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대형 기자]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해 각 대학 총장 등을 상대로 가처분 소송을 제기한 의대생 측이 "법원의 결정은 동일할 것이 명백하므로 심문기일에 출석·심리할 필요가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며 심문에 불출석했습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는 3일 오후 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충남대 등 의대생 총 1786명이 각 대학 총장·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국가를 상대로 낸 대입전형시행계획 변경금지 가처분 사건 심문기일을 열었으나 이날 의대생 측은 "편향적이고 시간끌기식 심문"이라며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앞서 의대생 측 소송대리인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는 불출석 사유서를 통해 "법원은 지난달 30일 이 사건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건에 대해 각하·기각 결정을 했다"며 "서면심리로 족한 사건이므로 법원이 현명하게 심리·결정하면 될 것으로 사료된다"고 밝혔습니다.
정부 측 "계약상·법리상 권리 인정 안 돼"
의대생 측이 불출석한 가운데 정부 측 대리인은 이날 심문에서 "지난 26일 심문한 사건과 동일한 내용"이라며 "재판부가 판시한 것처럼 채권자들은 재학계약상의 권리를 주장하는데 계약상으로도 법리상으로도 권리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내 교육여건이 달라진다고 해서 타인을 배제해 달라고 하는 건 헌법상·재학계약상 인정되지 않는다"며 미흡한 교육여건은 향후 개선해 나갈 일이라고 덧붙엿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은 26일 심문한 사건과 내용이 동일하다"며 "가능한 빨리 결정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같은 재판부는 지난달 30일 강원대·제주대·충북대 등 의대생 총 485명이 낸 대입전형시행계획 변경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피보전권리가 있다는 점이 전혀 소명되지 않는다"며 기각한 바 있습니다.
당시 재판부는 "의대생들은 대학 총장과 '재학계약'이라는 사법상 계약을 체결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를 소명할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설령 계약이 체결됐다고 해도 구체적인 내용이 확인되지 않는다"고 지적했습니다.
아울러 "입시계획 변경이 고등교육법 위반이라 무효라고 하더라도 입학정원 증가에 따른 의대생들의 법적 지위에 불안·위험이 발생하게 된다고 보기 어렵다"며 "입시계획 변경으로 정원이 늘어나 학습권의 핵심적인 부분이 침해될 정도로 낮은 품질의 교육서비스가 제공되는지 여부 등은 본안에서 충실한 증거조사와 면밀한 심리를 통해 판단해야 할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의대생 측이 국가를 상대로 낸 가처분 신청에 대해선 “공법상 법률관계에 관한 소송에 해당하므로 행정법원의 관할에 속한다"며 서울행정법원으로 이송했습니다.
의대생 측 "항고장 제출···법원이 정부 편들어"
가처분 신청이 기각되자 의대생 측은 "정부의 과학적 근거 없는 2000명 증원 결정 등으로 교육받을 권리가 형해화된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는데도 원심은 이를 애써 외면했다"며 "서울중앙지법의 이송·기각결정에 대해 즉시항고장을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막연히 관할위반이므로 행정법원에 이송한다고 하는 것은 법원이 정부 측을 편들고 '시간끌기'에 동조하는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행정법원에서 이 사건을 심리하게 될 시점에는 이미 각 대학의 입시요강 발표가 종료된 이후"라며 "그땐 '소의 이익'이 없다며 각하 내지 기각할 것인데 이것이 정부의 속셈"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의대생들을 대리하는 법무법인 찬종 이병철 변호사가 26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의대생들이 대학 총장을 상대로 제기한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금지 가처분 소송의 첫 심문을 마친 뒤 취재진에게 입장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대형 기자 april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