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인구 비상사태'를 선포한 정부가 저출생 극복을 위한 추가 대책을 내놨습니다. 지난달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저고위)에서 발표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의 후속 조치인데요. 결혼 준비에 드는 비용을 낮추고 주거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이 핵심입니다. 다만 범부처 차원으로 내놓는 비상대책이라 하기에는 기존 부처별 추진 사항을 나열한 수준인 데다 출산가구를 위한 공공임대주택 공급 물량도 의문이어서 '탁상공론'이라는 지적이 나옵니다.
'스드메 점검·공공임대 1순위'…저출생 반전 카드?
저고위는 29일 정부서울청사에서 2차 민·관 합동 인구비상대책회의를 열고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저출생 극복 추가 대책을 발표했습니다.
우선 정부는 스튜디오 촬영·드레스 대여·메이크업(스드메) 등 결혼준비서비스와 관련해 주요 결혼준비대행사의 약관을 점검합니다. 불공정 약관을 개선하기 위한 직권조사를 8월 중 실시하고 결혼 준비 시 참고할 수 있도록 소비자 피해 예방 가이드라인을 제작·보급합니다.
주거와 관련해서는 공공건설임대주택 우선 공급 시 출산가구가 최우선으로 입주할 수 있도록 '1순위'로 배정하기로 했습니다. 공공임대주택의 경우 1인일 경우 35㎡ 이하, 4인 이상의 경우 45㎡ 이상으로 면적 기준이 구분돼 있었는데요. 이를 폐지해 수요자의 선택권도 확대합니다.
또 출산휴가, 육아휴직 등으로 중소기업이 대체인력을 채용하려 해도 낮은 임금과 안정성 등을 이유로 대체인력 채용이 쉽지 않았는데요. 정부가 대체인력 지원금을 월 80만원에서 120만원으로 확대해 사업주 부담을 완화하고, 지자체는 지원 의사가 있는 대체인력에 직접 인센티브를 제공할 계획입니다.
이밖에 지자체에서 입증된 저출생 우수사업을 전국으로 확대하고, 각 부처별로 산하기관, 관련 연구기관, 민간 전문가 등이 참여하는 저출생 태스크포스(TF)를 구성·운영해 인구 비상대책회의에서 발표할 예정입니다.
주형환 저고위 부위원장은 "지난 6월 19일 발표한 저출생 대책을 시작으로 전 부처가 모든 역량을 결집해 국민이 체감하는 성과를 내야 할 때"라며 "일·가정 양립, 양육, 주거 등 3대 핵심 분야에 총력을 다하고 좋은 일자리 창출, 사교육비 부담 완화, 수도권 집중 완화 등 구조적 문제도 관계 부처와 함께 대응 방안을 검토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주형환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부위원장이 2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제2차 인구 비상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뉴시스)
갈 길 먼 '인구 비상사태' 극복…인구전략부 초대 장관에 "적임자 없다"
지난달 발표에 이은 후속 조치지만, 정부가 '인구 비상', '추세 반전' 등 시급성을 앞세운 데 반해 내용은 초라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특히 결혼준비대행사의 약관 점검이나 불공정 거래 행위 규제는 정부가 당연히 해야 할 조치로, 저출생 추세 반전을 위한 대책이라고 보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입니다.
남은경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사회정책팀장은 "불공정 행위는 당연히 해소해야 할 문제지 범부처가 인구 비상사태 극복을 위해 중차대하게 추진하기에는 부끄러운 대책"이라며 "이 정도 백화점식 나열 대책으로 저출생 추세 반전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밝혔습니다.
특히 저출생 문제를 해결할 3대 핵심 요소인 '주거'와 관련해 공공임대주택에 대한 공급량이 충분한지도 의문이라는 설명입니다. 남 팀장은 "언제 건립될지도 모르는 공공임대주택을 배정해 주겠다는 건데 다른 취약층에 갈 임대주택을 배정하는 것이라면 아랫돌 빼서 윗돌 빼는 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다만 저고위가 자문기구에 불과한 만큼 구심점이 될 인구전략부 신설을 기다려봐야 한다는 시각도 존재합니다.
정부는 최근 대통령실과 정부 부처의 가교 역할을 맡게 될 전담 조직인 저출생대응수석실을 신설했는데요. 호흡을 맞출 인구전략부 신설은 정부조직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해야 해 거대 야당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초대 인구전략부 장관은 사회부총리를 겸할 예정인데요. 여성을 기용하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지만 마땅한 적임자가 없다는 얘기도 나옵니다. 정치권 관계자는 "누가 맡아서 할지가 문제인데 현재까지 '여성' 외에 딱히 거론되는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