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지은 기자] 김영섭 KT 대표가 부실 계열사 정리를 통해 사업 효율화 작업을 지속하고 있습니다. 전임 대표가 추진하던 디지털플랫폼기업(디지코) 축 중 하나였던 디지털물류 관련 사업이 이번 상반기에 정리됐는데요. 추후 김 대표가 정리대상으로 언급한 부실 해외 자회사를 중심으로 조직 효율화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31일
KT(030200)에 따르면 이 회사는 롤랩 지분을 처분한 데 이어 이달 초 포천정교리개발 법인 청산도 완료했습니다.
롤랩은 KT가 지난 2021년 상반기 설립한 디지털물류 전문 법입입니다. 앞서 같은해 3월 정관변경을 통해 화물운송업과 화물운송주선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하기도 했죠. 그동안 축적해온 클라우드·빅데이터·인공지능(AI) 기술과 모빌리티 역량을 결집해 디지털물류 신시장을 개척하겠다는 포부에서 출발했습니다. 하지만 지난 3월 KT는 지분을 롤랩 지분을 모두 처분했습니다. 2025년까지 디지털물류부문에서 5000억원 매출 달성을 목표를 내걸었지만, 지난해 매출은 1720억원 수준으로 목표치에서 한참 빗겨나 있습니다. 영업손실은 매해 확대됐는데요. 2022년 81억원 규모에서 지난해에는 114억원 규모의 손실을 냈습니다.
KT 모델이 2022년 롤랩의 AI 플랫폼 기반 화물 중개?운송 서비스를 소개하고 있다. (사진=KT)
KT그룹은 지난 3일 기준 포천정교리개발 법인 청산도 완료했습니다. 포천정교리개발은 지난 2022년 5월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입니다. KT에스테이트가 80.9% 지분을 확보하며, 물류센터의 건축·개발·매각·분양 등 개발 사업에 나설 계획이었는데요. 적자 지속과 그룹 차원에서 사업의 연결성이 떨어지면서 청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됩니다.
KT 관계자는 "디지털물류 사업의 전략과 방향을 바꾼 것"이라며 "AI와 정보통신기술(ICT)을 결합한AICT 기반 솔루션 플랫폼 사업에 집중하려는 차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지난해 9월 김영섭 KT 대표가 취임 직후 세계이동통신사업자연합회 M360 APAC 컨퍼런스에 참석해 발표하고 있다. (사진=뉴스토마토)
업력이 3년이 채 되지 않은 디지털물류 사업을 정리 수순에 나서는 것에 대해 업계에서는 김영섭 대표의 사업 효율화가 본격화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적자사업을 정리하는 신호탄이라는 의미입니다. 이에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 언급한 부실 해외 계열사도 정리 대상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김 대표는 주주들 앞에서 르완다 투자도 철수하는 방향으로 고민 중이며, 그 과정을 밟고 있다고 언급했습니다. 2013년 이석채 전 회장 시절 KT는 1500억원을 투자해 르완다 정부와 합작으로 KTRN을 설립했죠. 르완다 정부와 2038년까지 25년간 LTE 사업권을 독점 확보하는 계약을 맺었지만, 르완다 정부가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이를 박탈했습니다. 르완다 법인의 누적 손실은 3000억원에 달합니다. 당시 김 대표는 "앞으로 사업을 철수하는 것으로 여러 가지 프로세스를 고민해 밟고 있다"고 했습니다.
르완다 법인뿐 아니라 적자를 지속하고 있는 베트남, 러시아 법인도 부실한 계열사들로 꼽히는데요. 특히 이들은 전임 대표 시절 디지털전환(DX) 사업 일환으로 설립된 신생법인입니다. 적자를 내고 있고, 디지코 사업의 일환이기도 한만큼 정리 대상으로 언급됩니다. 전직 KT 관계자는 "대표가 바뀌면서 전임자 색을 지우려는 작업은 관례처럼 행해져 왔다"며 "부실하다는 오점까지 있기 때문에 정리 우선순위일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지은 기자 jieune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