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하다 잠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한동인 기자]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4일 '명태균 게이트'와 관련한 윤석열 대통령의 사과와 김건희 여사의 대외활동 중단, 대통령실 전면 개편 등을 촉구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 지지율이 현 정부 출범 후 동반 최저치를 기록한 이후에서야 나온 첫 입장 발표인데요. 국정 불능 상황에 처했음에도,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한 대책만 내놓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윤 녹취' 공개 나흘 만에 "소상히 밝히자"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윤 대통령과 명 씨의 통화 녹취록 공개지 나흘 만에 처음으로 관련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는 △윤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 △국정 기조 전환 △대통령실 인적 쇄신 △김 여사 대외활동 중단 △특별감찰관 임명 △명 씨 의혹 관련 수사 등을 공개 요구했습니다.
한 대표는 그간 김 여사 관련 3대 조치(대외 활동 중단·대통령실 인적 쇄신·의혹 규명 협조)와 함께 특별감찰관 임명을 요구했는데, 대통령의 사과와 함께 국정 기조 전환까지 촉구한 겁니다.
특히 "대통령과 영부인이 정치 브로커와 소통한 녹음과 문자가 공개된 것은 그 자체로 국민께 대단히 죄송스러운 일"이라며 "국민들의 큰 실망은 정부·여당의 큰 위기"라고 꼬집었습니다.
그러면서 "국민들께서 걱정하시는 부분에 대해 대통령께서 솔직하고 소상하게 밝히고 사과를 비롯한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며 "역사를 보면 국민 앞에서는 가감 없는 진실이 언제나 최선이었다"고 강조했습니다.
이어 "이번 사안의 경우 적어도 국민들께 법리를 먼저 앞세울 때는 아니다"라며 "대통령을 제대로 보조하지 못한 참모진을 전면 개편하고 심기일전하기 위해 과감한 쇄신 개각을 단행해야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윤 대통령과 명 씨의 녹취록이 등장했음에도 대통령실이 법적인 문제가 없다고 해명한 걸 직격한 겁니다.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여당 지지율 '최저치'…승부수 없었다
한 대표가 윤 대통령을 겨냥한 작심 발언을 내놨지만 그 요구가 안일하다는 비판이 나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달 29~31일 전국 성인 100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 결과(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 따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19%로 집계됐습니다. 해당 조사 기준으로 윤 대통령 지지율이 20%대 밑으로 떨어진 건 처음입니다.
리얼미터가 <에너지경제신문> 의뢰로 지난달 28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성인 2516명을 대상으로 조사해(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포인트) 이날 발표한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직무수행 긍정 평가는 22.4%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조사에서도 가장 낮은 수치입니다.
같은 조사 기관이 조사한 정당 지지도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3.1%포인트)에서 국민의힘 지지율은 지난 9월 29.9%를 기록한 뒤 5주 만에 다시 최저치를 경신했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윤 대통령과 명 씨의 실제 녹취가 공개되면서 '명태균 게이트'가 현실화하자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국정불능' 상태에 빠진 셈입니다.
하지만 한 대표가 내놓고 있는 '쇄신' 방안으로는 현 정국의 돌파가 불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한 대표는 '(윤 대통령의)사과 정도로는 국민감정을 되돌릴 수 없다는 지적이 있다'는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습니다. 이에 한 대표는 "중요한 건 이 상황을 푸는 것"이라며 "하나하나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한 대표는 지난달 30일 취임 100일 기자회견에서도 김 여사 문제에 대해 '특별감찰관'의 필요성만 역설할 뿐, 자신이 언급했던 제3자 추천 김건희 특검법(윤석열 대통령 배우자 김건희의 주가조작 사건 등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에 대해서는 침묵했는데요. '차기 대권주자'로서 윤 대통령과 차별화에 나서면서도 정작 국민 눈높이에 맞는 해법은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대목입니다.
특히 집권 여당의 이 같은 요구에도 대통령실은 각종 외교 일정을 거론할 뿐 구체적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습니다. 정진석 대통령실 비서실장도 지난주 운영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보여주기식이나 국면 전환용이 아니라 적기에 인사 요인이 발생할 때 적재적소에 인사를 단행한다는 것이 대통령의 일관된 인사원칙"이라고 밝힌 바 있어, 한 대표의 요구는 수용되지 않을 것으로 보입니다. 대신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의 임기 반환점이 되는 11월 중·하순이 돼서야 관련 입장을 표명하겠다는 계획입니다.
한동인 기자 bbhan@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