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민경연 기자]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금융노조) 임원 보궐 재선거가 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단독후보 출마로 진행되면서 국책은행 출신 금융노조 위원장 탄생이 확실시되고 있습니다. 정부와 여당이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강행하고 있는 가운데 산은 노조는 파업을 불사하겠다고 맞서고 있는데요. 국책은행 출신 위원장의 등장을 계기로 하투(노동계 여름투쟁)가 본격화 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금융노조 위원장 재선거 돌입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노조는 이날 부터 오는 19일 오후 6시까지 위원장 보궐 재선거를 실시합니다. 선거는 시간 내 개인별 링크를 통한 온라인 투표로 진행됩니다.
최초 선거에서 경쟁했던 윤석구 하나은행지부 위원장이 일부 조합원에게 금품을 제공했고, 사측의 선거 개입이 있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지난 5월20일 당선무효판결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지난 14일 윤 위원장의 '당선무효 결정 효력정지 및 재선거 실시 금지 가처분 신청'이 법원에서 기각됐습니다. 법원은 결정문을 통해 "노조의 대표자가 노조 또는 사용자의 예산을 이용해 기부행위를 한다면, 노동조합의 예산 사용이나 사용자의 지원 정도에 따라 선거 결과가 바뀌게 될 수 있다"는 내용을 기재해 기각 이유를 설명했습니다.
이번 재선거에는 김형선(위원장 후보)와 김진홍(수석부위원장 후보), 최호걸(사무총장 후보)로 이어지는 후보조가 단독 출마했습니다. 윤 위원장 측은 당선 무효 판결에 불복해 법원에 제기한 가처분 신청을 이유로 출마하지 않았습니다.
단독 출마인 만큼 이변이 없다면 국책은행 출신인 김형선 위원장의 당선이 유력시되는 상황입니다. 이에 따라 산업은행 등 유사한 국책은행 소속 조합원 중심으로 지지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업은행 역시 산업은행과 비슷하게 본점 이전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남아있기 때문입니다. 지난 21대 국회에서 황운하 민주당 의원은 기업은행 대전 이전을 골자로 한 중소기업은행법 개정안을 발의했고, 홍준표 대구시장 역시 기업은행 대구 이전 추진을 요청한 바 있습니다.
지난 4일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산업은행 본점을 부산에 두도록 하는 한국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습니다. 동일한 내용을 담은 개정안은 21대 국회때도 4건 발의됐으나 지난 국회 회기 만료로 폐기됐습니다. 22대 국회 회기 시작과 함께 산업은행 지방 이전을 위한 법률개정안이 다시 등장함에 따라 금융노조와 여권의 갈등이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김 위원장은 재선거 주요 공약으로 산업은행 등 금융기관 지방 이전 저지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노조의 합의 없는 이전 금지를 명문화하겠다는 것입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한동훈 전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이 산업은행 부산 이전을 공약으로 제시했을 때도 성명서를 통해 "런던, 싱가포르, 홍콩이 세계적인 금융도시가 된 건 하나의 도시에 수백, 수천 개 금융기관이 모여있기 때문"이라며 "국민의힘은 국가금융경쟁력이란 철학 없이 금융정책을 만들고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여당-노 갈등 격화
산은도 본점 부산 이전에 대한 강행 의지를 재차 강조하고 있습니다. 강석훈 산은 회장은 지난 11일 취임 2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본점 부산 이전은 윤석열 대통령이 공개 추진하는 과제인 만큼 포기할 문제가 아니다. 또한 대통령이 민생토론회에서 부산 본점 이전에 실질적인 이전 효과를 내도록 방안 강구를 지시했다 "고 밝혔습니다. 부산이전 추진에 변함이 없음을 강조한 셈입니다.
산은 노조는 파업 가능성까지 거론하면서 강력 반발하고 나섰습니다. 노조는 입장문을 통해 "법 개정 전 꼼수이전으로 조직을 확대할 시 파업조차 불사할 것"이라면서 "위법적인 꼼수 이전에만 골몰할 시 노조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맞서 싸울 것"이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국책은행 출신인 김형선 위원장의 당선이 확실시됨에 따라 같은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의 지지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사진은 산업은행 부산 이전 반대 시위 모습. (사진=뉴시스)
김 위원장이 당선할 경우 국책은행 지방 이전에 대한 금융노조의 투쟁 기조는 더욱 강화될 것으로 보입니다. 김 위원장은 현 22대 국회의원인 박홍배 전 금융노조위원장이 2022년 위원장 연임에 도전할 당시 러닝메이트로 함께해 수석부위원장을 맡았고, 박 전 위원장이 총선에 출마한 후 위원장 직무대행으로 활동했습니다. 박 전 금노위원장은 대표적인 강성 성향으로 분류되는 인물입니다.
김 위원장은 박 전 위원장과 함께 지난 2022년 9월16일 금융노조 총파업을 이끌었습니다. 또한 지속적으로 사외이사 선임 시 노조추천이사제 도입을 촉구해왔습니다. 노조추천이사제는 노조가 외부 전문가를 사외이사로 추천해 이사회에 참여하도록 하는 제도입니다. 2022년 1월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으나 현재까지 실질적 도입은 미진한 상태입니다.
공약에 있어서도 지난 금융노조 임원진과 유사한 방침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김 위원장은 이번 보궐 재선거 입후보 공약으로 11대 비전을 제시했습니다. 박 전 금노위원장이 재선 당시 제시했던 공약과 유사한 공약입니다. △주4일제 도입 △직무성과급제 도입 저지 및 공공기관 자율교섭 쟁취 △임금피크제 폐지 및 정년 연장 △금융기관 지방 이전 저지를 골자로 합니다.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와 여당이 산은 부산 이전을 위한 산은법 개정안을 추진하고 있지만 범야권이 총선에서 압승한 마당에 국회 통과 가능성은 희박한 상태"라며 "직접적인 이해 당사자인 국책은행 출신 금융노조 위원장까지 등장할 경우 노동계 여름 투쟁이 가열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 임원 보궐 재선거가 김형선 금융노조 기업은행지부 위원장 단독후보 출마로 진행된다. (사진=금융노조 선관위 홈페이지 캡처)
민경연 기자 competitio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