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가격 논란까지…몸살 앓는 한국지엠

스무 차례 교섭에도 노사 간 입장 차 뚜렷
노조 부분파업 넘어 고강도 투쟁 예고
신형 콜로라도 2500만원 올라 소비자 뭇매도
수출물량 생산 차질에 내수 판매 감소까지

입력 : 2024-07-22 오후 2:41:11
 
[뉴스토마토 황준익 기자] 지난해 10년 만에 최대 영업이익을 낸 한국지엠의 기세가 한풀 꺾였습니다.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결렬 이후 노조가 부분파업에 나서는 등 강도 높은 투쟁을 이어나가고 있는데요. 여기에 최근 출시한 픽업트럭 '콜로라도' 가격이 전 모델 대비 2000만원 이상 오르면서 소비자들의 불만도 높아지고 있습니다. 한국지엠은 파업에 따른 수출물량 생산 차질은 물론 내수 시장에서의 판매량 반등도 불투명한 상황에 놓였습니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지엠 노사는 이날 오후 20차 교섭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노사는 지난 5월 22일 상견례를 시작으로 19차례의 교섭을 벌였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천시 부평구 청천동 한국지엠 부평공장.(사진=뉴시스)
 
노조 측의 핵심 요구사항은 △미래 발전 전망 확약 △단체협약의 원상회복 △임금(기본급)의 대폭 인상 △부당 해고자 복직입니다. 구체적으로 월 기본급 15만9800원 정액 인상, 지난해 당기순이익(1조4996억원)의 15% 성과급 지급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또 지난 10년 간 공장 축소와 구조조정에 따른 고통 분담과 원상회복 일환으로 평균 23.2년 통상임금 기준의 300% 지급도 요구했습니다.
 
노조는 개발과 생산, 후속 차종관리까지의 권한을 갖춘 중소형 세그먼트(전기차, 내연기관) 생산을 내걸었습니다. 여기에 내수판매 확대를 위해 부평, 창원공장에서의 신차 2개 차종 생산과 국내 생산 차량의 30%를 내수지장 물량으로 우선 배정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사측은 임금 인상과 신차 생산 여부 등 모든 요구안에 대해 이렇다 할 의견을 내놓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결국 노조는 지난 8일부터 50시간 부분파업에 돌입했습니다. 안규백 금속노조 한국지엠지부장은 지난 17일 메리 바라 제너럴모터스(GM) 회장에 서한을 보내 "노조 요구에 직접 입장을 밝히고 제시안을 제시해 달라"고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노조는 지난 10년간 군산공장 폐쇄, 부평공장 축소 등으로 지속가능한 생존에 대한 불안이 커진다고 주장하고 있는데요. 이를 해소하기 위해선 전기차 등 친환경차 생산이 필요하다는 입장입니다.
 
한국지엠은 지난해 매출액 13조7339억원, 영업이익 1조3506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했습니다. 수익이 늘어난 만큼 미래를 위한 투자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죠. 업계는 현재 생산량 50만대 이상으로 끌어올리기 위해 집중하고 있는 만큼 친환경차 생산 투자 여력이 없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요.
 
여기에 GM이 올해 전기차 생산량을 이전보다 5만대 적은 20만~25만대 수준으로 줄이겠다고 밝혔고 LG에너지솔루션(373220)과의 미국 합작법인 얼티엄셀즈는 전기차 배터리 3공장 준공 시점을 올 하반기에서 내년 이후로 늦췄습니다. 전기차 수요 감소로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죠. 또 전기차 산업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재집권하면 GM의 전기차 투자는 당분간 축소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GM 본사의 결정에 따라야 하는 한국지엠 입장에서 이번 임단협 합의점 찾기는 더욱 어려운 상황입니다. 노조는 당분간 파업을 이어간다는 방침이어서 생산 차질은 길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노조 측은 "기존의 교섭 태도와 다른 획기적인 변화가 없을 때는 강 대 강의 극단적 대치 상황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라며 "여름휴가 이후 모든 자원과 전략전술을 총동원해 누구도 예상할 수 없는 고강도 투쟁으로 정면 돌파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쉐보레 올 뉴 콜로라도.(사진=한국지엠)
 
한국지엠은 노조 파업이란 내홍을 겪고 있는 상황에 더해 소비자들의 뭇매도 맞고 있습니다. 신형 콜로라도 때문인데요.
 
한국지엠은 지난 15일 3세대 콜로라도를 출시했습니다. 가격은 7290만원으로 Z71 단일트림으로 판매됩니다. 2세대 콜로라도의 경우 최상위 트림인 Z71-X 미드나잇이 4889만원으로 2500만원가량 인상된 것입니다. 풀옵션의 경우 8000만원에 육박합니다. 2세대의 경우 경쟁 모델인 포드 레인저, 지프 글래디에이터가 7000만원대인 것과 달리 4000만원대의 높은 가성비로 인기를 끌었습니다.
 
이번 풀체인지를 계기로 완전히 다른 차급의 포지션 전략을 취하겠다는 것이지만 가격을 급격하게 높여 판매량 감소는 불가피해 보입니다. 콜로라도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급격한 가격 인상에 "비싸도 너무 비싸다", "기아(000270) '타스만'을 기다리는 게 낫다" 등의 반응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올해 상반기 한국지엠 내수 판매량은 1만3457대로 전년동기대비 29.1% 줄었습니다. 한국지엠 수입차 중 볼륨 모델이었던 콜로라도의 가격 인상으로 판매량 반등도 불투명합니다. 특히 내년 기아가 픽업트럭 '타스만', KG모빌리티(003620)가 전기 픽업트럭을 출시하는 만큼 소비자들의 관심이 이동할 가능성도 있습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과 교수는 "국내에서 전기차 1종이라도 생산되면 신뢰성을 높이면서 한국지엠의 중요성이 강조되는데 현재는 미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8000억원 넘게 자금이 투입됐는데 내수 판매량이 오르지 않고 파업 등 노사 분쟁이 생기면 언제든지 철수할 수 있는 명분을 주게 된다"고 말했습니다.
 
황준익 기자 plusik@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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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준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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