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 있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본부에서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과 공동 기자회견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뉴스토마토 박주용 기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4일(현지시간) 북한군 1만1000명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에 주둔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미국도 이를 확인하면서 북한군이 수일 내에 전투에 참여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저녁 연설에서 대외정보국으로부터 북한군 동향을 별도로 보고받았다며 "쿠르스크 지역에는 이미 북한군 1만1000명이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우리는 북한군 숫자가 늘어나는 것을 보고 있지만, 불행하게도 우리의 파트너들로부터 나오는 대응은 늘지 않고 있다"며 서방 국가들의 대응에 대해 유감을 나타냈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이날 언급한 북한군 병력 규모는 앞서 미국 등이 확인한 규모를 크게 상회하는 수치입니다. 지난달 31일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부 장관은 북한군 8000여명이 러시아 본토 쿠르스크에 배치돼 전투에 투입될 것이라고 말했는데, 이번 발표에선 그 수치가 3000여명 더 늘었습니다.
미국 정부도 이날 최대 1만 명의 북한군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격전지인 러시아 쿠르스크로 이동했다고 밝혔습니다. 매슈 밀러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은 지난주 8000명의 북한군이 쿠르스크로 갔다고 했는데, 지금 우리는 1만명에 달하는 북한군이 쿠르스크로 간 것으로 평가한다"며 "수일 안에 전투에 참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파병 중인 북한군이 이미 우크라이나의 공격을 받았다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우크라이나 국가안보국방위원회 산하 허위정보대응센터 안드리 코발렌코 센터장은 텔레그램에 글을 올려 "첫 북한 병력이 쿠르스크에서 이미 총격을 받았다"고 주장했습니다.
다만 언제 어떤 식의 공격을 받았는지, 피해 상황은 어떤지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번 연설에서 북한군 공격에 대한 사실 확인이나 입장을 말하지 않았고, 미국은 북한군이 우크라이나와의 교전 여부 등에 대한 보도는 확인되지 않았다는 입장입니다.
이런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를 방문 중인 최선희 북한 외무상과 예고 없이 만났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최 외무상을 맞이하며 악수를 청했고 최 외무상은 푸틴 대통령에게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진정 어리고 따뜻하고 친근한 인사'를 전달할 수 있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앞서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지난달 29일 푸틴 대통령이 최 외무상과 만날 계획이 없다고 밝혔으나 이날 두 사람의 회동 소식을 깜짝 공개했습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 중인 러시아를 도와 북한군이 파병된 만큼 북한군 문제 등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박주용 기자 rukaoa@etomat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