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유지웅 기자] '요지부동' 대통령실에 여권의 위기감이 커지고 있습니다. 쇄신을 요구해 왔던 친한(친한동훈)계뿐 아니라, 친윤(친윤석열)계에서마저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11월을 '김건희 특검의 달'로 선언한 민주당 공세에 국민의힘은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습니다. 당내에선 '민주당이 추가로 어떤 녹취를 공개할지'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달 31일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2024 대한민국 소상공인대회 개막식'에 입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친윤 내부에서조차 "상황 엄중"
친윤계로 꼽히는 김재원 최고위원은 4일 국회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통령실이 적극적이고 주도적으로 이 사태를 해결하기 위해 나서야 한다"고 촉구했습니다. 김 최고위원은 "국면 전환용 인사를 하지 않겠다고 국민에게 알려졌는데, 지금은 국면전환을 위해서 뭐든지 해야 할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이어 "어떤 조치를 할지, 이미 많은 제안이 있었을 것"이라며 "호불호 따지지 말고, 가능한 것과 가능하지 않은 것을 나열해 놓고 가능한 건 빨리 조치해야 한다"고 작심 발언했습니다.
이날 당 지도부 비공개회의에선, 한동훈 대표가 명태균 씨를 둘러싼 파문에 대해 "이 정도 사건이면 특별수사팀을 꾸리거나, 최소한 인원이라도 대폭 보강해 수사를 신속히 진전해야 한다"고 말한 걸로 전해지는데요.
이에 대해 친윤계로 분류되는 한 지도부 인사도 "검찰이 수사를 제대로 해야 한다"며 한 대표의 의견에 공감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지율 무관심' 대통령…단일대오 '흔들'
여권 최대 리스크가 '김건희 여사'에서 '윤 대통령 부부'로 확장됐지만 대통령실은 여전히 "지지율에 연연하지 않고 꿋꿋하게 하던 일 하겠다"는 입장입니다. 민주당이 본격적인 여론전에 돌입하자, 탄핵 트라우마가 각인된 국민의힘으로선 예민할 수밖에 없는데요. 결국 계파를 막론하고, 정국 해법 필요성에 대한 목소리가 분출되는 양상입니다.
'윤석열 대통령과 명 씨의 육성 통화 녹음파일'이 공개된 이후, 여론은 악화일로인데요. 대통령실이 별도 대응책을 내놓지 않자, 수세에 몰린 친윤계는 에둘러 쇄신책을 요구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친윤계인 임종득 의원 역시 발언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이었습니다. 임 의원은 본지와의 통화에서 "용산에 당연히 바뀌어야 할 부분이 있고, 바뀌어야 한다"면서도 "나름의 생각은 있지만, 말을 아끼는 게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임 의원은 "지금 서로의 자기 생각을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내부 총질밖에 더 되겠냐"며 "거대 야당이 횡포를 부리는 상황에, 가장 시급한 건 여당이 하나가 되는 것"이라고 강조했습니다.
비윤(비윤석열)계인 서지영 의원은 "다들 걱정하고 있고, 그 걱정에 대해선 누구도 부정하지는 않는다"며 "대통령실이 입장을 내는 건 필요하지만, 지금처럼 쫓기듯 내놓는 건 아니다"라고 짚었습니다.
그는 "입장 표명이나 사과는 숙고해서 잘 내야 한다"며 "민주당에서 뭐가 나오는지 모르는데, 섣불리 내놓으면 국민 입장에서 불만족스러울 수밖에 없다"고 언급했습니다.
앞서 대통령실은 "당내 경선 이후로는 명 씨와 연락한 사실이 없다"고 입장을 냈지만 '거짓 해명'을 했다는 비판이 뒤따랐습니다. 대통령 취임식을 하루 앞두고, 윤 대통령이 명 씨에게 "김영선이 좀 해줘라"고 말한 음성이 공개됐기 때문입니다.
친한계 배현진 의원은 이날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대통령께서는 오늘 시정연설에 나오셔야 했다"며 "국회 개원식에 이어 2번째로 국회를 '패싱'하는 모습이 국민 눈에 어떻게 비칠지 냉철하게 판단했어야만 했다"고 비판했습니다.
유지웅 기자 wisem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