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문성주 기자] '밸류업 모범생'으로 꼽히는 금융지주사들은 적극적인 주주환원 의지를 내비치며 밸류업에 공을 들이고 있습니다. 역대급 실적을 이어가는 가운데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마지막 퍼즐인 밸류업(기업가치 제고)에 경쟁 영역을 확대하는 모습인데요. 앞서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KB금융지주와 하나금융지주는 연말 리밸런싱 특례편입을 겨냥해 한층 강화된 주주환원책을 내놓을 전망입니다.
밸류업 경쟁 '이제부터'
한국거래소가 지난달 24일 발표한 밸류업 지수 편입에
KB금융(105560)과
하나금융지주(086790) 등이 다수 탈락하면서 시장 예측을 벗어나는 결과가 나왔습니다. 특히 밸류업 모범생으로 꼽혀왔던 금융지주사가 대거 탈락한 이유는 자기자본이익률(ROE)와 주가순자산비율(PBR) 요건의 문턱을 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한국거래소는 5단계 스크리닝을 통해 평가지표를 적용시켜 지수에 반영할 종목을 선별했는데요. 5단계 스크리닝은 시장대표성 '시가총액', 수익성 '당기순이익', 주주환원 '배당·자사주 소각', 시장평가 'PBR', 자본효율성 'ROE'입니다. KB금융과 하나금융이 밸류업 지수에 편입되지 못한 이유도 ROE, PBR 요건에 미치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ROE는 기업이 자기자본(주주지분)을 활용해 1년간 얼마를 벌어들였는가를 나타내는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데요. ROE가 10%면 10억원의 자본을 투자했을 때 1억원의 이익을 냈다는 뜻입니다. 지난해 말 기준 KB금융의 ROE는 8.44%로 거래소가 제시한 편입 기준인 '산업군 내 상위 50%'에 들지 못해 편입이 불발됐는데요. 이번에 밸류업 지수에 이름을 올린
신한지주(055550) 8.36%,
우리금융지주(316140) 8.29%보다도 높은 수치입니다.
PBR 역시 최근 2년 평균 PBR이 산업군별 또는 전체 순위 비율 상위 50% 이내에 속해야 한다는 조건이 있습니다. 금융권에서는 상대적으로 PBR이 낮을 수밖에 없는 은행주는 조건을 충족하기가 어렵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하나금융의 PBR은 0.32배로, 코스피 금융업 평균 PBR인 6.9배에 비해 크게 뒤쳐집니다. 정준선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은행주의 주가가 작년까지 매우 부진해 4대 금융지주의 2022~2023년도 평균 PBR이 0.37배로 상대적으로 낮다"면서 "신한금융과 우리금융도 지난 2분기 밸류업 계획을 공시했기 때문에 특례를 편입된 것이지 정식 기준에 의한 것은 아니다"고 진단했습니다.
4대 금융지주 및 코스피 금융업 자기자본이익률(ROE) 비교 (출처= 뉴스토마토)
업계서도 "경영진 주주환원 의지 높아"
리딩뱅크와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경쟁을 하는 금융지주사들은 밸류업으로 경쟁영역을 확대하고 나섰습니다. 한국거래소가 내년 6월 정기 변경에 앞서 연내에 조기 리밸런싱을 할 수 있다고 시사한 만큼 편입에 실패한 기업들이 구체적이고 강화된 주주환원 정책을 내놓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KB금융이 먼저 신호탄을 쐈습니다. 지난 24일 KB금융은 3분기 역대급 실적 발표와 함께 주주환원 청사진을 밝혔습니다. 먼저 '주당가치 성장'으로 주주환원의 프레임 전환을 선언하면서 연평균 주당순이익(EPS) 성장률 10% 수준, 자사주 매입·소각 연평균 1000만 주 이상 수준의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또 1000억원 규모의 자사주 추가 매입·소각 계획과 함께 주당배당금을 2분기 대비 상향된 795원으로 결의했습니다.
ROE 개선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밝혔습니다. ROE 10% 이상, CET1 비율 13% 이상을 바탕으로 업계 최고 수준의 총주주환원율을 목표로 내걸었습니다. 백두산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3분기 BPS에 목표 PBR 0.86배를 적용했다. 목표 PBR에 내재된 ROE와 자본비율은 각각 9.8%, 11.1%"라면서 "주주환원책은 단기와 중장기 시계 모두 기대 이상"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오는 29일 실적 발표를 앞둔 하나금융 역시 강화된 밸류업 정책을 발표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자기자본이익률과 주주환원율, 자사주 추가 실시 등 항목별·단계별로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을 것으로 보입니다. 또 자본비율 개선을 통해 적극적인 주주환원을 내세울 것으로 전망됩니다.
강승건 KB증권 연구원은 "하나금융은 아직까지 밸류업 자율공시를 하지 않았지만 주주환원율 제고에 대한 경영진의 의지가 높다"면서 "환율 하락과 대출성장 관리를 통해 개선된 보통주자본비율은 밸류업 자율공시에 대한 기대감을 증가시킬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습니다.
리딩뱅크와 리딩금융 자리를 두고 경쟁을 하는 금융지주사들은 밸류업으로 경쟁영역을 확대하고 나섰다. 사진은 서울 시내 은행 ATM. (사진=뉴시스)
문성주 기자 moonsj7092@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