가액을 산정할 당시 샤페론의 기준주가는 3534원이었는데요. 이날 종가 1977원을 기준가로 하면 발행가는 1482원으로 떨어집니다. 유증으로 조달할 수 있는 자금도 350억원에서 195억여원으로 쪼그라듭니다.
 
샤페론은 IPO 당시 공모가가 희망밴드를 밑돌면서 목표한 자금조달에 실패했는데요. 이번 유증에서도 목표자금을 조달하지 못하면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이어질 수 있습니다. 샤페론 측은 “유증 대금은 연구개발 등 운영비로 사용할 예정”이라며 “향후에도 연구개발비 목적을 위해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사진=샤페론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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