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법원 제동 '주목'

집행정지 인용 가능성 있어…'법원 판단 영역 아냐' 의견도

입력 : 2024-05-02 오후 4:12:30
 
 
[뉴스토마토 김수민 기자] 의과대학 입학 정원 증원을 둘러싼 의료계와 정부의 대립 국면에서 사법부의 판단이 변수로 떠올랐습니다. 법원이 증원 방침의 과학적 근거를 요구하며 당분간 증원을 확정 짓지 말라고 '제동'을 걸면서입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의대 교수, 전공의, 의대생, 수험생 등 18명이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에서 의대 증원의 타당성을 따져 볼 전망입니다.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진행된 공판에서 정부 측에 증원 규모로 내세웠던 2000명이라는 수가 어떻게 나왔는지 그 근거를 내라고 했습니다.
 
제대로 된 인적·물적 시설 조사를 바탕으로 정한 것인지, 차후 어떻게 지원할 것인지, 예산은 있는지 등 현장실사 자료와 회의록을 제출해 달라는 겁니다.
 
재판부는 이를 바탕으로 이달 중순까지 결정하겠다며 그 전까지는 의대 정원 최종 승인 하지 말것을 요청했습니다.
 
법조계 "기존 판례 뒤집은 이례적 주문" 
 
법조계에선 법원의 이같은 요청이 현행법이나 기존 판례를 뒤집은 이례적인 주문이라는 평가가 나옵니다.
 
앞서 의대 교수와 의대생 등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과 관련해 제기 집행정지 가처분 신청은 서울행정법원에서 줄줄이 각하된 바 있습니다.
 
항고심에서 법원의 앞선 판단과 다른 결과가 나온다면 정부의 의대 증원 방침은 중대 변수를 맞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재판부가 어떤 결정을 내릴지를 두고 법조계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먼저 재판부가 집행정지 가처분을 인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 의견이 있습니다.
 
한 의료법 전문 변호사는 "이 소송의 가장 큰 벽은 당사자 적격 문제였다"며 "그러나 재판부가 당사자 적격 여부는 본안에서 판단 받아봐야 한다고 밝힌 만큼 정부가 2000명 증원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지 못할 경우 집행정지 가처분은 인용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설명했습니다.
 
인용시 본안 판결까지 절차 중단
 
재판부가 집행정지를 인용하면 행정소송 본안 판결까지 정부의 의대 증원 추진 절차는 중단될 수밖에 없습니다. 본안 소송의 첫 재판 기일도 잡히지 않은 상황에서 의대 정원 증원분을 당장 입시에 반영하기 어려워질 뿐만 아니라 입시 혼란은 당분간 불가피합니다.
 
재판부의 요청에 강제성은 없기 때문에 속도감 있게 진행하려던 정부의 계획에 차질이 생길 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지만 풀리지 않던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을 해소할 기회라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법원마저 제동을 걸지 않으면 심각한 갈등 상황을 해결할 방법이 없었기 때문에 대입 전형은 보류하거나 내년으로 미루더라도 이번 기회로 정부와 의료계가 대화 구실을 마련해 협의를 모색하는 것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내년 의대 증원 1500명선 전망
 
정부 정책은 법원의 판단 영역이 아니라며 집행정지가 받아들여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보는 목소리도 적지 않습니다. 
 
한편 교육부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전국 의대가 제출한 '2025학년도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상 의대 모집인원을 취합해 이날 공개했습니다.
 
증원분이 반영된 31개 의대의 내년도 증원 규모는 1469명으로 집계됐습니다. 의학전문대학원으로 이번 취합대상에서 빠진 차의과대의 증원분을 포함하면 1500명대 수준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빅5' 가운데 서울대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일하는 교수들이 외래 진료와 수술을 중단한 지난 30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 교수들이 이날 휴진과 의대 정원 증원 반대 이유를 알리며 손팻말을 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수민 기자 su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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