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업계 종사자 주식투자 ‘해외로 해외로’

입력 : 2024-10-14 오후 3:38:09
 
[뉴스토마토 신대성 기자] "국내 주식은 이제 못 해먹겠어요." 최근 증권업계에 종사하는 직원들 사이에서 불만 섞인 목소리가 심심찮게 들려옵니다. 증권사와 자산운용사뿐만 아니라 한국거래소, 금융투자협회, 금융감독원 등 유관기관 임직원들은 국내 주식 거래 시 제약을 받습니다. 여러 규정들이 국내 주식 시장에서의 활동을 불편하게 만들어 결국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게 만든다는 지적입니다.
 
국내 주식 매매, 만만치 않은 규제의 벽
 
자본시장법 63조에 따르면 증권업계 임직원들은 주식 거래 시 하나의 계좌만 사용할 수 있습니다. 이 계좌의 매매내역을 분기별로 소속 회사에 보고해야 합니다. 각 금융사는 임직원이 따라야 할 규정과 절차를 마련해, 보고된 매매 내역을 점검합니다. 
 
각사별로 매매 규정이 조금씩 상이하긴 하지만 금융투자협회 모범규준을 보면, 임직원이 국내 상장 주식을 매매할 때는 준법감시인이나 부서장의 사전 승인을 2영업일 이내에 받아야 합니다. 주식을 매수할 경우 최소 5영업일을 보유해야 하는 의무 보유 규정과 매매 횟수에 제한을 두는 규정까지 더해져 더욱 복잡해집니다. 월간 매매회전율은 500% 이내로, 매수 주문 횟수(매수주문의 취소 및 정정은 제외)는 일간 3회 이내 또는 월간 30회 이내로 제한합니다. 빠르게 변동하는 주식 시장에서 적시에 매수나 매도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또한 상장주식 및 장내 파생상품에 대한 임직원의 연간 추가 투자한도는 연봉을 초과할 수 없으며, 총 누적 투자금액은 회사가 정하는 한도(예시 : 5억원 등)를 넘길 수 없습니다.
 
이러한 규정들은 내부자 거래를 방지하고 시장의 공정성을 확보하려는 취지에서 도입됐지만, 정작 증권업계 종사자들에게는 큰 불편으로 다가옵니다. 고소득 업종으로 분류되는 증권업계 종사자들 중에서는 주식에 누구보다 진심인 사람들이 많은데, 까다로운 규제를 일일이 지키면서 국내 주식을 거래하기가 쉽지 않은 현실입니다. 자연스레 미국 주식 등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습니다. 
 
관심 커지는 해외주식 
 
국내 주식과 달리 해외 주식은 규제가 없어 거래가 훨씬 자유롭고 편리합니다. 자본시장법이 해외주식에 대해서는 별도의 매매 제약을 두지 않은 탓입니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국내 주식을 할 수 없게 막는 것은 아니지만, 마치 발목에 쇠사슬을 채운 것 같다"면서 "규제가 필요 이상으로 경직돼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그는 “결국 규제의 틀 안에서 국내 시장에만 갇히기보다는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미국 주식이나 유럽 시장으로 자금을 옮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게 된다"고 했습니다. 
 
다른 증권사 직원은 "몇년 전까지만 해도 매매내역을 직접 다 조회해서 제출처에 입력하는 시스템이었지만, 최근에는 임직원 매매내역이 자동으로 제출되는 전산시스템이 구축됐다"면서도 "회전율이나 주문횟수가 초과하면 자동으로 튕긴다. 계열사 주식의 경우 단기매매 반환의무 때문에 단기 차익실현이 불가능하다"고 말했습니다. 
 
공모주 청약 과정에서 발생하는 불편함도 자주 언급됩니다. 증권 유관기관 관계자는 "국내 IPO 청약을 할 때, 본인이 사용 중인 증권사가 해당 인수단에 포함되지 않으면 추가 계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그러나 해당 공모주를 매도할 때는 반드시 신고된 1인 1계좌로만 할 수 있기 때문에 실수로 위반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습니다. 실제 금감원은 지난 8월 금융투자상품 매매제한 위반으로 한국거래소 임직원 50여명을 적발하기도 했습니다.
 
금융당국, 규제 완화에 선 그어
 
하지만 금융당국의 입장은 단호합니다. 규정을 통해 내부자 거래를 방지하고, 시장의 공정성을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견해입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개인적인 불편보다 시장 전체의 투명성과 공정성이 중요하다"며 현행 규정의 필요성을 강조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증권업계는 고소득 업종인 만큼 투자자금 규모와 함께 일반 투자자들보다 정보 접근성이 훨씬 유리하다"면서 “일반 투자자와 달리 제약을 두는 것이 적절하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규제 완화와 관련해선 드릴 말씀이 없다"고 했습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규제가 과도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고, 적절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만, 이 규제는 꼭 필요하다"면서 "과거에 업계 종사자들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주식 거래를 한 사례가 적발된 적이 있었고, 유관기관 직원들이 근무시간에 일을 하지 않고 주식 거래에만 몰두하는 경우도 있어서 매매 횟수를 제한하게 된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14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사진=뉴시스)
 
신대성 기자 ston9477@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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