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재영 선임기자] 삼성이 LG디스플레이 협력사와 손잡고 패널 핵심 부품을 개발 중이라 주목됩니다. 패널업계에서 삼성과 LG간 협력사를 공유하게 된 이례적 사례입니다. 이 협력사는 LG디스플레이와 거래하는 동안 영업적자가 지속됐습니다. 게다가 경영권 분쟁에도 휘말렸고 횡령·배임 이슈까지 터져 상장폐지 직전에 몰렸습니다. 궁지에 빠진 티엘아이에 삼성이 손을 내민 구도입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LG디스플레이 협력사인 티엘아이가 삼성전자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IT용 타임컨트롤러(TCON, 패널 구동칩)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OLED TV 시장에 진출해 LG전자와 경쟁하는 상황에서 관련 패널 부품 협력사를 포섭한 게 눈길을 끕니다.
LG디스플레이로선 자칫 영업비밀이 누출될 염려도 있는 상황이지만 협력사 입장에선 그동안 LG와의 거래에서 적자를 봐왔습니다. 그 속에 삼성전자와 OLED용 TCON을 개발하고 나섰고, 원청인 LG디스플레이와의 거래는 줄었습니다. 티엘아이의 LG디스플레이향 매출은 2022년에 전체의 90%를 차지했으나 2023년엔 73%까지 내려왔습니다. 전체 매출이 줄어든 가운데 영업적자는 4년간 누적됐습니다. 올 1분기 매출(20억원)은 전년동기대비 59.6% 감소했고 영업손실(32억원)은 126.3%, 당기순손실(33억원)은 282.2% 커졌습니다.
본래 TCON은 이익률이 높은 핵심 부품이었으나 액정디스플레이(LCD)용 TCON 경쟁사가 늘어나면서 티엘아이도 적자가 길어진 것으로 파악됩니다. 업계 관계자는 “TCON 마진율이 한때 8% 정도였지만 LCD용 TCON업체가 늘어나 적자를 보는 상황까지 악화됐다”며 “LG디스플레이에 팔아도 손해만 보니 삼성과 손잡는 것에 딱히 눈치를 볼 상황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전했습니다.
티엘아이는 지난해 배임·횡령 이슈가 발생해 코스닥시장 상장적격성 실질심사 대상이 됐습니다. 회사는 전 경영진을 고소했고 최근 피고소인을 추가했습니다. 심사는 작년부터 지속돼 거래정지도 길어졌습니다. 앞서 김달수 전 티엘아이 대표이사와 사내 우리사주조합간 경영권 분쟁도 있었습니다. 그 사이 원익홀딩스가 중재자로 나서 양쪽 지분을 공개매수했고 티엘아이를 최종 인수(62.51% 지분)한 상태입니다. 원익홀딩스는 오래된 삼성 협력사이기 때문에 추후 티엘아이와 삼성 간 거래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원익홀딩스는 두차례 공개매수를 진행해 티엘아이를 자발적 상폐시킬 것으로 보였으나 최근엔 심사당국에 개선계획서를 제출하고 심의속개가 결정됐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김달수 전 대표와 회사 연구소 출신의 조합 대표가 경영권 분쟁이 붙었는데 양쪽에 친분이 있었던 원익이 중재자로 나서 경영권 지분을 인수한 것”이라며 “원익은 사업다각화 차원에서 티엘아이를 흡수한 것 같다”고 귀띔했습니다.
OLED용 TCON도 기존 LCD용 제품을 만들던 경쟁사들이 속속 진출해 경쟁이 강해지는 양상입니다. TCON은 제품 개발 단계에서부터 원하청간 협력이 필요해 삼성이 티엘아이를 포섭한 것은 공급망을 확충하려는 전략으로 해석됩니다.
이재영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