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이승재 기자] 국내 조선업 1위 자리에 위치한 HD현대그룹의 조선 사업부문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국내 대형 조선3사(HD현대중공업·삼성중공업·한화오션) 가운데 홀로 노동조합과 단체교섭 타결에 이르지 못해서입니다. HD현대의 조선 3사(현대중공업·HD현대미포·HD현대삼호) 노조는 회사의 입단협 제시안 제출 촉구를 목적으로 연속 공동파업까지 나섰습니다.
16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HD현대의 조선 계열3사 노조는 이날부터 오는 18일까지 사흘 연속 공동파업을 단행합니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지부(현대중공업 노조)는 "이번주는 수목금 연속파업을 한다"며 "(회사가) 제대로 된 제시안을 만들어서 진정으로 (노조)에 내놓을 때 파업 투쟁은 멈출 수 있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국내 조선업종 노조연대 관계자들이 지난달 4일 오후 HD현대중공업 울산 본사 앞에서 총파업 결의대회에서 조합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는 모습. (사진=뉴시스)
이들 노측이 쟁의행위의 수준을 높인 건 사측의 임단협 3차 제시안 제출에 대한 압박 목적입니다. 앞서 현대중공업 노조는 사측의 1·2차 임단협 제시안을 모두 거절했습니다. 노조 조합원들의 기대치에 한참 모자란다는 이유에서입니다.
현대중공업 사측은 지난달 5일 기본급 10만2000원(이하 호봉승급분 포함) 인상, 격려금 400만원 등을 골자로한 1차 제시안을 보냈지만 노조는 반려했습니다. 이후 노조가 압박성 파업의 빈도를 늘렸습니다. 이에 사측이 지난달 25일 2차 제시안을 새로 내놨지만 또 다시 거부당했습니다. 2차 제시안은 △기본급 12만2500원 인상 △격려금 400만원+상품권 30만원 △중대재해 미발생 성과금 신설 등으로, 기존 제시안 대비 처우가 좋아졌습니다.
두 차례 사측의 임단협 제시안이 거절된 이유는 노조 요구안과의 격차가 크기 때문입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 4월 올 임단협 요구안으로 △기본급 15만9800원 인상 △성과급 산출기준 변경 △임금피크제 폐기 등의 내용을 담았습니다.
다만, 사측이 노조에 제시한 교섭안은 동종업계 최고 수준입니다. 한화오션은 이번주 올해 임단협 타결에 성공했습니다. 교섭안은 기본급 11만7404원 인상과 타결 일시금과 상생 격려금 총 370만원 일괄 지급 등의 내용이 핵심입니다. 가장 먼저 협상에 성공한 삼성중공업도 지난달 기본금 12만1526원 인상과 격려금 300만원 지급 등의 내용으로 임단협을 성사시켰습니다.
특히 현대중공업은 "경쟁사의 타결 수준을 살펴보면 우리의 2차 제시안에 비해 낮은 수준"이라며 "자칫 교섭 마무리가 늦어져 실적 개선에 발목이 잡힌다면 우리 모두가 감내해야 하는 피해로 돌아올 수 있다"고 사보에 기재했습니다.
그러나 HD현대 노조들은 이같은 사측의 우려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동종사들의 임단협 타결이 HD현대 조선3사의 타결조건이 결코 될 수 없다"며 "HD현대 3사는 공동투쟁을 통해 더 큰 성과를 쟁취하기 위해 투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에 HD현대중공업 관계자는 "동종사 최고 수준의 2차 제시안을 전달했으나 노조가 교섭 잠정 중단을 선언해 아쉽게 생각한다"며 "원만한 합의를 위해 힘을 모을 수 있도록 노조가 신속히 교섭에 복귀하기를 기대한다"고 했습니다.
HD현대중공업 울산 조선소의 야경. (사진=뉴시스)
이승재 기자 tmdwo3285@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