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20명 "바이든 교체"…미 대선 '격랑'

TV 토론 직후 바이든 43% 대 트럼프 49%…민주당 내 '후보 교체론' 확산

입력 : 2024-07-03 오후 4:21:40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미국 민주당이 대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최대 위기에 놓였습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첫 TV 토론에서 사실상 '패배'하면서 후보 교체론에 직면한 건데요. 연달아 사법리스크를 벗겨 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우세가 지속하는 가운데 미 대선이 '격랑'에 빠져든 모양새입니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 3월 26일(현지시각) 노스캐롤라이나주 조도 롤리에서 처방약 등에 관한 연설을 마친 후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포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바이든 대안 '해리스' 부상…미셸 오바마, 트럼프 '압도'
 
2일(현지시간) 미국 <CNN> 방송은 익명 보도를 전제로 민주당 전·현직 의원 20여명 중 많은 이들이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포기해야 한다는 판단을 굳혔다고 보도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WP)>도 '여당 내 야당'으로 꼽혔던 정치 거물인 조 맨친 의원이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공개적으로 요구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여기에 민주당 소속 15선 하원 의원인 로이드 도겟 의원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재선 도전을 중도에 포기했던 린든 존슨 전 대통령의 사례를 거론하며 바이든 대통령이 재선 도전을 접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그간 민주당 내부에서는 익명으로 후보 교체해야 한다는 주장이 분출됐었는데, 처음으로 공개적으로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 포기를 요구한 겁니다. 때문에 현역 의원들의 사퇴 촉구 동참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여론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습니다. <CNN>이 여론조사기관 'SSRS'에 의뢰해 TV토론 직후인 지난달 28~30일 유권자 1274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양자 대결 시 바이든 대통령은 43%를, 트럼프 전 대통령은 49%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동률을 기록하거나 3%포인트 이내에서 접전을 펼치던 두 후보 사이의 간격이 TV 토론을 계기로 넓어진 셈입니다.
 
여론조사 결과 '후보 교체론'도 힘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조사에서는 바이든 대통령의 대안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에 대한 조사도 진행됐는데요.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가상 대결 시 트럼프 전 대통령이 47%, 해리스 부통령이 45%의 지지율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3.5%의 오차범위 내 구도입니다.
 
해리스 부통령은 후보 교체 시 가장 유력한 대선 후보로 꼽힙니다. 해리스 부통령으로 대선 후보를 교체할 경우 민주당 내 분열을 피할 수 있으며, 여성과 흑인 유권자·무당층 사이에 지지세가 높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실제로 무당층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34%만 지지한 반면 해리스 부통령에게는 43%가 지지를 보냈습니다.
 
다른 대안으로는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와 피트 부티지지 교통부 장관, 그레첸 휘트머 미시간 주지사 등이 거론되는데, 이들 모두 트럼프 전 대통령과 가상대결에서 모두 뒤처집니다. 
 
다만 해리스 부통령은 이날 바이든 대통령의 사퇴를 요구하는 민주당 내 목소리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조 바이든이 우리의 후보"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하는 후보도 있습니다. 그간 꾸준히 민주당 대안 후보로 거론돼 온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의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인데요. 가상대결에서 오바마 여사는 50%의 지지율로 39%의 트럼프 전 대통령을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오바마 여사 역시 정치에 참여할 뜻이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해왔습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달 27일(현지시각)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CNN 스튜디오에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일 대 일 TV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현실 가능성 '미지수'…트럼프는 호재 연속
 
하지만 후보 교체가 실제로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이미 바이든 대통령을 단일 후보로 세운 민주당은 오는 8월 시카고 전당대회에서 바이든을 후보로 찍기로 한 대의원 선발 절차 마무리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진 사퇴하지 않는 한 대의원들이 다른 후보를 지지하는 것도 불가능합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진 사퇴해도 복잡한 절차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바이든 대통령이 자신을 대체할 후보를 지명하고 대의원들이 그에게 대신 표를 주는 방식이 유력한데요. 만에 하나 민주당 내 다른 후보가 이 같은 상황에 불복해 전당대회 후보로 나서면 당내 분열이 불가피합니다. 
 
미 대선이 4개월도 남지 않은 시점에서 민주당의 악재가 지속되고 있는 반면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은 호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미 연방대법원은 2020년 대선 전복 시도 혐의와 관련한 트럼프 전 대통령 측의 면책 주장을 일부 인용했습니다. 이번 결정에 따라 해당 사건 재판이 대선 전에 열릴 가능성이 희박해졌는데요.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형사 기소된 나머지 3건과 이미 유죄 평결을 받은 성추문 입막음 사건에 대해서도 '면책 특권'을 주장할 것으로 보입니다.
 
우위에 서 있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최근 전략적 숨 고르기에 나선 모습입니다. 그는 최근 대법원의 판결에 대해서도 차분하게 대응하고 있으며, 바이든 대통령에게 퍼붓던 '집중포화'도 삼가고 있습니다.
 
특히 러닝메이트인 부통령 후보 발표도 미루고 있는데요. <뉴욕타임스(NYT)>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바이든의 거취에 집중된 현재의 여론 동향을 바꿀 필요가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해석했습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현재의 우세 흐름을 11월 5일 대선까지 끌고자 하는 것으로 관측됩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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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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