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22대 국회 첫 국정감사가 '김건희 국감'으로 전개되면서 여권에서는 '이재명 사법리스크'로 맞대응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토로하고 있습니다. 특히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김건희 여사 리스크에 대해 "민심에 따라 행동하겠다"라는 의사까지 드러냈는데요. 김 여사가 '대국민 사과'는 물론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을 수용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필리핀 국빈 방문을 마친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가 7일(현지시각) 마닐라 니노이 아키노 국제공항에서 싱가포르 국빈 방문을 위해 공군1호기에 탑승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한달 내내 '김건희 국감'…여, 선택의 시간
8일 국회 국정감사 현황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 의혹 관련 증인과 참고인은 50명이 넘습니다. 여기에 국정감사 기간 중 추가로 채택될 증인·참고인을 고려하면 100명(중복 포함)이 넘을 것으로 관측됩니다.
또 국정감사 첫째날과 둘째날 모두 사실상 '김건희 국감'으로 진행됐는데요. 대통령실을 관장하는 국회 운영위원회 국정감사가 이달 31일부터 다음달 1일로 예정된 걸 고려하면 '김건희 국감'은 10월 한달 내내 이어질 예정입니다.
민주당은 이번 국감을 통해 김 여사 관련 의혹들의 스모킹건을 찾아내는데 당력을 집중하고 있습니다. 특히 '김건희 가족비리 및 국정농단 규명 심판본부'까지 꾸리며 국감을 통해 김건희 특검법의 추진 동력을 얻겠다는 계획입니다.
민주당은 국감과 별도로 김 여사 관련 의혹을 겨냥한 '상설특검 요구안'까지 제출하며 여권에 대한 압박에 나섰습니다. 김용민 민주당 원내수석부대표는 이날 오전 기자들과 만나 "개별 특검법은 별도로 추진하고, 이건 병행하는 개념"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반면 여당은 이재명 민주당 대표의 '11월 위기설'을 거론하면서 사법리스크로 맞대응하기로 했습니다. 하지만 상황은 녹록지 않습니다.
여소야대 지형 탓에 국민의힘이 이 대표 관련 의혹으로 신청한 증인 상당수가 채택되지 않았습니다. 또 문재인 전 대통령을 겨냥한 증인 신청도 야당의 반대로 보류된 상황입니다.
'김건희 특검법'의 이탈표을 저지할 동력도 떨어져 있습니다. 지난 4일 본회의 김건희 특검법 투표 결과는 출석 의원 300명 중 찬성 194명, 반대 104명, 기권 1명, 무효 1명이었습니다. 범야권 192인 모두 찬성했다고 가정해도 기권과 무효를 포함해 여권 내 이탈이 4표나 발생한 겁니다.
이런 가운데 나온 한 대표의 발언은 심상치 않습니다. 한 대표는 지난 6일 친한동계 의원 등 20여명을 만난 자리에서는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지켜보면서 대응하자"고 했는데요.
하루가 지난 7일 원외 당협위원장 100여명과 만난 자리에서는 김 여사 리스크에 대한 우려 목소리가 나오자 "사안이 심각하다는 것에 동의한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선택해야 할 때가 오면 선택하겠다"며 "민심에 따라 행동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집니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7일 서울 여의도 국회 도서관에서 열린 2024 전국 원외당협위원장 연수에서 마무리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사과 적기 지났다
모르쇠로 일관하던 정부에서도 다른 목소리가 나오는 모양새입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은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김 여사의 '공천 개입' 의혹에 대해 "적절하지 않은 행위"라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김 여사를 둘러싼 여권의 방패막이 흔들리면서 결단의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통해 김 여사를 지키는 것도 한계에 봉착했습니다.
결국 김 여사가 현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방법은 몇 가지 남지 않았습니다. 지난 2021년 12월 대선 직전 김 여사는 허위경력 의혹에 대해 대국민사과를 한 바 있습니다. 국민의힘 한 최고위원에 따르면 대통령실도 추석 이전부터 김 여사의 사과를 검토했고, 현재도 사과 시기를 조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집니다.
하지만 김 여사의 사과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미 사과할 적기가 지났고, 계속해서 추가 의혹이 터지고 있는 만큼 추가 조치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때문에 김 여사가 특검법을 수용하거나 사법적 판단을 받는 방식이 거론됩니다. 윤 대통령이 직접 대국민 사과를 하고 철저한 검찰 수사를 지시하는 방안입니다.
지난 1997년 2월 김영삼 대통령은 아들 현철씨가 한보 사태 배후라는 의혹이 퍼지자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을 하며 철저한 수사를 검찰에 지시한 바 있습니다. 다만 김 여사의 사과를 요구하는 한 대표의 독대를 거절한 윤 대통령이 대국민사과에 나설 가능성은 없다는 평가도 나옵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