죄수의 딜레마 끝자락에 왔습니다. 오빠 논란, 둘 중 한쪽은 거짓말입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결론은 국민 농락입니다. 명태균씨와 김건희 여사간 카톡(카카오톡) 대화에 대한 것입니다. 명씨는 본인에 대한 인신공격이 이어지자 대통령과 김 여사와의 친분을 증명하기 위해 카톡을 공개했습니다. 여기서 김 여사가 오빠라고 지칭한 인물에 대해 다수가 대통령이라고 인식했던 의식과 달리 대통령실이 ‘친오빠’라고 해명하면서 논란이 번졌습니다.
친오빠라면, 명씨가 거짓입니다. 친오빠란 대통령실 해명에 명씨가 거짓말이라는 '취지'로 반박했습니다. 여기저기 명씨가 인터뷰한 내용 중에는 명확하게 대통령인지 말하지 않고 친오빠와는 정치 얘길할 사이가 아니라는 등 어물쩍 답합니다. 또 대통령이 아니라고 입장을 바꾸기도 해 언행의 신빙성이 떨어집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실 해명에 반박한 시점에서 명예훼손이 성립합니다.
그러면 도대체 왜 대통령실은 즉각 고발, 고소하지 않는지 의문이 생깁니다. 그동안 작은 일에도 발끈해왔던 대통령실이 갑자기 관대해진 것에 대해 많은 국민은 의문이 풀리지 않습니다. 친오빠가 사실인 경우 명씨가 거짓말로 국민을 농락한 것입니다. 이런 명씨를 신임했다고 김 여사는 카톡에 적었습니다. 명씨와 친분이 없었다는 취지의 앞선 대통령실의 해명은 이미 거짓이고 농락입니다.
반대로 오빠가 대통령을 지칭한 것이라면, 대통령실이 국민을 농락한 것이 되겠죠. 친오빠란 해명이 거짓입니다. 친분이 없다는 데 이어 두 번째 거짓말입니다. 친오빠란 거짓은 국민을 바보로 본다는 야당의 말대로 농락 수준이 과합니다. 국정에 대한 신뢰가 송두리째 무너집니다.
앞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일으킨 곳이 러시아인지 인공지능(AI)에게 물어야만 답을 구할 수 있을 지경입니다. 이런 식이면 상식으로 이뤄지는 합의와 결론은 없습니다. 상식이 무너집니다. 게임의 기본 룰이 깨지면 게임 자체가 성립하지 않습니다. 사회가 무너집니다. 누구도 룰을 지키려하지 않을 것입니다. 서로 속이려 들고 교활해야만 손해보지 않게 됩니다. 이제부터는 선량한 사람도 그렇게 생각을 바꿔야 할 지경입니다.
미국 등 선진국의 AI 개발자들이 인류를 위협할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면서 출시를 늦추고 있었다고 합니다. 그러다 오픈AI가 먼저 치고 나가자 어쩔 수 없이 레이스에 뛰어든 꼴이죠. 브레이크 없는 경주차량이 레일 위를 고속질주하고 있는 셈입니다. 지금이라도 개발을 멈추자는 얘기도 나오지만 러시아, 중국, 북한 등이 그 사이 치고 나갈 것이 두려워 합의가 안 된다고 하네요. 이번 게이트도 상식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발언과 해명들이 오가고 있는데, 비슷한 원리가 아닌가 싶습니다.
국민은 이미 한번 촛불을 들었지만 바뀐 건 없었습니다. 오히려 더 지능적이고 교활해졌습니다. 누군가는 촛불을 이용했습니다. 그게 이지경에 이르러서도 잠잠한 이유입니다. 사회가 이대로 무너져 내리길 바라지 않는 국민은 선량한 중지를 모을 누군가를 바랍니다. 반복되는 시소게임을 끝낼 제3자에게 커다란 기회가 올 것입니다. 물론 그것은 기회일 뿐, 잡을 능력이 될지는 별개입니다.
이재영 산업1부 선임기자 leealive@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