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은행원' 잇달아 도입…창구 같은 대화는 아직

대화형 가능하지만 상품 추천 머물러
'망 분리' 의무화로 AI 정보활용 한계

입력 : 2024-05-16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시중은행들이 앱 내 인공지능(AI) 서비스 고도화를 추진하고 있지만, 넘어서야 할 산이 많습니다. 내부통신망과 연결된 내부 업무용 시스템을 외부 통신망과 분리해야 하는 '망 분리' 의무가 있는 만큼 AI를 통한 정보 활용에 한계가 있는 데다 불완전판매도 해결해야 할 과제로 꼽힙니다. 
 
대화형 AI 서비스 잇달아 선봬
 
15일 금융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뱅킹앱에 생성형 AI를 접목해 상품 상담이나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화형 AI 서비스에 뛰어들고 있습니다. 기존 AI는 인간이 주입한 다량의 데이터를 통해 시나리오 확립을 거쳐 의사 결정이나 예측을 하는 형태인 반면 생성형 AI는 데이터를 활용해 스스로 추론하고 텍스트·이미지·음성 등 새로운 데이터를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말까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한 '리브넥스트' 앱에서 AI 금융비서 오픈베타 서비스를 실시합니다. 오프라인 영업점의 키오스크에서 제공하던 '꿀비서'를 고도화해 모바일에 탑재한 것입니다. 우리은행의 경우 지난달 생성형 AI를 활용한 'AI뱅커' 기능을 챗봇에 추가했습니다.
 
기존 은행권 챗봇이 고객이 궁금한 내용을 입력하면 문장 내 키워드를 분석해 정해진 서비스와 관련된 선택지를 제시했다면, 최근 도입하고 있는 AI 은행원은 좀 더 직관적으로, 대화에 가까운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꿀비서는 계좌 잔액·내역 확인, 송금과 간단한 은행 관련 안내 기능을 제공합니다. 기존 챗봇이 짧은 문장과 키워드를 이해한 후 개별 키워드에 대한 선택지를 연속해서 제시하는데 그쳤다면 꿀비서는 선택지를 제시하지 않고 곧바로 직관적으로 답을 알려줍니다.
 
기존 챗봇과 꿀비서에 각각 "계좌 잔액 알려줘"라는 메시지를 입력한 결과 챗봇은 계좌 거래 내역 조회 방법을 알려주는 반면 꿀비서는 등록된 계좌 잔액을 직접 알려주는 식입니다. 기간을 말하면 해당 기간의 거래 내역을 정리해 보여주기도 합니다. 아직 등록된 계좌 1개만 확인할 수 있습니다.
 
국민은행(좌), 우리은행의 기존 챗봇과 AI 은행원 화면 캡처 (사진=민경연 기자)
 
우리은행 AI뱅커는 예적금 추천에 특화된 생성형 AI 서비스입니다. 기존 우리은행 챗봇에 "적금 추천해줘"를 입력하면 별도의 설명 없이 적금 이름과 앱 내 적금 안내 페이지 링크를 제공한 반면 AI뱅커는 원하는 기간과 금액을 입력하면 개인별 상황에 맞춰 우대이율을 계산한 후 금리가 가장 높은 상품을 추천해줍니다. 추가 질문을 통해 다른 추천상품을 확인할 수 있고, 예적금 계산기 역할도 겸합니다. 앱 내 예적금 계산기 기능을 연계해주는 기존 챗봇과 달리 직접 계산해 결과를 제시하기도 합니다. 
 
'망 분리' 규제 이슈 해결해야
 
은행권 대화형 AI 서비스가 은행원 수준의 상담을 진행하는 것은 여전히 무리입니다. 주어진 단어를 단순 인식하기보다 자연어 처리에 강화된 모습을 보이지만 상품 정보 제공과 추천 기능에 무게를 두고 있습니다. 국민은행 꿀비서의 경우 개인화 서비스에 초점을 두고 있고, 상품 설명 기능은 제공되지 않습니다. 꿀비서에게 적금을 추천해줄 수 있는지 묻자 홈페이지 링크를 제공했습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창구에서 상담하는 형태를 목표로 개인화된 맞춤형 서비스로 고도화할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우리은행 AI뱅커의 경우 적금 추천을 요구한 후 최고이율을 적용했을 때 받을 수 있는 이자 계산을 부탁한결과 "고객님께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이율로 이자 계산을 원하시는 것으로 이해했다"는 답변과 함께 상품 정보와 적용금리에 대한 계산값만 제공했습니다.
 
은행원 상담 수준의 대화형 AI 서비스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은 99개를 잘 해도 1개를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지는 보수적 산업이다 보니 AI가 환각(허위정보를 꾸며내서 말함)이나 부적절한 말을 내놓지 않도록 해야 하는데, 특히 대고객서비스일수록 신경쓸 것이 더 많다"고 설명했습니다.
 
망 분리 규제 등도 해결해야 할 과제 입니다. AI 개발 및 활용에는 외부 데이터 접근이 용이해야 하지만 금융사는 보안 의무에 따라 내부통신망과 연결된 내부 업무용 시스템을 외부 통신망과 분리하거나 차단해 운영해야 합니다. 챗GPT4나 제미니(Gemini) 등 대중화된 AI 서비스를 대고객 서비스나 내부 망에 연동하기 쉽지 않은 셈입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월 금융권AI협의회를 발족했고, 지난달 각계 전문가, 유관기관과 함께 금융부문 망분리 태스크포스(TF) 1차 회의를 개최하는 등 규제 완화에 속도를 내고 있습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물리적 망분리 규제로 인해 현재 시점에 금융권이 챗GPT 수준의 대화형 AI를 상용화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정부 대책과 가이드라인이 나오면 그에 맞게 연동된 서비스를 내놓을 계획"이라고 말했습니다.
 
 
망 분리 등의 규제도 은행권 AI 활용과 고도화를 어렵게 하는 원인이다. 사진은 금융권 AI협의회 발족식. (사진=뉴시스)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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