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안창현 기자] 근무시간 이후에 상습도박을 한 직원을 해고한 건 정당하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습니다. 직원이 근무시간 외 도박행위를 해서 직접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았다고 해도 도박 자체가 회사 복무규정을 위반했다고 볼 수 있다는 겁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재판장 강재원)은 지난 9월5일 금융사 직원 A씨가 중앙노동위원회위원장을 상대로 낸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소송에서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고 10일 공개했습니다.
A씨는 B금융사에 1997년 입사해 여신 업무 등을 담당하다가 2022년 1월 한 지점의 여신팀장으로 근무했습니다. 그러다 그해 9월 B사는 인사위원회를 열고 상습도박 행위와 부적절한 사적금전대차(금융사 직원과 고객이 사적으로 돈을 빌려주는 행위)를 이유로 A씨를 해고했습니다.
서울 서초구 서울행정법원. (사진=뉴시스)
지난 2022년 12월 A씨는 B사의 해고가 부당하다며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 신청을 냈지만 기각됐고, 이듬해 3월 중앙노동위 재심 신청도 기각 판정을 받았습니다.
A씨는 B사의 징계 사유가 부당하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상습도박의 경우 업무시간 이후에 개인적으로 PC게임을 한 것으로, B사가 ‘사생활이 회사의 사회적 평가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쳤다’는 확인되지 않은 사실을 징계 사유로 삼은 건 부당하다는 겁니다.
하지만 법원은 회사의 복무규정을 근거로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습니다. 재판부는 “설령 원고가 근무시간 외에 도박행위를 해서 직접적으로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지는 않았다고 하더라도, 도박은 그 자체로 부도덕하고 지탄의 대상이 되는 것이어서 품위유지 의무를 위반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했습니다.
또 “A씨가 생활고를 겪는 와중에 도박까지 하면서 상당한 금전적 손실을 보게 되면 전반적인 업무 능률에 지장을 초래하는 것이 불가피했으리라고 보이고, B사는 금융업을 영위하는 법인으로 소속 직원이 도박행위로 인한 손실금을 만회하기 위한 횡령 등 추가범죄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고 판시했습니다.
안창현 기자 chahn@etomato.com