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규하 기자] 이스라엘·헤즈볼라 전투에서 부각된 '드론 무기'와 조류·곤충처럼 날갯짓으로 비행하는 오니솝터(Ornithopter) '정찰 드론'부터 멀티 로봇 시스템의 인공지능(AI) 기술 산업까지 전 세계 방위산업의 패러다임이 변화하면서 K-방산에도 발 빠른 혁신이 요구되고 있습니다.
앞으로 군사패권이 드론·AI 산업기술에 달렸지만 선진국보다 미흡한 속도·다양성·유연성 등은 K-방산의 문제로 지적되기 때문입니다. 한국형 첨단무기 획득을 위해서는 차별성 확보뿐만 아니라 민간첨단기술기업 참여 확대 등 속도감 있고 다양·유연한 프레임워크(체계·Framework) 정립이 시급하다는 조언입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해 7월15일(현지시간) 키이우 마린스키 궁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과의 확대정상회담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대통령실)
"전쟁 무기획득 속도·생산능력 부각"
6일 산업연구원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군의 신속소요 프로세스는 최소전술제대 물량만을 생산한다는 점에서 한계가 발생합니다. 군의 신속소요는 방위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에 담긴 내용으로 육·해·공군 등 각국이 무기체계 소요를 직접 결정, 필요 무기체계를 신속히 도입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최소전술제대는 독립적으로 전투 가능한 최소 단위 부대로 육군의 경우 분대·소대·대대급, 해군은 전대가 해당됩니다.
미국의 신속획득 프로세스(MTA)를 벤치마킹하는 등 지난해 도입한 제도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습니다.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전쟁 장기화 사례처럼, 무기획득 간 속도와 생산능력이 핵심 요소로 부각된 바 있습니다. 특히 전쟁 양상 급변에 따라 AI, 드론 등 민간첨단기술의 국방분야 활용 여부가 전쟁 승패를 좌우한다는 게 장원준 산업연 연구위원의 분석입니다.
실제 우크라이나 군이 드론의 신속한 개발과 활용을 통해 러시아군을 효과적으로 저지한 사례는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2023-2027 방위산업 발전 기본계획'으로 '신속한 첨단전력 건설을 통한 글로벌 방위산업 육성'을 제시하는 등 신속획득체계 재정립을 통한 '소요에 기반한 새로운 획득프로세스 도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지난 4월22일 도시지역 대침투작전 훈련에서 장병들이 건물 수색을 위해 드론을 준비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무기체계 신속 도입 '한계'…신속전력화 '부재'
하지만 기존 물량만 생산하는 한계와 다양·유연성 미흡은 문제로 지적됩니다.
예컨대 전차 성능개량 사업이 신속소요를 통해 이뤄질 경우 해당 기업은 최소한의 전술제대 물량 10~30여대만 생산합니다. 그러나 참여 유인이 크게 제한되는 문제가 남습니다.
또 신속소요 프로세스로 사업을 완료한 이후 사후 조치가 불명확한 점도 제도 개선이 요구되는 대목입니다. 미국 신속획득(MTA)의 경우 개발한 시제품의 군 전력화, 전통적 무기획득(MCA) 내 체계개발, 양산·전력화 단계로의 이전, 별도 신속전력화사업(Rapid Fielding) 전환, 종료·폐기 등 다양한 선택이 가능합니다.
장원준 연구위원은 "반면, 우리나라는 초기 단계 사업 신설 등의 이유로 여전히 신속소요 사업 이후 후속조치가 불명확하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속전력화사업' 부재도 지목했습니다.
장 연구위원은 "신속소요 프로세스는 신속 시제품개발만을 포함하며 신속전력화사업이 부재하다. 미국 신속획득의 경우 신속시제품사업 외에 5년 내 신속한 양산·전력화를 위한 신속양산사업을 포함한다"며 "우리나라도 신속한 시제품 개발을 위한 현행 신속소요 프로세스에 신속전력화사업을 추가, 검증된 기술로 최소한의 개발을 통해 무기체계를 양산·전력화할 수 있는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더욱이 신속소요 사업 완료 이후 선진국 수준으로 사후 조치를 보다 명확화하고 현행 시제품 개발 위주의 신속소요 프로세스에 양산·전력화를 위한 '신속전력화사업(가칭)' 추가를 적극 검토해야한다고 말했습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6일 "AI 과학기술강군 육성을 위한 AI 획득, 무기체계 내 SW 업그레이드를 위한 SW 획득, 민간 인공위성 서비스의 국방분야 활용을 위한 서비스 획득, 민간첨단기술기업 전용 신속획득 프로세스 등은 여전히 부재"라고 진단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신속시범사업도 '구조적 한계'
신기술을 신속히 국방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신속시범사업과 관련해서는 "신속시범사업은 초기 단계에서 군 소요와 연계되지 않고 사업이 추진된다는 점에서 구조적 한계가 있다"며 "현 규정상 군 소요와 연계되지 않는 방사청(신속원) 자체 시범사업으로 사업이 성공하더라도 별도의 긴급소요 방식으로 소요를 제기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차별성 부족에 대해서는 "2023년 신설된 신속소요 제도가 초기 단계 군 소요를 반영하면서 이와 사업 목적이 동일한 신속시범사업의 당위성이 저하됨에 따라 사업지속 여부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습니다.
신기술을 보유한 민간기업의 사업 참여가 어려운 점도 꼽았습니다. 그는 "현 규정상 제안서 평가기준이 방위사업 분야 기참여실적, 시설, 보안 등 기존 방산기업에 유리해 사업 목적과는 달리 민간첨단기술기업의 진입은 거의 불가능한 상황"이라며 "일반적인 군 시험평가와는 다른 시범운용 및 성능입증시험의 한계가 존재한다"고 진단했습니다.
세종=이규하 기자 judi@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