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젠바이오, 자금조달 반토막…관리종목 우려 확대

자금조달 100억서 45억으로 감소…발등에 '불'
관리종목 지정 유예 종료…추가자금 조달 필요

입력 : 2024-09-24 오전 6:00:00
[뉴스토마토 박준형 기자] 엔젠바이오(354200)의 유동성 압박이 커지고 있습니다. 전환사채(CB) 풋옵션(조기상환 청구권) 대응을 위한 자금조달 규모가 ‘반토막’ 났기 때문입니다. 시장에선 엔젠바이오가 주주배정 유상증자 등에 나설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기술특례로 상장한 엔젠바이오는 내년부터 일부 관리종목 지정 유예가 종료되기 때문에 추가적인 자금조달 없이는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됩니다.
 
자금조달 발행액 감소에 유동성 우려
 
(그래픽=뉴스토마토)
 
2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엔젠바이오는 50억원 규모로 발행이 예정됐던 3자배정 유증이 20억원 규모로 변경했다고 공시했습니다. 당초 엔젠바이오는 유증으로 최대주주 역시 ‘Euro Alliance L.L.C-FZ’라는 법인으로 변경될 예정이었으나 납입대상은 개인으로 변경됐고, 최대주주 변경도 없던 일이 됐습니다. 
 
엔젠바이오는 유증과 함께 50억원 규모의 CB 발행도 계획했는데요. CB 역시 발행액이 25억원으로 줄었습니다. 총 100억원으로 예정됐던 자금조달액이 45억원 규모로 급감한 것입니다.
 
자금조달 규모가 급격히 줄면서 엔젠바이오의 유동성 우려도 커졌습니다. 엔젠바이오는 앞서 지난 2022년 200억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는데요. 올해들어 풋옵션 청구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5월 각각 69억원, 29억원 규모의 풋옵션이 행사됐으며, 이달 11억여원의 풋옵션이 행사됐습니다. 이를 위해 지난 6월 30억원 규모의 4회차 CB를 발행하기도 했으며, 금융기관에서 26억원을 단기차입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주식전환 또는 상환이 이뤄지지 않은 3회차 CB는 74억여원 규모인데요. 모두 풋옵션이 행사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해당 CB는 표면·만기 금리가 모두 0%로 만기까지 보유해도 이자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인데요. CB의 전환가액은 6510원으로 이미 리픽싱(전환가액 조정) 한도까지 조정이 완료됐습니다. 엔젠바이오의 현재 주가는 3380원(20일 종가 기준)으로 전환가액의 절반 수준에 불과해 주식전환이 이뤄질 가능성도 낮습니다.
 
올해 상반기 기준 엔젠바이오의 현금성자산은 52억여원으로 45억원의 자금조달이 완료될 경우 CB 상환은 가능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CB 풋옵션 대응은 유보자금이나 자산일부 매각을 통한 유동화 등을 통해서 충분히 가능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단기차입금 46억부터 첩첩산중 
 
자금조달을 통해 당장의 CB 상환을 완료하더라도 추가적인 자금조달이 필요할 것으로 판단됩니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단기차입금 46억원의 만기가 내년 돌아오는 데다, 추가적인 자금조달 없이는 관리종목에 지정될 우려가 크기 때문입니다.
 
엔젠바이오는 지난 2020년 기술특례상장을 통해 상장했습니다. 기술특례상장 기업은 3~5년간 관리종목지정이 유예되는데, 엔젠바이오는 내년 결산부터 일부 관리종목 지정 유예 혜택이 종료돼 자금조달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엔젠바이오는 올해 사업보고서 기준 법인세 비용 차감 전 계속사업손실(법차손)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 유예가 종료됩니다. 코스닥시장 상장규정 상 결산 기준 법차손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 자기자본의 50%를 넘어설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엔젠바이오는 지난해 법차손이 131억여원으로 자기자본(162억원)의 81.16%를 기록했습니다. 올해 상반기기준 법차손은 60억원으로 자기자본(126억원)의 47.96%를 기록했는데요. 하반기 추가적인 자금조달 없이 상반기와 유사한 법차손을 기록할 경우 100%에 육박할 것으로 보입니다. 
 
엔젠바이오는 상장 이후 적자 규모가 지속적으로 커지고 있습니다. 지난해 129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으며, 2020년 82억원, 2021년 98억원 등 적자 규모도 커지고 있습니다. 적자가 지속되면서 엔젠바이오의 자기자본도 급격히 줄어들고 있는데요. 상장 직후 414억원에 달했던 자기자본은 올해 상반기 126억원까지 줄었습니다. 자기자본이 자본금(128억원)보다 낮아지면서 부분자본잠식에도 빠졌습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기술특례 상장을 시도하는 기업들 대부분이 적자 기업인데 상장 이후 수익성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자본시장을 통한 자금조달로 연명할 수밖에 없다”면서 “본업을 통한 흑자전환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좀비기업’화 할 수 있어 주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엔젠바이오 관계자는 “내년부터 관리종목 지정 유예가 종료되면 법차손에 따른 관리종목 지정까지는 3년여의 여유가 있다”면서 “남은 기간 수익성도 개선될 것으로 보고 있어 당장 우려할 상황은 아니라고 판단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유증 등 추가 자금조달은 공시사항이라 답변이 힘들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엔젠바이오 홈페이지 캡처)
 
박준형 기자 dodwo90@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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