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금감원 난관

두산, 주주 갈등 부른 '합병비율' 고수
금감원, 두산 분할·합병안 까다로운 심사
주총 전 최대 과제, 금융당국·주주 설득

입력 : 2024-08-09 오후 4:23:14
[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두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작업이 순탄치 않습니다. 두산그룹이 최근 주주 갈등을 부른 두산밥캣과 두산로보틱스의 합병비율을 고수합니다. 이에 금융당국은 무제한 반려도 가능하다며 엄격한 심사를 예고했습니다. 기업 분할 합병을 위해 오는 9월25일로 예정된 두산 계열사들의 주주총회가 차질없이 열릴지 불확실한 상황입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두산은 지난 6일 금감원의 요구에 따라 분할·합병에 관한 설명을 보완하는 정정 신고서를 제출했습니다. 앞서 금감원이 지난달 24일 보완 요구를 한 지 2주 만입니다. 다만, 두산은 이번 신고서에서 불공정한 합병 비율로 논란이 있는 합병 비율(두산밥캣 1주당 두산로보틱스 0.63주)을 바꾸지 않았습니다.
 
앞서 두산은 지난달 15일 계열사 합병과 주식의 포괄적 교환·이전을 위해 금감원에 증권 신고서를 냈습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보유 중인 그룹 '캐시카우' 두산밥캣의 지분 46%와 일반 주주가 소유한 54%를 두산로보틱스에 넘겨 100% 자회사로 만드는 방식입니다. 이후 두산로보틱스와 두산밥캣 두 회사를 한 개의 회사로 합병한다는 목표입니다. 
 
하지만 그룹에서 실적 적자를 내는 두산로보틱스와 그룹 실적을 견인하는 두산밥캣의 기업가치가 거의 1대 1로 동일하게 평가를 받았다는 측면에서 두산밥캣과 두산에너빌리티 소액주주들을 중심으로 거센 반발이 나왔습니다. 그룹 내에서 실적 차이가 크다는 이유에서 입니다. 
 
두산밥캣은 올해 2분기 매출액 2조2366억원, 영업이익 2395억원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지난해 동기 대비 각각 16%, 49% 가량 하락한 수준이지만, 사실상 작년 사상 최대 실적 달성에 따른 기저 효과입니다. 두산밥캣은 작년 영업익 1조3899억원을 달성하며 전년대비 약 30% 상승했습니다. 
 
반면, 두산로보틱스의 실적을 보면 적자의 연속입니다. 두산로보틱스의 올 2분기 매출은 144억원, 영업손실은 79억원으로 나타났습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0% 증가했지만, 영업손실 폭은 더 커졌습니다. 작년 역시 두산로보틱스는 192억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경기도 성남 분당구에 위치한 두산그룹 사옥 전경. (사진=두산그룹)
 
때문에 금감원이 두산에 기업 합병과 관련한 중요 사항이 주주들에게 제대로 제시하지 않았다며 신고서 보완을 요구한 겁니다. 그러나 두산은 정정신고서에서도 합병 비율을 변경하지 않고 기존 분할 합병의 목적과 향후 회사 구조 개편에 관한 계획, 합병가액과 그 산출 근거 등을 전보다 상세히 기재했습니다. 
 
금감원 전자공시스템에 따르면 두산은 이번 정정신고서와 관련해 "두산에너빌리티 분할신설부문이 보유한 투자주식은 상장된 시장성 있는 투자주식으로 현금흐름할인모형이 아닌 기준시가를 적용해 산정했다"며 "일반적으로 시가란 다수의 시장참여자들에 의해 주식시장에서 거래돼 시장참여자들이 기대하는 회사 미래현금흐름과 기대 배당수익 등에 따라 형성된다"고 공시했습니다.
 
이어 "기준시가를 적용해 상장사 수익가치를 산정하는 것은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시행세칙에서 규정하는 일반적으로 공정하고 타당하는 것으로 인정되는 모형에 부합한다고 판단된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러나 이복현 금감원장은 두산그룹의 지배 구조 개편안을 꼼꼼히 따져보기로 했습니다. 이 원장은 지난 8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최고경영자) 간담회’가 끝난 후 두산의 정정신고서에 대해 "만에 하나 조금이라도 (정정신고서에) 부족함이 있다면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지속적으로 정정 요구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이 원장은 이날 간담회 모두발언에서 "여전히 지배주주 이익만 우선시하는 기업 경영 사례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어 안타깝다"며 부정적 견해를 밝혔습니다.
 
이에 따라 지배구조 개편 작업을 완수하기에 난항이 예상됩니다. 주총 전까지 두산은  금융당국과 주주 설득이라는 높은 관문을 넘어야합니다. 재계 관계자는 "이번 두산의 지배구조 재편 과정은 단순히 법과 규정을 준수했는지에 대한 문제를 넘어섰다"며 "기업은 주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직면한 손해 발생 가능성에 책임 있는 자세를 보이는 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지난 8일 금융투자협회에서 열린 '자산운용사 CEO 간담회'에 참석해 모두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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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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