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송정은 기자] 1기 신도시 선도지구 선정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해당 지역 주민들의 이주 방안이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정부가 지난 8월 1기 신도시 내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을 함께 진행해 이주주택으로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내놨는데 후속대책은 제자리걸음입니다.
30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25년도 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기 신도시 내 영구임대주택은 총 13개 단지 1만4000가구 규모입니다. 지역별로는 △분당 4개(5900가구) △일산 3개(2300가구) △중동 2개(1900가구) △산본 3개(3400가구) △평촌 1개(500가구)입니다.
1기 신도시에서는 매년 재건축 선도지구 지정에 따라 2027년부터 10~15년간 해마다 2만~3만 가구의 이주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경기도 내 한 임대아파트 단지 전경. (사진=송정은 기자)
정부가 1기 신도시 내 영구임대주택을 재정비 사업 시 이주주택으로 활용하려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해당 주택들이 신도시 내 주요 입지에 위치해있으며 밀도도 낮아 임대·분양을 포함한 이주주택을 공급하는 데 용이하기 때문입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통상적으로 신규 택지를 만들어 아파트를 깔게 되면 임대 아파트가 그 택지의 가장 좋은 위치에 자리하게 된다"며 "공공이 직접 시행하는 사업이다보니 좋은 입지에 임대아파트를 놓는 게 용이했던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다만 단순히 입지만을 이유로 영구임대주택을 이주주택으로 활용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 경우 기존 영구임대주택 거주민의 이주도 필연적인데 이에 대한 대책이 부실하기 때문입니다.
국회예산처는 "영구임대주택을 활용하려면 1기 신도시 내 일반 주택보다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이 우선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며 “따라서 영구임대주택 입주자들의 주거이전이 급박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고 이 과정에서 주거불안이 야기될 가능성이 있다”며 실효성 측면에서 면밀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다른 선택지도 있다"…사업속도 또 늦춰질까 우려
영구임대주택 거주민을 향한 양질의 대체제가 마련되지 않을 경우 이들이 신도시 정비사업 자체에 비협조적일 가능성도 존재합니다. 선도지구 선정 등 1기 신도시 정비사업 속도를 높이려는 정부의 의도와 배치되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겁니다.
1기 신도시 내 한 재건축 추진위원회 관계자는 "영구임대주택을 이주주택으로 활용하는 것은 이주대책의 한 수단으로서 매우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다만 거주민 각자가 인근 도시 등으로 개인적으로 이주하거나 전세를 구하는 등 다양한 방법도 존재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가 마치 이 방법만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게 아닌 지 우려스럽다"며 "사업속도를 높이는 게 우선이라면 다양한 방법을 모색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경기도 내 한 임대아파트 내부. (사진=송정은 기자)
전문가들은 영구임대주택을 활용한 이주대책은 일부 이주 수요를 흡수하는 측면에서 충분히 고려할 수 있지만, 유일한 선택지는 아니라고 지적합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영구임대주택을 재건축해서 임시거처로 활용하는 방안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다만 이 영구임대주택을 이주주택을 활용하기 위해 재건축을 해야할 필요가 있는데 여기에만 또 3~4년의 시간이 필요하다. 재건축을 한다고 해도 기존 입주민과 잠시 살다 가는 이주민 간의 생활환경도 판이하게 다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은형 위원은 "영구임대주택 이주민들이 이주 후 다시 돌아 오는 경우에도 지금과 같은 조건에서 거주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며 "이런 유형의 주택은 장기수선 충당금을 거두기 어려운 경우가 많다. 그런데 임시거처용으로 재건축을 한다면 들어가는 비용은 오로지 공공이 충당해야하는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한편 예산정책처는 보고서를 통해 "국토부는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이 중장기 대책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어떠한 계획도 수립하고 있지 않아 이주대책으로서 유의미한 수단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불분명한 문제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영구임대주택 재건축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가능성이 높아 실효성 있는 수단인지, 오히려 1기 신도시 재건축 사업을 지연시킬 가능성은 없는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부연했습니다.
송정은 기자 johnnysong@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