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차종관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약자와의 동행' 구호를 표방한 데 이어 '디딤돌소득', '외로움 없는 서울', '탄생응원 프로젝트' 등도 내놓고 있습니다. 각각 소득보장정책, 고립·은둔 예방정책, 저출생 대응정책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오 시장은 딱딱하고 어려운 정책에 직관적이고 쉬운 브랜드 네이밍을 시도한 겁니다. 정책의 선명성을 강조하는 동시에 민생우선 정책을 통해 대권행 포석을 다지는 걸로 풀이됩니다.
지난 22일 서울시청에서 신규 정책을 발표하고 있는 오세훈 서울시장. (사진=뉴스토마토)
오 시장은 21일부터 28일까지 잇따라 5개 정책을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 외로움 없는 서울은 고립·은둔 예방정책으로, 5년간 4513억원을 투입합니다. 탄생응원은 저출생 대응정책을 가리킵니다. 결혼비·주거비 지원 등에 6조7000억원을 쏟을 계획입니다. '미리 내 집'은 무주택 신혼부부를 대상으로 한 장기전세주택입니다.
주목할 것은 오 시장의 정책들이 눈에 띄고 직관적인 이름을 갖고 있다는 겁니다. 외로움 없는 서울에선 고독사와 고립·은둔하는 시민이 없도록 하겠다는 정책 목표가 분명해 보입니다. 새 생명이 탄생하는 걸 응원하는 것도 저출생을 극복하겠다는 목적이 두드러집니다. 오 시장은 그간 자신이 추진하는 소득보장정책인 '안심소득'의 명칭도 디딤돌소득이라고 고쳤습니다. 소득을 보장한다는 뉘앙스를 더욱 강조하기 위해서입니다.
이는 오 시장이 차기 대권을 염두에 두고 정책 선명성을 강조하려는 계산으로 풀이됩니다. 실제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성남시장→경기도지사→민주당 대권후보 시절 △기본소득 △기본주택 △기본소득토지세를 묶은 '기본시리즈'를 내걸었습니다. 당시 이 대표의 정책구호는 '이재명은 합니다'였습니다. 개혁적이면서도 유능한 진보를 표방한 겁니다. 이 대표는 이를 통해 이낙연·정세균 전 총리 등과의 차별화에도 성공했습니다.
오 시장의 약자와의 동행 구호도 따뜻한 보수를 표방하겠다는 의지가 드러납니다. 소득보장, 고립·은둔 예방, 저출생 대응, 주택 마련 등을 강조하는 건 민생을 챙기는 지도자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모습이 엿보입니다.
오 시장도 대권 도전에 대한 의사를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오 시장은 지난 8월 한 라디오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대선 출마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51%"라고 답했습니다. 그러면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역할을 하겠다"라고 말했습니다. 여권 내 경쟁자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에 대해선 "행정 경험이 부족하다"라고 했습니다.
차종관 기자 chajonggw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