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주의 미래)③한류 열풍 속 K-술은?…"영세업체 지원 절실"

대형 주류 업체 성장에도…막걸리 수출액은 감소세
자본력 경쟁에서 밀리는 영세업체 대부분…정부 차원 지원책 필요
컨트롤 타워 일원화, 법적·제도적 개선 방향 설정도 절실

입력 : 2024-10-24 오후 5:00:00
[뉴스토마토 김충범·김성은 기자] 'K-술' 시장이 대형 주류업체를 중심으로 글로벌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정작 우리 주류 문화의 근간을 이루는 막걸리 등 전통주 시장은 수출 확대에 어려움을 겪는 등 업계 간 수출 규모의 편차가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대형 주류업체는 풍부한 자본력을 무기로 다양한 마케팅을 전개하고 해외 판로 다변화를 지속적으로 시도할 수 있지만, 막걸리 등 전통주 사업을 영위하는 업체의 경우 대형업체에 비해 규모가 영세하고 해외 노하우 확보에도 한발 뒤처질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여 있는 까닭인데요. 업계에선 영세업체들이 해외 무대에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절실하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24일 관세청 수출입무역통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국내 소주 수출액은 4832만 달러(한화 약 644억원)로 전년 동기(4613만 달러, 615억원) 대비 4.7%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소주 수출액은 지난 2021년 감소했다가 2022년부터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입니다. 지난해 소주 전체 수출액은 1억141만 달러(1353억원)로, 2년 전인 2021년(8242만 달러, 1098억원)과 비교하면 23%나 급증했습니다.
 
반면 막걸리 실적은 내리막을 걷는 상황입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탁주 수출액은 1580만 달러(210억원), 지난해에는 1468만 달러(196억원)로 7.1% 감소했습니다.
 
국내 판매도 감소세입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소매 시장에서 전체 탁주 판매액은 5754억원으로 전년(6045억원) 대비 4.8% 줄었습니다.
 
규모의 경제에 밀리는 전통주 산업…"정책 전면 재조정 필요"
 
막걸리 시장의 침체는 우선적으로 주류 트렌드 변화와 밀접한 관계가 있습니다. 탁주 시장은 코로나19 팬데믹 시기를 전후해 MZ(밀레니얼+Z)세대를 중심으로 분 혼술 열풍과 함께 급성장세를 보인 바 있는데요. 그러나 지난해 엔데믹으로 전환한 이후 젊은 수요층이 하이볼, 위스키 등으로 눈을 돌리면서 탁주 시장의 위축은 불가피했습니다.
 
막걸리 시장 규모 자체가 영세한 점 또한 성장에 발목을 잡고 있습니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예컨대 소주 업체들과 막걸리 업체들을 살펴보면 규모의 경제 측면에서 살펴볼 때 비교가 되지 않는다"며 "공격적인 마케팅 및 신제품 투자, 글로벌 판로 확보, 충성 고객 확대라는 선순환 구조는 모두 풍부한 자본력이 뒷받침돼야 하는데 탁주업계는 규모상 이게 쉽지 않다. 이들 업체가 일정 수준의 경쟁 궤도에 오를 수 있도록 정부가 해외 노하우를 전수하고 실질적으로 진출할 수 있는 지원책을 마련해 줘야 하는 이유"라고 강조했습니다.
 
전통주와 관련된 내용 전반을 논의할 수 있는 컨트롤 타워 설치가 선행돼야 한다는 조언도 나옵니다. 이대형 경기도농업기술원 소득자원연구소 지방농업연구사는 "기획재정부와 국세청, 농림축산식품부, 식품의약품안전처 등 전통주를 다루는 주무 부처가 흩어져 있다 보니 구체적인 논의가 어렵고 발전이 더딘 것이 현실"이라며 "일본의 경우 주류종합연구소라는 기관이 있고, 서양에서는 와인 관련 기관이 따로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어 "전통주 업체들 규모가 작아 연구·개발(R&D)을 할 수 있는 곳들도 거의 없다"며 "전통주 컨트롤 타워가 개발과 함께 백년대계를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습니다.
 
전통주 발전을 위해서 전통주와 지역특산주를 하루빨리 구분해 지원 노선을 달리할 필요성도 제기됩니다. 소비자들이 인식하는 전통주 범위에는 일반 막걸리와 증류식 소주 등이 복합돼 있습니다. 하지만 '전통주 등의 산업진흥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전통주는 국가무형유산 또는 시·도무형유산 보유자, 대한민국식품명인이 제조한 술이나 국내에서 생산한 농산물을 주원료로 제조한 술을 뜻합니다.
 
전통주 업계 한 관계자는 "일반적 국민이 보는 전통주와 법적 전통주의 개념 차이가 크다, 전통주라는 인식이 애매모호하다 보니 육성책 방향도 명확하지 않은 부분이 있다"며 "전통주는 우리 문화 계승으로 접근을 강화하고, 지역특산주는 우리 농산물 소비 촉진을 위한 정책을 통해 고부가가치 상품 개발로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정부의 전통주 발전 방향이 명품 전통주 육성, 한식 연계 수출 상품화 전략에 치우친 측면이 있어 이를 보완할 수 있는 방안 마련이 절실하다는 조언도 나왔는데요.
 
신중섭 국회입법조사관은 '전통주 산업의 정책 동향과 발전 과제' 보고서를 통해 "전통주의 경우 대중화 비전·목표 설정, 저도수·고품질 제품 개발, 적정 가격 구축 등 세부 추진 전략이 미흡한 부분이 있다"며 "전통주는 시중 저가 주류와 비교해 가격 경쟁력이 약해 소비 확대에 가장 큰 장애로 작용하고 있고, 고가의 명품 전통주에 대한 소비는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보다 유연한 시각으로 전통주의 법적·제도적 개선 방향을 설정해야 한다"며 "다양한 고객층을 대상으로 폭넓은 전통주 스펙트럼을 제공하기 위한 관련 규제 완화 및 인센티브 강화 조치에 나서 전통주 산업의 양적·질적 성장을 견인해야 한다"고 제언했습니다.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막걸리를 살펴보는 모습. (사진=뉴시스)
 
김충범·김성은 기자 acechu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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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충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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