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토마토]에쓰오일, 업황 악화에도 대규모 투자…재무 악화 불가피

석유화학 설비 '샤힌 프로젝트' 투자 규모 9조원
1분기 CAPEX 증가에 FCF 적자전환…순차입금도 4조원 넘어

입력 : 2024-07-17 오전 6:00:00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5일 16:32  IB토마토 유료 페이지에 노출된 기사입니다.

 
[IB토마토 권영지 기자] S-Oil(010950)(에쓰오일)이 석유화학부문 국내 최대 규모인 ‘샤힌(shaheen) 프로젝트’를 추진하면서 차입금 규모가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에는 대주주로부터 수천억원 규모의 단기차입 예비 한도를 확보해 대규모 단기차입을 계획하고 있다. 수익성이 감소한 상태에서 대규모 투자가 이어지면서 일정 수준의 재무구조 악화는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S-Oil)
 
9조원 규모 석유화학 설비투자 '샤힌 프로젝트'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쓰오일은 대주주인 아람코 오버시즈 컴퍼니(Aramco Overseas Company)로부터 7260억원 규모의 단기차입 예비 한도를 확보했다고 공시했다. 차입금액은 자기자본 대비 8%에 이른다. 에쓰오일이 이처럼 대규모 단기차입에 나선 이유는 울산광역시에서 진행 중인 샤힌 프로젝트 때문이다. 샤힌 프로젝트는 국내 최대 규모의 석유화학복합시설 투자로 총 9조2580억원의 자금이 투입된다. 준공은 2026년으로 예정돼 있다.
 
샤힌 프로젝트의 핵심은 세계 최대 규모의 ‘스팀 크래커(Steam cracker)’ 설비다. 스팀 크래커는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나프타와 부생가스 등 다양한 원료를 800~900°C에 이르는 고온에서 열분해해 에틸렌, 프로필렌 등 석유화학 공정의 기초유분을 생산하는 설비다. 에쓰오일은 프로젝트가 완료되면 연간 200만톤의 에틸렌을 생산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국내 정유 4사 중 한 곳인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외에도 정유(석유정제), 윤활기유부문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매출 비중은 정유가 80%로 가장 많고, 석유화학이 12%, 윤활기유가 8%다. 에쓰오일은 이번 프로젝트가 끝나면 석유화학 매출 비중이 25%에 달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간 원유 정제 과정에서 발생한 나프타를 석유화학 기업에 판매하는 데 그쳤지만, 이를 바로 석유화학 제품으로 만들 수 있다는 이점이 있어 운송료와 관세가 절감돼 가격 경쟁력 측면에서도 기존의 석유화학 기업들보다 낫다는 평가다.
 
1분기 순차입금 4조원…작년보다 1조 증가
 
다만 에쓰오일의 수익성이 감소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뤄지는 대규모 투자인만큼 자금소요로 인한 재무상태 악화는 막기 어려울 전망이다. 1분기 에쓰오일의 영업이익률은 4.9%를 기록해 지난해 동기(5.7%) 대비 0.8%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 봐도 수익성 감소 추세가 뚜렷이 나타난다. 2020년 마이너스(-) 6.5%였던 에쓰오일의 영업이익률은 2021년 7.8%까지 증가해 2022년 8%까지 올랐지만 지난해 3.8%로 4.2%포인트 역성장한 바 있다. 이러한 추세가 올해까지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샤힌 프로젝트 추진으로 대규모 자금 투입과 법인세 납부, 배당금 지급 등의 자금소요가 이어지면서 올 1분기 에쓰오일의 순차입금은 4조원으로 3조원 수준이었던 전년 동기보다 무려 1조원이나 늘었다.
 
1분기 자본적지출(CAPEX) 규모도 3300억원으로 전년 동기(1757억원)보다 87.8%(1543억원)로 대폭 증가했다. CAPEX는 기업이 미래이윤을 창출하기 위해 필요한 유무형의 자산 취득에 사용하는 돈을 의미한다. CAPEX 규모가 크게 증가하면서 잉여현금흐름(FCF)은 적자로 전환됐다. FCF가 적자라는 것은 영업활동만으로는 필요한 투자금을 조달하는 데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지난해 1분기 6296억원이었던 에쓰오일의 FCF는 올 1분기 –4490억원으로 감소했다.
 
현금흐름도 좋지 않다. 1분기 에쓰오일은 영업활동을 통해 –1190억원을 기록했고, 투자활동으로도 3173억원이 빠져나가면서 재무활동을 통해 914억원을 유입했다. 영업활동으로 손해를 봐 부족해진 투자금을 은행 대출 등을 통해 조달하고 있는 것이다.
 
 
 
석유화학 업황 악화…프로젝트 후 실적 향방 '알 수 없어'
 
샤힌 프로젝트가 완료되고 난 뒤 석유화학 부문에서 좋은 실적을 거둘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중국 기업들이 생산시설을 증설하며 석유화학 제품 초과 공급이 이뤄져 업계 전반의 수익성이 떨어진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달 기준 석유화학업계 수익성 지표인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220달러에 그쳤다. 통상 에틸렌 스프레드는 톤당 300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보는 것을 고려하면 업계 실적이 부진한 수준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석유화학업계의 적자가 지속되면서 최근에는 롯데케미칼(011170), 한화토탈에너지스, 한화솔루션(009830), HD현대케미칼, 효성화학(298000) 등의 화학사들의 신용등급 및 등급 전망이 하향 조정되기도 했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IB토마토>와의 인터뷰에서 “정유, 석유화학업은 장치, 즉 설비를 기반으로 한 업종이기 때문에 경쟁력 있는 설비를 갖추는 게 중요하다. 샤힌 프로젝트는 수익창출 능력을 확대해 사업이 지속 가능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반을 갖추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이러한 기초 소재 원료가 현재 업황이 안 좋더라도 상당 기간 고성장을 지속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면서 "재무적 측면에서도 특별한 어려움 없이 사업을 진행할 수 있게끔 설계해놨다"라고 덧붙였다. 
 
권영지 기자 0zz@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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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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