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5년 단임 대통령에게 임기 반환점은 의미가 큽니다. 임기 중 변화와 개혁의 동력이 실릴 때인데요. 정권이 추진한 정책이 옳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하면 하반기 국정 운영 주도권을 놓쳐 레임덕(권력누수)의 수렁으로 굴러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2년 전 '별의 순간'을 잡은 윤석열 대통령은 '정치 모르는 검사' 출신이라는 한계를 어떻게 뛰어넘을지 기대와 우려를 한 몸에 받으며 지난 2022년 5월 10일 취임했습니다. 하지만 임기 중반을 앞둔 윤 대통령의 지지율은 87년 이후 역대 대통령 중 최저치에 근접했습니다. '국정 철학이 없다', '막가파식 운영'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요. 윤 대통령의 상반기 국정 운영 성적표를 살펴봅니다. (편집자 주)
지지율 '20%'. 추석 직전 윤석열 대통령이 받아든 국정 수행 성적표입니다. 임기 절반가량을 보낸 윤 대통령에 대한 평가는 여론조사 흐름에서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지난 4월 총선 참패 뒤 줄곧 20%대에 머물다가 '취임 후 최저치'를 갈아 치웠습니다.('한국갤럽'의 지난 13일 공표 여론조사, 10~12일 조사, 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참조)
'한국갤럽'에 따르면 직전 문재인 대통령의 반환점 지지율은 45%였습니다. 통상 임기 반환점 직전인 집권 3년 차 2분기 지지율을 보면 김대중 전 대통령은 38%, 박근혜 전 대통령은 36%, 노무현 전 대통령은 34%였습니다. 김영삼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각각 28%, 18%에 그쳤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 브리핑룸에서 국정브리핑 및 기자회견하며 물을 마시고 있다.(사진=뉴시스)
상반기 국정운영…"벌여놓고 수습 안돼"
상반기 윤석열정부 국정운영의 핵심은 연금·교육·노동·의료 등 '4대 개혁'으로 요약됩니다. 전임 정부가 하지 못한 개혁을 하겠다는 건데요.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 교육, 노동개혁을 3대 선행 과제로 제시했고 의료개혁을 추가했습니다.
임기 내 개혁 완수가 목표라면 임기 반환점에 성과까진 아니더라도 진행 상황에 대해 내놓을 결과물이 있어야 합니다. 그러나 4대 개혁 추진 방향을 다룬 국정 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은 "개혁은 절체절명의 과제", "쉬운 길은 가지 않겠다"는 다짐만 반복했습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4대 개혁이 원칙적으로는 다 맞는 얘기"라면서도 "문제는 일을 벌여놓고 수습이 안 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진단했습니다.
이종훈 정치평론가는 "벌여놓은 일은 많은데 하나도 제대로 성과를 낸 것이 없다"며 "오히려 분란만 야기하고 불필요한 비용 또한 늘렸다"고 평가했습니다. 대표적인 예로 대통령실 이전과 의정 갈등을 꼽았습니다. 의정 갈등으로 인한 의료 공백 해소를 위해 응급실 지원 확대를 포함한 의사 달래기에 지원금만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는 지적입니다.
떨어진 개혁 동력…"한 개라도 성공 의문"
윤 대통령이 제시한 4대 개혁은 전임 정부들에서도 풀지 못한 숙제입니다. 인기 없는 어려운 과제들만 대범하게 고르면서도 그에 걸맞은 준비는 빈약한 셈입니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4대 개혁 중 성공한 게 없고 임기 중반에 이미 개혁 동력이 다 떨어졌는데 한 개라도 성공할지 의문"이라고 전했습니다.
4대 개혁 중 최우선 순위를 뒀던 개혁 과제는 연금개혁입니다. 지난달 국정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기도 했는데요. 국회 논의와 시민 숙의를 존중하기는커녕 사실상 묵살했단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박상병 평론가는 "연금개혁을 평가하기에는 다른 직역 연금 개편까지 살펴봐야 해 아직은 시기상조"라면서도 "연금을 많이 못 받는 사람들이 많이 받을 수 있게 그동안의 기조를 바꿔야 개혁이지 더 내고 덜 받는 게 어떻게 개혁이냐"고 반문했습니다.
노동개혁은 장시간·압축노동을 부르는 '주 69시간제'를 제시했다 논란의 대상이 되면서 사실상 노조 개혁을 빙자한 '노조 때리기'에 맞췄습니다. 백년지대계로 추진해야 할 교육개혁은 늘봄학교, 인공지능 디지털교과서, 글로컬 대학 육성 등에 그쳤습니다.
코너 몰린 의료개혁, 정면돌파 무리수
윤정부의 대표적인 두 가지 개혁 중 연금개혁에 '개혁'이 빠져 문제라면, 4대 개혁 중 가장 늦게 시작한 의료개혁은 반대로 급격히 추진하다 탈이 난 모양새입니다. 정책 실패로 의료 공백을 야기해 국민 생명을 위태롭게 하는 상황을 초래해놓고도 정부가 계속 무리수를 두고 있는 겁니다. 실제 여론조사에서도 윤 정부의 국정운영이 낙제점을 받은 가장 큰 이유로 '의대 증원'이 꼽힙니다.
박상병 평론가는 "의대 증원은 과거 어느 정부도 못햇고 지지율이 높던 문재인 정부조차도 실패했다"며 "윤 대통령은 코너인데도 밀어붙인다"고 말했습니다. 개혁에는 저항이 따르게 마련이고 기득권자들이 가만히 있지 않아 복잡한 협상 방정식이 필요한데도 막가파식으로만 추진하고 있다는 설명입니다.
디테일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의대 증원은 제주 의대가 설립된 1998년 이후 27년 만의 일인데요. 내년 의대 신입생을 단번에 50%씩이나 늘리는 파격적인 정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2025학년도 전국 의대 모집인원은 총 4610명으로 전년도 3113명보다 1497명 늘었습니다.
신율 교수는 "의정 갈등은 생존권, 근본 이익에 대한 문제로 좀 더 치밀하게 추진했어야 하는데 플랜 B가 있는지 의문"이라며 "이를 풀지 못하면 지지율이 더 떨어질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