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기자] SK네트웍스가 주식매수청구권 부담을 감수하고 물적분할에 나서지만 주가가 저조해 비용부담은 덜합니다. 주가는 올들어 최저가에 가깝고 지난해 초 저점을 제외하면 수년 내 낮은 수준입니다. 물적분할을 반대해도 청구가격이 낮아 반대주주에겐 평년 주가 수준을 고려해 기회비용 부담이 생깁니다. 다만, 분할사업이 성숙산업이라 쪼개기 상장 가능성은 낮게 점쳐집니다.
18일 SK네트웍스 등에 따르면 쪼개기 상장 이슈로 인해 자본시장법을 개정한 뒤 분할 반대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 부여됩니다. 분할회사로서는 매수 부담이 생겨 근래 분할은 법 개정 이전보다 확연히 줄었습니다. 그러나 전날 SK네트웍스가 이를 감수하고 차량경정비(SK스피드메이트)와 상사부문(SK트레이딩)을 분할키로 했습니다.
회사가 책정한 주식매수청구권 가격은 주당 4983원입니다. 주주가 동의하지 않으면 법정 조정 절차를 거칠 수도 있습니다. 4983원은 2개월, 1개월, 1주일 각 가중산술평균주가의 평균치로 정해졌습니다. 이를 보면 2개월 주가가 5145원, 1개월이 4985원, 1주일이 4820원으로 줄곧 내리막을 보였습니다.
회사가 낮은 주가 수준에 분할결정함으로써 평년보다 매수비용 부담을 덜게 됐습니다. 하지만 주주로서는 분할에 반대해도 저조한 매수가격에 만족해야 해 분쟁 소지는 있습니다. 그럼에도 분할 2개 사업이 모두 성숙산업이라 재상장 가능성은 낮게 전망됩니다. SK네트웍스도 “물적분할 후 신설회사는 현재 5년 이내에 증권시장에 상장예비심사를 신청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이중상장 되지 않으면 모회사의 주주가치가 희석될 염려는 덜합니다. 실제 자회사인 SK렌터카를 상장폐지시키자 SK네트웍스 주가가 오르기도 했습니다. SK렌터카는 현재 사모펀드와 막바지 매각 협상 중입니다. 매각가는 8500억원 내외로 예측되고 있습니다. 이번 분할회사들도 회사의 매출이나 이익기여도가 SK렌터카에 비해 높지 않아 모회사가 실탄이 필요한 경우 매각을 고려해볼 수 있습니다. 쪼개기 상장 이슈가 있기 전엔 흔히 물적분할은 M&A를 연상시켰습니다. 분할 후 매각으로 이어진 사례가 눈에 띄게 많았기 때문입니다.
분할 회사는 100% 지분의 종속회사로 존재하기 때문에 연결 회계상 크게 달라지는 부분은 없습니다. 단지 모회사 주주는 분할 신설회사에 대한 의사결정에 관여하기가 힘들어집니다. SK네트웍스 연결실적에서 비중이 높았던 SK렌터카를 매각함으로써 이익체력이 약해질 우려는 존재합니다. SK네트웍스 모회사만 보면 자체 사업은 SK텔레콤과 이어진 이동통신기기 판매와 호텔사업만 남습니다. 이로 인해 분할 후 내부거래 매출비중이 커질 것도 예상됩니다.
SK네트웍스는 2016년 패션사업 매각부터 2017년 LPG사업 및 유류도매사업 매각, 2019년 유류 소매사업 중단, 2022년 철강 트레이딩 사업 종료 등 비주력 사업을 줄여왔습니다. 그러면서 전기차 충전기 사업을 하는 SK일렉링크와 기업용 데이터 관리 솔루션업체 엔코아를 인수했습니다. AI 중심의 새로운 사업 전환에 나서고 있는 SK네트웍스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는 과정입니다. 하지만 신사업으로 인수한 두 회사 모두 작년 순손실을 기록하는 등 아직 기여도가 높지 않습니다. 그래서 시장은 렌터카사업을 매각한 대금으로 신규 M&A에 나설지 관심을 보입니다.
한편, SK네트웍스는 8.5%의 자사주를 보유 중입니다. 정부가 인적분할에 따른 자사주 신주배정을 금지하는 법 시행령 개정 작업 중이라 향후 활용처는 제한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그간 사업양도 등에 따른 주식매수청구로 추가된 자사주도 많습니다. 이번 분할까지 더해 주식매수청구로 사들인 자사주는 자본시장법상 5년내 처분해야 합니다. 따라서 SK네트웍스가 향후 자사주를 처리할 방안도 관심을 모읍니다.
이재영 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