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대형 기자] 부산대 전공의 등이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방침에 반발해 낸 행정소송 첫 심문에 불출석하면서 신청인 측 없이 심문이 진행됐습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7일 오전 부산대 교수·전공의·학생 등 총 196명이 보건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입학정원 증원 처분 집행정지 첫 심문기일을 열었습니다.
신청인 측 대리를 맡은 이병철 변호사(법무법인 찬종)가 불출석한 가운데 예정대로 진행했습니다.
재판부 "신청인 측, 갑자기 연기신청서 제출"
재판부는 이날 "오늘 오전 8시쯤 심문기일 연기신청서를 신청인 측에서 제출했다"며 "미리 제출했으면 심문기일 연기 여부를 검토했을 텐데 이미 심문이 예정된 상황에서 신청인 측이 갑작스레 연기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신청인 측은 '서면으로 서울고법에서 관련 사건 항고심이 진행 중이니 그 사건의 결정이 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고 했다"며 "정부 측 변호인·소송수행자를 고려했을 때 기일을 연기하는 게 적절치 않다고 생각해서 예정대로 심문기일을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아울러 "신청인 측도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정부 측만 출석한 상태로 진행하게 됐다"며 "제출 자료를 살펴보고 적절한 시기에 결정하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이날 정부 측은 항고심 결정이 날 때까지 기다려 달라는 신청인 측 요청에 대해 "현 재판부에서 바로 결정해 줬으면 좋겠다"고 입장을 밝혔고, 재판은 9분 만에 마무리 됐습니다.
앞서 의대생 측은 지난 3일 경북대·경상국립대·부산대·전남대·충남대 등 의대생 총 1786명이 각 대학 총장·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 회장·국가를 상대로 제기한 가처분 소송 심문에도 출석하지 않았습니다.
이 변호사는 "법원은 지난달 30일 이 사건과 실질적으로 동일한 사건에 대해 기각 결정을 했다. 법원의 결정은 동일할 것이 명백하다"며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김상훈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해당 심문기일에 불출석했습니다.
전공의 대표, 장·차관 공수처 고발
한편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는 지난 6일 성명서를 내고 "모 언론사의 정보공개청구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보건복지부는 증원 논의의 주요 회의체인 의료현안협의체와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 의사인력전문위원회의 회의록이 전혀 없다고 답했다"며 "주요 회의는 공공기록물관리법에서 회의록을 의무 생산하도록 규정하고 있기에 회의록이 없다는 것은 공공기록물관리법 위반에 해당한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의 의대정원 증원과 정원 배정 과정이 주먹구구식 밀실 야합으로 진행된 것임을 백일하에 드러낸 것"이라며 "정부는 절차적인 위법성을 인정하고 지금까지의 모든 의대정원 증원 행정 폭주를 철회하라"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와 이 변호사는 7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조규홍 복지부 장관, 박민수 복지부 2차관, 이주호 교육부 장관, 오석환 교육부 차관, 심민철 교육부 인재정책기획관 등 5명을 직무 유기와 공공기록물 폐기 등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정 전 대표는 이날 "2000명이 결정된 최초 회의록 공개를 요구한다"며 "정부가 재판부에서 요청하는 자료를 제출하지 않는다면 인용판결을 내림으로써 삼권분립의 정신과 정의를 실현해 달라"고 사법부에 요청했습니다.
앞서 서울고법 행정7부(구회근 부장판사)는 지난달 30일 의대교수·전공의·의대생·수험생 등 18명이 복지부 장관과 교육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대 증원 집행정지 항고심 심문에서 정부 측에 2000명 증원의 과학적 근거자료와 회의록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한 바 있습니다.
논란이 커지자 정부는 7일 오전 '의사 집단행동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 후 브리핑에서 "법적으로 작성 의무가 있는 각종 회의체의 회의록은 모두 작성 의무를 준수했다"며 "정부는 서울고법 요청에 따라 회의록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정근영 전 분당차병원 전공의 대표(왼쪽 네번째)를 비롯한 사직 전공의와 이들의 법률대리인 이병철 변호사가 7일 오후 경기도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과 박민수 차관에 대한 고발장을 접수하기 전 피케팅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박대형 기자 april20@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