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윤영혜 기자]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나 기업에 부과되는 세금인 '탄소국경세'가 오는 2026년 시행을 앞두고 있습니다. 일종의 '무역 장벽'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어 국제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데요. 정부도 배출량 측정 등 기업의 대응 역량을 높이기 위한 지원에 나서고 있습니다. 다만 제조업의 공급망은 상호 연결돼 있어 중간 납품업체의 탄소 배출량도 고려해야 하는 데다 비용 부담도 있어 기업 입장에서는 여전히 녹록지 않은 상황입니다.
기업 지원 나선 정부…탄소 배출 관리 '발등의 불'
정부는 29일 광주광역시 서구에 위치한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환경부·산업통상자원부·중소벤처기업부·관세청 등 관계부처 합동으로 유럽연합(EU)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대응 제4차 정부합동 설명회를 개최합니다.
CBAM은 탄소 집약적 제품인 철강, 알루미늄, 비료, 수소, 시멘트, 전력 등 6개 품목을 EU로 수출할 때 생산 과정에서 배출한 탄소량에 상응하는 인증서 구매를 의무화하는 제도인데요. 사실상 '탄소세'가 시행되는 셈입니다.
이번 제4차 설명회에서는 EU에 해당 제품 등을 수출하거나 수출기업에 납품하는 기업 관계자 180여명을 대상으로 △탄소국경조정제도 주요 동향 소개 △수출신고 프로그램을 통한 탄소국경조정제도 품목 확인 및 유의 사항 안내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방법론 설명 △온실가스 배출량 산정 및 통지서(템플릿) 작성 실습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 국내기업 우수사례와 정부의 지원사업 소개로 진행될 예정입니다.
정부가 운영하는 상담창구(1551-3213)에 접수된 주요 질의를 소개하고, 설명회 참석자가 직접 배출량 산정 및 통지서 작성을 수행하는 실습을 진행합니다. 기업들이 지속가능성 공시, 공급망 실사 등 최근의 환경·사회·투명 경영(ESG)을 이해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ESG 역량강화 지원사업도 소개합니다.
환경부 기후경제과 관계자는 "정부 차원에서 관세청 협조를 얻어 기업이 수출할 때 EU 품목 대상일 경우 안내하는 등 적극 홍보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김완섭 환경부 장관이 지난달 전남 광양시 포스코 광양제철소에서 EU 탄소국경조정제도에 대응하기 위한 철강업계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환경부 제공)
가격 불이익 '우려'…납품 업체 파악 어려움도
온실가스 배출량은 EU 수입업자에게 보고하면 수입업자가 신고하도록 돼 있는데요. 수입업자가 우리 수출기업에 요구하지 않을 수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합니다. 26년부터는 반드시 보고해야 합니다.
현재 시범적으로 실시되고 있는 만큼 세부 지침이 아직 나오지는 않은 상태인데요.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이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상 253개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0.2%가 제도를 "모른다"고 답했습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철강은 영향을 많이 받는 분야라서 규모 있는 기업들은 즉각 통상팀을 통해 준비하고 있지만 중소업체들은 어찌할지 몰라 어려움이 있는 것으로 안다"며 "철강은 품목이 다양하고 방대한 만큼 유럽과 협의를 통해 세부적 지침이 만들어졌으면 한다"고 전했습니다.
특히 탄소 집약도나 제품의 탄소 성적이 좋지 않을 경우 가격 측면에서 불이익을 받을 수 있습니다. 이 경우 수입업자가 다른 선택을 할 수도 있는데요. 박경원 대한상공회의소 SGI 연구위원은 "가격 경쟁력을 좌우하는 주요 제도들이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만큼 배출량, 범위 등 미세한 룰 세팅 등 의사 결정 과정에 정부가 적극 참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신고할 때 잘못 기입할 경우 신뢰성에 금이 가 업종 평균 가격을 적용받을 수 있어 단기적으로는 서류 제출 방법에 대한 설명이나 홍보가 필요하다"면서도 "장기적으로는 기업이 저탄소 제품을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도록 기술혁신을 지원하고 저탄소 제품 수요까지 이끌어내는 정책이 필요하다"고 전했습니다.
제조업의 특성상 공급망이 연결돼 있어 핵심 중간재의 온실가스 배출량 측정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는데요. 중간재를 국내 또는 해외에서 조달할 경우 외부 배출량 정보를 확보해야 합니다. 환경부 관계자는 "수출 실적이 있는 기업들을 대상으로 안내를 하면서 납품받은 업체에도 연락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물론 납품업체 파악도 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사진=픽사베이)
윤영혜 기자 yyh@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